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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6.11 0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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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 똑똑


똑똑...

편지하고 싶어요..

그쪽이 편지를 멈춘 3월 13일부터 47일간 날마다 편지를 썼어요. 보내지 않았을 뿐, 아니 보내지 않은게 아니라 다 지워버렸어요. 지금 쓰는 이 편지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깜깜한 침묵 속에서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 편지를 쓰게 될 것 같아요.

저는 깜깜하고 소질이 없으며 이기적인 제가 정말 지긋지긋해요. 소심하게 퇴각한 당신의 침묵에 제가 할 수 있는거라곤 시간을 기울여 저의 잘못을 샅샅히 뒤지는 일 밖에는 없었어요. 저는 당신과의 인연이 여기에서 멈추기를 바라지 않아요.

제가 찾아낸 바로는 1. 3월 2일의 제비문양 편지에 대한 답장이 3월 13일로 기대보다 늦게 도착한 점 2. 편지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가 본문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 3. 저의 관심사나 취향에 대한 글들만 주르르 늘어놓은 점. 이 세가지가 당신으로부터 편지함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추측해요. (아니라면 답장해주길 바라요.)

이 정도로 늦어질 것 같지 않은데, 당신의 실망에 대한 무언의 응답인 것 같아 꼭 편지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바쁘겠거니,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거야, 라고 여겨지더군요. 이것마저 저의 어림짐작이라면.. 편지해주길 바라요. 제 짐작이 맞다면 또 사과하고 싶어요.

우린 어쩌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체리우체국 덕에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서 관심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되었어요. 이렇게 당신의 편지가 끊기고 나니 정말 공허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눈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당신과 나는 그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은 듯이. 우리에겐 밤낮의 구별도 없고, 시간 속에 살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아요.   님이 일전에 말한 '우리 놀다가 헤어져요, 씁쓸하지만 그걸 알면 잘 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는 말의 의미가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쪽은 저의 독백을 대화로 바꿔놓고, 제 내면을 풍부하게 해주는 존재였어요. 끊임없이 편지함에 들어올 때면 제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동경을 불어넣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감사하고 또 당신의 쓸데없는 유약한 천성 조차도 고맙게 여깁니다.

  님이 편지를 그만하고 싶으시다면, 짧은 작별의 편지라도 남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더는 할 말이 없다는게 슬프지만, 당신의 흔적이나마 제 편지함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당신의 첫 편지가 두렵고 또 그보다 더 두려운건 당신이 영영 편지를 쓰지 않게 되는 거에요. 어떻게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제가 이렇게 생겨먹어서 미안해요. 기대와 의리를 저버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싶어요.

어쨌거나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펜팔님- 좋은,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라요. 정중한 인사를 보냅니다.



Aw: 오월


안녕, 오늘은 햇살이 깊고 날씨가 너무 좋아, 안녕, 오늘은 비오는 희끄무레한 하늘과 침착한 소리들이 너무 좋아, 안녕, 오늘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네 손끝같은 바람이 너무 좋아.

순진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오월 햇살에 어리석고 부족한 사랑들을 용서해. 어엿븐 우리들을 용서해.

넌 내 여름이고, 내 꿈이고, 내 모든 거야. 모든게 우리 거야. 조금 핼쑥한 얼굴로 날 찾아올 때도, 있는 그대로 받아줄게요.


안녕, 안녕. 돌아와줘서 기뻐요. 미안할 필요도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어요. 이제 그런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어요.

운이 좋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보고 싶었다고 셀 수 없이 생각이 났다고. 벚꽃이 피고 지는 사이 사이에도, 여름이 창궐하는 그 무렵까지도.

다시 오지 않을줄 알았어요.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지나가버린 추억속으로 기억하기에는 당신은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님을 통해서 다시 제 편지함이 숨을 쉬고 영양을 공급받을것 같아요.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우리가 다시 이어지기를, 서로의 내밀한 공간까지 들어오게 되기를,

부드러운 적막 가운데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를 전합니다.



Aw: 짧은 요청


  님,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관심회원 등록이 필요하다고 해요. 해주시겠어요?



Aw: 일요일 편지


너무 빨리 다음날이 시작되는 계절, 여름 2시 반.

그림자 공동체의 나는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쓰고 있어요. 노래가 너무 너무 너무 매력적이에요.

