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배우려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이 꽤 많다고 알아

복잡한 룰과 난이도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지

사실 바둑이란 게 입문해서 19줄 바둑판에 한 판 둘 수 있을 때까지 이해하고 숙지해야 할 지식이 많기 때문에 노베이스 상태에서 시작하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내가 바둑학원에서 2년 정도 애들 가르쳐봐서 아는데,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매일 1시간씩 배운다는 가정 하에 한판을 자기 힘으로 두려면 한 달은 필요해

또 바둑모임 같은 데 가보면 성인이 되고 나서 바둑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대부분이 한 판 둘 실력까지 가지 못하고 그 중 3분의 1 정도만 10급 언저리까지 가더라

물론 극소수는 금방금방 유단자 찍고 수직상승하는데 이건 정말 드문 케이스야

말이 좀 횡설수설해졌는데 요는 이거야

좆파고 때문에 갤러리에 유입되는 사람들은 최소한 바둑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는 사람들일 거야

아무리 좆파고가 이슈가 되더라도 관심이 덜한 사람은 기사 몇 줄 보고 치워버리지, 이렇게 커뮤니티까지 찾아오진 않겠지

그래서 나는 뉴비 중 대다수는 바둑을 배워보려고 생각했으나 중도에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유입된 뉴비들이 알아야 할 게

비록 프로기사들이 인공지능한테 쳐맞았다고는 하나 그들이 무시당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란 거야

프로기사들이 어떤 사람들이냐면

누구는 배우려다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대국 한 판 자기 힘으로 끝내지도 못하는 바둑을

5~7살 즈음에 처음 바둑돌 보자마자 며칠 만에 룰을 깨닫고

입문자에게 큰산처럼 보이는 아마유단자의 수준까지 한두달 만에 도달하고

평생 바둑을 둬도 뚫기 힘든 고단자의 벽을 1년(평균) 만에 깨뜨리고

그렇기 각자 지역에서 천재 소리 들으면서 서울로 갔다가

서울에서 자기랑 비슷한 천재들 수백 명과 경쟁해서 뽑힌 극소수의 사람들이란 거야

그 사람들이 좆파고에게 패배했고 해설이 틀렸더라도

지금 이 갤러리에 분탕질 하러 온 뉴비들이 평생을 공부하고 다시 태어나서 또 공부해도 프로들의 발 뒤꿈치에도 못 미칠 수준일 걸?ㅎㅎ

바둑에서 '화를 냈다'는 표현은 '상대의 의도대로 수를 받아주지 않고 의도를 거스르는 착점을 했다'는 뜻인데

저런 용어도 모르면서 알파고 유심론이니 뭐니 비아냥거리고

바둑이 끝나고 복기하는 것은 굉장한 성실함을 요하는 일이고 훌륭한 습관인데도 불구하고

복기가 패배자마인드라느니 졸렬하다느니 비아냥거리는 걸 봤는데

진짜 딱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분탕질 하는 거 보고 있으니까 졸라 극혐이더라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알고 나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