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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이타로 시스이 생존해서 이타치랑 이어지는 썰 ㅂㄱㅅㄷ 4

ㅇㅇ(115.140) 2017.11.26 14:27:12
조회 2897 추천 14 댓글 5

* 토비라마가 이즈나 되살려낸 이야기의 if 세계 이야기.


* 잠시 시점이 전환되서 나뭇잎 마을에 홀로 남은(...) 사스케 이야기가 먼저 나옴. 양해 부탁함.



우치하 일족이 몰락 ─ 을 넘어서서 야밤에 뜬금포 식으로 멸족당한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부지는 지금도 '방치' 되어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닿은지 아직도 정갈하게 유지되고 있다. 현재 마을에 남은 유일한 우치하 일족의 생존자인 사스케는 그게 누군지 안다. 현재 자신, 그리고 마을 내에서 시끄러운 사고뭉치로 소문난 구미의 인주력의 '보호자' 역할을 맡은 수수깨끼의 여자다.


처음에는 호카게의 소개로 왔다고 담담히 말하며, 예의 그 구미의 인주력을 대려와서는 '앞으로 같이 살 애' 라고 소개시켜주는 여자의 등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상하라리라만치 2대 호카게를 닮은 기묘한 생김새도 그랬지만, 그 전에 알 일도 없었던 생판 타인이 아는 채를 하면서 우치하 지구의 정문 앞에 불쑥 나타나서 "호카게님이 너 맡으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같이 가자" 라고 대뜸 말하는 그 꼬라지가 당시의 날서있던 사스케에겐 몹시도 기분나쁘게 받아졌다. 겸사겸사 여자의 시체처럼 창백한 낯빛도 ─ 그 여자 옆에서 찰싹 달라붙어서 실실거리면서 쟤가 내 새 친구? 하는 인주력 녀석까지 진짜 맘에 안 들었다.


"저리 꺼져!! 누가 누굴 맡아!!!"


일족이 모두 멸족하고, 아버자와 어머니도 형에게 죽임당했다는 충격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던 꼬마에게 힘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사스케는 그래도 괜시리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제 기력을 깎았다. 정문 바로 뒤쪽에서 대치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분함과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꺼지라는 말만 연신 반복하다가 결국 기력 쇠진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병원으로 이동해있고, 시끄러운 인주력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깐 귤을 제게 내밀면서 기력회복에 귤이 좋다느니 어쩌느니 하고 있고 여자는 의료닌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게 병원에서 퉁퉁거리는 선을 넘어서서 신경질적인 패악질을 부리던 사스케는 며칠 뒤 기력을 회복해서 퇴원하자마자 여자의 손을 벗어나려고 들었다.


"잘 들어, 난 당신이랑 알지도 못하고, 그런 인간이랑 한 곳에 부대껴서 지내고 싶지도 않아!! 도움같은 건 필요없어!!! 저리 꺼져!!"


그 말에, 여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놀란 구미의 인주력 ─ 그 땐 이미 이름을 소개받은 후므로, 우즈마키 나루토(줄여서 나루토)로 불려야 맞을 것이다 ─ 이 식겁해서 화들짝 놀라고, 병원 앞에서 소리지르면 안 된다니깐…하는 식으로 저를 달래보려고 했으나, 정작 반응을 돌려줘야 할 여자가 저리 밍밍한 반응으로 나오니 사스케는 더 짜증이 났다. 알아들어, 못 알아들어? 하고 저보다 더 큰 ─ 못해도 20대 초중반의 여자한테 반말까지 써가면서 말을 하는데…


"어디로 가게."


"그야, 우리 집…"


"거긴 이제부터 머무르는 거 금지라고 호카게님과 마을 상층부가 규정해놨어. 들어가기야 자유겠지만 숙식은 금지니까 네가 묵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도, 거기서 널 묵게 해줄 수는 없어. 그리고 너, 돈 있어?"


"지갑에…"


"그거 말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돈. 수도세도 내고, 전기세도 내고, 식비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고, 그 외에 기본 세금도 내야하고…근데 너한텐 지금 그럴 돈은 없을거야. 재산은 모두 상층부 쪽에서 몰수했으니까."


"……무슨 소리야, 우리 일족 재산인데 왜 뺏어가!!"