  님과 제가 천착하고 있는 '부재중' 은 어떤 의미일까요? 희망, 기대, 꿈 같은 아직은 아름답고, 연약한, 눈부시고 덧없는 것들의 처소이려나. 아니면 조금은 씁쓸한, 더께가 쌓인 그늘 진 숲속의 누군가의 의자가 되지 못한 받침이 없는 나무 그루터기 같은 것.

부재라는 완전한 의욕이 상실된 상태에서, 부재'중' 이 더하여지니 설렘을 내포하게 된다는게 새로워요. 제게 부재중은 어떤 의미냐면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런 글귀를 봤어요. 올해 보았던 말 중 가장 솔직한 말이라고 포스팅 해놓았던 게시글이었는데, 이런 내용이 담겨져 있더라고요.


'지석아 너랑 하는 연애는 너무 즐겁고, 고통스러워, 그래도 계속되길.'

그림자 공동체의 노래를 한없이 재생중이에요. 물 속에 잠긴듯한 여성보컬의 아늑한 읊조림, 타악기가 공명하면서 내는 흔들림 소리, 부글부글 물 내려가는 소리.

  님이 왜 이 노래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님, 제게 부재중은요, 그쪽의 부재중을 끼고 도는 우리의 편지는요. 너무 즐겁고, 고통스러워요. 그래도,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Aw: 밤 편지


의문스러운 꿈들도  님 잠을 흘깃거리지 못하게 이 밤이 강 같이 흘렀으면 좋겠어요.

잘자요,   님, 소중한 사람.

그립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Aw: 유월


지금 막 챔스 결승전 전반을 보고 year & year 의 노래를 들으니 환상적이에요.

만쥬키치의 아크로바틱 동점골은 다시봐도 아름다움 그 자체네요. 생맥주를 놓고 결승 마지막까지 보고 잠깐 잘 생각이에요.

열광하는 자아들.

새벽 4시, 영상 10도, 비좁은 박스 안
먼지와 때 묻은 자국이 흥건한 바닥이 쿵쾅거리고

위장막인지 카리스마인지 헷갈리는 아무튼 취한 듯 빠져버린 도취한 자아들

유벤투스의 경기를 보고 있자니 감독이 꼭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군요.

'그대들의 셈법은 어리석었네'

긴장한 듯 잔뜩 수축된 표정들, 호흡을 가져가며 찰랑이는 눈빛들.

떠오르는 태양은 힘에 부치는지 시간을 천천히 태우고

마지막은 누구도 알 수 없어요.




'나는 인간들이 자신의 운명을 내다보지 못하게 만들었지요.

..(중략) 그들의 마음속에 나는 맹목적인 희망을 심어놓았지요.'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아이스킬로스



Aw: 우연! 


오늘 새벽 우연히 체리우체국을 들렀는데 이분을 봤어요. 모임별을 좋아하고, 모임별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이 있다니, 게다가   님과 나이도 같아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말도 안되는 우연이 있을 수 있다니 전해주고 싶었어요.

모임별의 부루마블을 들려주셨잖아요.



Aw: 목요일 편지


작년에도 늦은 편지 늦은 생일 축하를 드린적이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에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편지로는 전할 수 없는 진심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가끔 활자는 진심을 담기에 너무 건조한 것 같군요. 지금도 물론 그러하구요. 1년이 넘는 지금까지 저와 편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편지 친구, 그 이상의 존재인   님, 생일 축하드려요.

  님과 편지한 이후로 저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제 마음을 세차게 때리던 채워질 수 없는 빈곤이 당신을 통해서 뜨겁게 메워지는 나날들을 살고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체온을 나누는 뜨거운 마음과 매캐한 도시의 밤하늘을 지나 별을 찾아내는 맑은 눈빛, 그 거리. '달 조각이 살에 닿는 듯 낫는 기분이 부끄럽고 불안할 만큼 좋아요.'

달 조각이 살에 닿는 듯, 낫는 기분이 부끄럽고, 불안할 만큼. 좋아요. 여전한 두려움으로 언제라도 좋아한다는 걸.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모든게 제 궤도를 돌고 있으니까요. 변화의 기미는 없어요.   님의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오늘의 달은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손톱을 자르다가 하나가 창 밖으로 튀었는데, 그게 하늘에 걸렸어. 한번 봐봐. 하고 얘기해주고픈 달.

일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이란게 존재할까요?

편지를 보내드리고 자러갈까 합니다. 남은 밤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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