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0052570476

입력 : 2000/05/25 19:26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386」 정치인들이 지난 17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광주시내 룸살롱에서 여종업원을 끼고 술판을 벌였다는 글을 현장에 있었던 임수경씨가 인터넷에 띄워 파문이 일고 있다.

89년 밀입북했던 운동권 출신 임씨는 「5월17일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모 당선자는 여자를 옆에 세우고 노래를 불렀고, 모 의원은 양쪽에 아가씨를 끼고 있었다. 문 앞에서 술에 취해 악을 쓰며 욕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다』고 묘사했다.

임씨는 이 글을 24일 오전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정우 변호사가 회장으로 있는 386세대 모임 「제3의 힘」인터넷 홈페이지에 처음 올렸다고 밝혔다. 술집은 「새천년 NHK」라는 룸살롱으로 정치인 등 20여 명이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10시30분쯤 김태홍 당선자의 안내로 찾아가 두 방으로 나눠 두 시간여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술집 주인 최모(53)씨는 『마담 등 여종업원 세 명을 들여보냈으며, 술값 80만원은 평소 잘 알던 김태홍씨의 당선을 축하하는 뜻에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모 당선자의 연락을 받고 중간에 합류했다가 술자리 분위기를 보고 한 정치인과 말다툼까지 벌였다』며 『386세대 정치인들이 출발부터 바른 자세를 잃을까봐 글을 썼다』고 말했다. 임씨는 당시 그 자리에 정범구 김성호 이종걸 김태홍 송영길 장성민 당선자, 김민석 민주당 총재비서실장, 이상수 의원, 우상호 위원장, 박노해 시인 등이 참석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임씨가 올린 글은 2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그러나 다음 날인 25일 임씨가 쓴 글과 내용이 유사한 글이 인터넷과 PC통신으로 올라, PC통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게시판에도 『당신들의 위선적 행동에 분노한다』는 등의 글이 수십건씩 올랐다. 임씨는 『내가 올렸던 글을 누군가 다운 받아서 내용을 고쳐 다시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홍 당선자는 『가볍게 술을 마셨을 뿐, 아무도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민석 의원은 『술자리에 잠시 참석했다 자리를 떴으며, 여종업원을 앉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25일 「광주를 방문했던 젊은 위원장들」 명의의 해명서를 내고, 『우발적으로나마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이 반성하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글에 묘사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상당한 과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과 시민·노동단체들은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젊은 정치인들마저 여망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