"넌 지금 법적 보호자는 임시 보호자인 나밖에 없는 미성년자니까, 지나치게 거액의 재산을 맡기는 힘들다고 몰수한거지. 가족이나 일족이 그렇게 싹 없어지면 거의 대부분의 마을 상층부가 그 짓을 하니까 이상한 건 아니야……그래도 걱정하지 마. 호카게님께서 그 재산들은 네 명의로 모두 건져내서, 다른 안전한 보관처로 돌려놨으니까. 단, 네가 성인이 되서 민증 나오기 전까진 일정 금액밖에 받을 수 없을거야."


"……우리 재산인데 왜 그 인간이 맘대로 이러니저러니 하는건데??"


"네가 다른 사람 말에 잘못 넘어가서 재산을 빚이나 보증같은 것으로 탕진할 수도 있고 ─ 요새는 보증을 직접 안 찍어도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이름이랑 인장 새겨진 가짜 보증 서약서로 보증거래가 이뤄지는 사기범죄도 많이 있거든 ─ 그 외에도 너무 일찍 많은 돈을 물려받으니까, 유산을 노리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널 괭장히 귀찮게 만들수도 있고……


또 몇몇 세금 같은 건 계좌에서 자동적으로 이체가 안 되서, 직접 관공서로 가서 내야하는데, 네가 그런 절차를 잘 아는 건 아니고 ─ 일단 세금 중 직접 내야하는 세금들의 경우 빠져나가는 건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 그건 너희 부모님 살아계셨을 때 너희 부모님이 직접 내던 거니까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다른 사람들도 다 직접 내는 거고 ─ 뭐, 그런 문제까지 다 고려하신거지. 그리고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성인이건 아이건 위험한 사람들이 주변에 돌아다닐거야. 돈 냄새 잘 맡는 비열하고 냉혹한 어른들은 어딜가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네가 모르는 온갖 교모한 수단을 쓸 줄 알아. 너희 어머니 아버지나 일족 어른들이야 뭐 성년 되서 민증 딸 때까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셨을 거고, 상대할 기회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으니까 안 당하셨겠지만 ─ 그들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너의 경우, 그 사람들 앞에서 니가 쿠나이 들고 반항한다고 해도 눈 깜짝할 새에 손가락 밑으로 네 피같은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게 될 수도 있어. 그들은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남의 돈 채가는데 전문이거든.


그리고 네가 그들에게서 돈을 지키는 방법을 머리로 안다고 해도, 성인과 달리 미성년자의 경우 법적으로 발휘할 권리나 자격이 적기 때문에 쪽도 못쓰고 발만 동동 구를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겠지. 


그러니 호카게님은 네가 민증 따고 그 돈들을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다 배우고 그걸 스스로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 보관하는거야. 그건 너 뿐만이 아니라 전의 닌자대전에서 부모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나……나루토같이 현재 부모가 없어서 나같은 임시 보호자에게 맡겨진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수순이야. 뭣하다면 그런 식으로 잠시 재산이 보관되었다가 성년 되서 인수인계 절차 받은 분들을 소개시켜줄 수도 있어. 그분들한테 나중에 니가 민증 따고 나서 뭔 절차를 거쳐서 돈을 찾아낼 수 있는지 미리 여쭤봐도 좋아. 때가 되면 호카게 님이 통보를 내리시겠지만."


여자는 심히 담담한 표정으로 사스케를 쳐다보며 말하긴 했지만, 그녀의 말은 매우 논리정연했으며 ─ 세상의 쓴 맛을 안다고 쳐도 재산관리 쪽의 쓴 맛은 전혀 모르던 사스케의 머리를 대놓고 강타했다. 마치 망치 맞아 우그러진 놋쇠그릇처럼 변해버린 정신을 지닌 채로, 사스케는 멍하니 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 듣다보니 어느새 제 손은 그 나루토 꼬맹이 ─ 차후에 우스라톤카치로 불리게 된다 ─ 의 손을 잡은 채였고, 발은 우치하 지구에서 좀 떨어진 빌라 단지로 이동하는 와중이었다. 악, 대체 언재부터!!!




