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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작소설] 킬러

洞數 2005.07.10 12:16:41
조회 343 추천 0 댓글 9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내용 중에 등장하는 이름, 지명 등은 특정 인물과 전혀 관계 없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 내 이름은 fluke, 남자 34세, 성공한 IT 사업가이고 돈도 많다. 오늘 배송되어 온 [새물결]의 책을 서가에 정리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서재안으로 들어서는 기척이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마침 나는 술을 마시려던 참이었다. " fluke 사장님 맞지?” 낯선 사내가 문가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그런데요…?”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서는 사내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음... 나는 사장님을 죽이러 왔거든. 누군가가 돈을 많이 주면서 부탁을 해서 말이야." "부탁한 게 누군데?" 나는 물었다. 내 음성은 전혀 떨림이 없었다. 그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나 스스로도 이상했다. "물론 사장께서 잘 아는 사람이지. 젊고 미인이던 걸." 그는 손에 든 재크나이프를 현란하게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의 동작은 칼이 신체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내 마누라가??" "그런 것 같더군! " 그는 미소지었다. "흠…마누라가 내 재산을 몽땅 갖고 싶은 모양이군." 내가 중얼거렸다.. "사장 아저씨, 재산이 그렇게 많은가?" 그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300억 정도라고 마누라가 얘기 안하던가?" 나는 시선을 그의 나이프로 옮겼다. "오늘 처음하는 살인은 아니겠지?" "물론." "죽이는 걸 즐기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적이긴 하지만 확실히 난 즐기고 있지. 4년째 46명을 죽였으니까 초짜는 아니야. 원한다면 고통없이 즉사시켜주지." "그럼 자네를 즐겁게 해주는 동안은 나의 목숨이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나도 퇴근 시간이 있으니까 무한정 그럴 수야 없지." "하긴 그렇겠군. 술 한잔 어때? 그런데 이름이....?" "philbook이라고 해둘까? 아, 한잔 부탁해. 그렇지만 술 따르는 손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줘." 그는 한손으로 칼을 겨눈채 내가 술을 따르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안락의자에 걸터앉았다. 나도 의자에 앉았다. "마누라는 지금 어디 있는 거지?" "계모임에 갔지. 사장이 살해 당하는 시간에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사람들이 수두룩하도록 말이야."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군.." 사내는 조갈난 사람처럼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글라스를 테이블에다 놓았다. "그럼그럼, 당신을 살해한 다음 나는 이 글라스를 씻어서 찬장에 갖다두고. 나갈 때는 내가 만졌던 문의 손잡이에서 지문을 말끔히 닦아 버린다. 이런 얘기지." "저기, 벽에 걸려 있는 황소 그림 보이나? "내가 말했다. "오, 저건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본 그림 같은데... 이중석이던가..?" "이중섭이야. 13억 정도 되는 거라구." 그는 다시 한번 찬찬히 그림을 쳐다보고는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저 그림을 주겠다는 말인가? 당신 목숨과 교환조건으로?" "그럴 수도 있지." 사나이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안됐지만 fluke 사장. 저런 유명한 그림은 처분이 곤란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구." 나는 테이블 위에다 글라스를 놓았다. "저 이중섭의 그림 뒤에는 비밀금고가 있네, philbook선생." 사내는 그림을 다시 한번 힐끔 보았다. "그럴듯하군." "5억원이 들어 있다구. 현찰로, 물론 헌 돈이지." "적지 않은 금액인걸." 나는 글라스를 집어들고 그림 앞으로 갔다. 금고 문을 열고는 안에서 사과박스를 끄집어낸 다음, 글라스를 단숨에 비운 뒤에 그것을 금고 속에 넣었다. 그리고 재빨리 금고 문을 닫고 다이얼을 돌려 버렸다. Philbook은 눈길을 사과박스에 고정시켰다. "그 사과박스를 보여주실까?" 나는 박스를 뜯어, 내용물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국광이라는 품종의 사과야. 