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둑교육툴 탑재해서 무료로 배포한다는데..

열악한 개발환경에 있는 돌바람이 무슨 재주로 버티나?

‘돌바람’, 돌 내려놔···알파고 ‘하산’ 빈자리에 낄 국내 바둑 인공지능 없어

인간 최고 기사를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바둑계 정상에 오른 ‘알파고’가 하산을 선언했다. 이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속속 등장한 각국의 바둑 인공지능들이 차세대 왕좌를 놓고 겨루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전장에서 한국의 바둑 인공지능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컴퓨터 바둑을 연구해온 인공지능 ‘돌바람’이 최근 돌을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돌바람을 개발하는 업체 ‘누리그림’ 관계자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제 바둑은 안한다”고 말했다. 

돌바람은 2012년부터 누리그림의 임재범 대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으로 2013년 KGS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5년 3월에는 일본 전기통신대학(UEC)이 개최한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 처녀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11월에는 7개국 9개팀이 참가한 미림곡배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컴퓨터 바둑에서 정상급 실력을 보여주던 돌바람의 위상은 지난해 딥러닝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등장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2015년 말 기계학습과 딥러닝의 비법인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중국과 일본의 바둑 인공지능은 공개된 소스를 통해 딥러닝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개발을 시작할 때만해도 알파고 기력의 3~4% 수준에 머문 일본의 바둑 인공지능 ‘딥젠고’는 현재 인간 프로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수준까지 기력이 올라왔다. 올해 3월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딥젠고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바둑 인공지능 ‘줴이’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딥러닝을 체득하지 못한 채 이 대회에 출전했던 돌바람은 8강에서 줴이에게 패배한 후 5~8위 결정전에서 내리 지면서 8위에 머물렀다. 불과 1년 남짓의 시간동안 현저한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돌바람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국내에는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업체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카카오브레인이 한국기원과 손잡고 바둑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게 데이터와 각종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직접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업계는 바둑이 언어의 장벽이 없는데다 경우의 수가 많아 알고리즘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바둑’을 선택해왔다. 알파고 역시 바둑으로 상대를 이기는 인공지능을 넘어 신약개발, 암 진단 등에 활용되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김진호 서울과학기술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 교수는 “구글이 딥러닝 오픈소스를 공개할 당시 일본과 중국은 이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딥러닝을 구현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자금과 시간, 인력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은 알고리즘을 개발해 훈련시킬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