*****




마을에선 우즈마키 나루토를 매우 험하게 취급하긴 했지만, 그…아니, 생긴 게 무슨 사내새끼 중에서도 상 사내새끼처럼 생겨서 그렇지, 목욕할 때 우연찮게 알게 된 바로는 남아에겐 무릇 있어야 할 작은 그것이 없는 '계집애' 는 생각보다 그리 나쁜 애가 아니었다. 며칠동안 저를 맡게 된 ─ 아예 그냥 몇 달 뒤엔 보호자 확정이 되어버렸다 ─ 그 2대 호카게를 닮은 기묘한 여자네 집에서 사스케가 (사정을 모두 알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컷 퉁퉁거리고 나간다고 부르짖으며 온갖 패악을 부리고, 화풀이로 그 죄없는 녀석을 드잡이질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루토는 그 특유의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긍정 정신으로 사스케를 잘 달래줬다. 


때로는 정말 사내들처럼 드잡이질도 하고 컸지만 언제나 나루토는 생글생글 웃으며 사스케를 받아주었기에, 사스케는 최소한 내가 이런 문제로 화를 내도 여기선 그걸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는 안심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안심감을 치기로 치환해서 패악질을 부리는 적이 초창기엔 더 잦았지만, 2대 호카게를 닮은 여자와 나루토는 자기내들 특유의 담담함과 긍정 정신으로 사스케의 분노를 반발 없이 온전히 수용했다. 


그들은 사스케가 망가뜨린 주변잡기 ─ 그래봤자 애들 둘이 눌러사는 거 치고는 꽤 삭막하고 좁은 집이어서, 끽해야 컵 하나라던가 그릇 하나라던가밖에 망가뜨릴 길이 없었다 ─ 를 망가뜨리고, 치밀어오른 울화 때문에 겉잡을 수 없이 쿵쾅거려서 아래층에서 사람이 쫓아와서 뭐라고 씨부려도 결코 사스케가 잘못했다고 타박을 놓진 않았다. 그저 망가진 기물을 치우거나, 아래층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일 뿐. 


그리고 때때로 사스케의 분노를 받아줘도 그 깊이를 이해 못하는 나루토에게, 2대 호카게를 닮은 여자는 그가 얼마나 큰 일을 당했는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면 아주 깊은 곳부터 분노가 활활 타올라서, 화가 계속 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말해줬다. 


"그러니까 나루토, 사스케가 그 일 가지고 화를 내도 그냥 이해해줘. 그 일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다 풀릴 때까지, 사스케는 화를 낼 수밖에 없는거고 그건 가벼운 위로같은 걸로 풀리는게 아니야. 풀리는 방법은 결국 사스케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가령 100가지의 구슬을 가지고 와서 맘에 드는 걸 고르라고 저 애에게 말해도, 사스케가 원하는 구슬이 없으면 사스케는 그 구슬들 중 하나도 손을 안 대는 결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알았다니깐!! 근데, 근데 ─ 너무 화내서 위험해질 땐 어떻게 해줘야해?"


"말이 안 들린다면, 일단 끌어안고 달래주면 된다고 암부처에서도 그렇게 배웠어. 우리도 환술 걸려서 날뛰거나 감정 복받쳐서 날뛰는 동료가 있으면 그렇게 끌어안고 달래줘."


제압과 달래기의 의미를 약간 혼동하는듯한 여자였지만, 그 여자의 방법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그 뒤로 나루토는 ─ 여자가 임무라고 자리를 비웠을 때 사스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를 내서 종국에는 스스로까지 다칠 뻔한 지경에 이를 때마다, 사스케가 조용해질 때까지 그를 끌어안고 달랬다. 처음엔 엄청나게 격렬한 수준으로 움직이며 나루토를 마구 치거나 걷어차고, 물기까지 하는 사스케인데도 나루토는 그걸 다 참고 받아줬다. 실로 무서운 정신력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나루토에게 끌어안긴지 10에서 20분 정도 있으면, 사스케는 간신히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여자가 있을 땐, 둘이서 그걸 사스케에게 해줬을 뿐이다.


