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하쳅스키, 트리안다필로프 등의 종심 작전 이론이 풀러의 영향을 받았다는 국내 논문에 간간히 나오던 완벽한 헛소리의 출처는 다 리처드 심킨의 책이었습니다.

심킨이 이와 같이 주장한 근거는 투하쳅스키 선집 2권에 있는 투하쳅스키의 풀러의 책 『전쟁의 개혁』에 대한 서평이었습니다. 심킨에 따르면 투하쳅스키는 이 서평에서 "군사기술이 진보에 발맞추어 장차전에서의 효율적인 지상군의 강조와 장비의 방향을 제시한 풀러의 진보적 사상"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Simkin, Deep Battle (London/New York: Brassey's Defense Pub., 1987), pp. 132-133)

그러나 제가 투하쳅스키 선집 2권의 그 부분을 (http://militera.lib.ru/science/tuhachevsky/32.html) 구글 영역기 돌려서 대충 본 바, 심킨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취사선택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투하쳅스키가 그렇게 말한건 맞는데, 글의 전체는 풀러의 소수정예론과 전차 병과 중시에 대한 논박과 비웃음과 비꼬기와 비난으로 가득했던 겁니다.

일전에 인용한 이 부분이 바로 투하쳅스키의 서평에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전장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다. 양군은 모두 완전히 기계화되어 있다. 그런데 영국군은 풀러가 좋아하는 18개 사단을 가지고 있고 미국은 180개 사단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전차 5,000대와 항공기 3,000대를 가지고 있고 후자는 전차 50,000대와 항공기 30,000대를 가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국군은 손쉽게 무너진다. 기계화, 기동화됐지만 규모가 현저히 작은 부대가 미래 전쟁을 주도한다는 것이 망상이라는 게 확실하지 않은가? 오직 멍청한 자들만이 풀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즉 심킨은 일부러 자료를 취사선택했고 우리의 연구자들도 이 부분을 교차검증할 생각도 안하고, 단 두 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인데도 진실로 받아들이고 덥석덥석 받아들였던 겁니다. 심킨이 이런 식으로 자료를 취사선택한 의도는 모르겠으나 예상하건데 종심 작전이 서구권의 인물인 풀러와 리델 하트의 아류로 보이게 만들 의도가 아니었나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훗날 장문의 포스팅을 쓸 계획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