당도가 낮아서 요즘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나는 이쪽을 좋아하거든." 그는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이런 짓을 해서 몸에 이로울까?" "난 단지 금고 속에다 자네의 글라스를 넣어두고 싶었을 뿐이야." 그의 눈이 날카롭게 번쩍이더니 바로 앞에 있는 글라스를 노려 보았다. "금고 속에 넣은 건 사장 당신의 글라스야. 내 건 아니야." 나는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다. "자네 걸세, philbook. 경찰이 오면 어째서 빈 글라스가 금고 속에 간직되어 있는가 하고 심상치 않게 여기겠지. 살인사건인지라, 경찰에서 글라스의 지문을 채취할 건 뻔한 일이라고 보는데 어떤가?"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사장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어. 단 한 순간도 말이야. 글라스를 바꿔 치기 하는 재주를 부릴 틈이 없었을 텐데? " "그럴까? 자넨 적어도 두 번은 저 13억 짜리 이중섭 그림을 쳐다보았다고 생각하는데... " 반사적으로 그는 그림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동안이면 충분하지." 그의 이마에는 조금씩 땀이 솟기 시작했다. " 경찰이 올 테고, 금고를 열고 술잔을 발견하고 지문을 조사하고.... 얼마 후엔 누군가가 사형대에서 목에 밧줄을 걸고 죽음을 맛보는 즐거운 기회를 맞이하는 거지. 자네도 그때서야 비로소 자네한테 살해 당한 많은 사람들과 똑같은 심정을 맛보게 되겠지. 게다가 처형당하기까지 시간은 칼에 맞아 죽는 작자들과 비교도 안 되게 길고 지루할 테니까, 죽음의 이미지도 풍부하게 떠오를걸... 사형대 밧줄에 매달려서 대롱거릴 때 배내똥을 싼다지?" 그는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금고를 열어, 열지 않으면.... 열지 않으면...." 나는 목청껏 껄껄 웃었다. "이봐, philbook. 금고를 열어도 나를 죽일 텐 데 내가 왜 열겠나?" 30초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 글라스로 어쩌겠다는 거지?" "자네가 나를 해치지 않는다면 나는 글라스를 내가 아는 전직 경찰관에게 넘겨주어서 지문을 채취할 거야. 그리고 필요 사항을 적은 편지와 함께, 그것을 이중봉투에 넣어서 봉인해 두지. 내가 폭력이나 사고로 죽게 된 경우엔 당장 그 봉투를 경찰에 주라고 얘기해 둘 생각이야." Philbook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수.. 저는 당장 꺼지겠수다..." 나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자네는 내 장래를 지켜주어야 하니까." 그는 내 말뜻을 얼른 새기질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미소지었다. "마누라가 어디서 계모임을 하는지 알고 있지?" "디씨인사이드 호텔 중식당에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11시에 끝난다고 들었고..." "이건 어디까지나 자네의 일일세."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는 일이니까 말야." Philbook이라고 하는 자는 천천히 윗도리 단추를 끼웠다. "11시에 어디 계실 건가요, Fluke 사장님?" "도갤에 벙개 공지를 때리고 신촌 헌책방들을 돌아다닐 거야. 마누라가 살해당했다는 통지가 오면 벙개에 모인 도갤햏들 모두들 동정해 줄 거야... 칼로 배를 푸욱~ 찔러 죽일 테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죠."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사장님은 정말 부인을 사랑하기는 했나요?" 나는 서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한권 꺼내들어 파라락 펼쳐 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놈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어, 그런데 이젠 싫증이 났어.." 그는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도갤에 접속하여 [신촌 헌책방 순례] 벙개 공지를 때리자, 곧 도갤햏들의 리플이 40여 개 달렸다… 신촌으로 나가기 전에 금고를 열어 안에 든 글라스를 전직 경관에게 가져갈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지만 금고를 열 필요가 없었다. 그 안에 있는 글라스에는 나의 지문 밖에 묻어 있지 않았다. 나는 philbook이 테이블 위에다 두고 간 글라스를 손수건으로 싸서 손에 들었다. 불빛에 비춰보니 philbook의 지문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원작 ( Killer ) by - Jack Rit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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