그렇게 두 여자와의 동거가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 ─ 가을이 겨울에게 계절의 장막을 넘겨주는 통에 불어오는 고가라시(凩, 늦가을에 부는 찬 바람, 나무를 말리는 바람이라고도 한다. 이 시기에 낙엽이 지느라 나무들이 앙상해지기 때문)가 불어올 때, 호카게님이 직접 여자와 나루토와 사스케의 거처를 찾았다. 그 시점쯤 사스케는 여자를 "저리 꺼져" 라던가 "뭐, 왜" "당신" 이라고 부르는 대신 여자의 이름 ─ 성은 몰랐다 ─ 인 "아키라" 로 부르고 있었고 나루토를 "우스라톤카치" 라는 반쯤의 애칭같은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으며, 더 이상 집 안에서 패악을 부리거나, 아래층 사람이 우리 집 천장 꺼지겠다 이자식아 소리를 내며 제 집으로 올라오게 하는 소동을 부리지도 않았다. 


사스케는 그 집에서 적응했던 것이다. 제가 내놓는 모든 분노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주고, 달래주는 그 집에서. 그렇기 때문에 호카게조차도 띠꺼운 얼굴로 쳐다보며 틱틱 반말을 쓰고 반항기를 드러내긴 했어도 댁에 뭔데 내 재산을 몰수해가냐는 무례를 저지르진 않았다. (혹시 몰라서 재산 건을 확인해보긴 했지만) 


그런 그에게 호카게는 (일족 몰살 직후 찾아왔던 것처럼) 일족 몰살 건에 대해 깊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임시 보호자였던 아키라 외에 그를 맡길 다른 보호처가 도통 나오지 않아서 ─ 그냥 저 여자를 확정적인 법적 보호자로 삼으라고 말했다. 이제와서 다른 집으로 가봤자 적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 집의 두 명과 은근히 떨어지기 싫었던 사스케는 간신히 우겨낸 존댓말까지 구사하며 "알겠어요" 하고 수용했다. 


"……이건 나루토의 생활비, 이건 사스케의 생활비……그리고 이건 제가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보조금입니다."


"응, 고마워, 히루젠."


그런데, 거기서 사스케는 놀라운 상황을 겪을 수 있었다. 세상에,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우러름받고 존댓말을 들어야 정상일 호카게 ─ 사루토비 히루젠이, 늘그막에서야 자신을 암부라고 털어놓은 그 2대 호카게 닮은 여자…아키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존댓말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전형적인 닌자 세계의 선후배나 사제지간이라도 된다는 것 같은 행동인데다가 둘 다 너무 그 관계가 익숙해보여서 사스케는 물론 나루토도 할 말을 잃고 헤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저기, 둘이 무슨 사이냐니깐? 호카게님껜 존댓말 써야 하는 거 아니냐니깐, 아키라 아줌마."


결국 참지 못하고 그리 물어본 나루토와, 은근 궁금해하고 있던 사스케를 향해 히루젠이 뒷통수를 긁적이며 껄껄 웃었다.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할 비밀 하나를 들켰네요, '스승님' 하는 그 소리에 아이들이 엑 하고 뒤로 넘어졌고, 창백한 낯빛의 여자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히루젠을 가리키며 말했다.


"…히루젠이랑 단조랑 카가미가, 내 제자였어. 히루젠은 표면상으로는 2대 호카게님의 늦깍이 제자이기도 했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사실의 공개였다.




*****




히루젠이 간 후, 아키라는 비밀 함구령을 내리며 자신의 사연을 들려줬다. 자신이 늙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자신은 옛날부터 나이가 일찍 멈췄다는 것, 사실은 그 히루젠보다도 앞 세대로 태어난 사람(?)이며 원래 히루젠은 단조, 카가미라는 사람과 함께 자신의 제자였지만 표면적으론 히루젠 혼자서 2대 호카게의 제자이기도 했다는 것 정도였다.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는지 조바심을 내며 다음은, 다음은? 하는 나루토에게, 아키라는 조용히 뒷사정을 들려줬다.


"…난 나이가 많지만 왜인지 딱 20대 시절에 외모가 멈춰버렸거든. 그 뒤론 아무리 뭘 어떻게 해도 이 모양 이대로 살아야 되더라는 사실만 깨닫게 됬어.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다들 이상하게 봐서 ─ 물론 친한 친구들이라던가, 지금은 사별한 남편은 다 젊을 적에 죽었지만 ─ 히루젠이 호카게가 된 다음에 내 표면상의 신원을 주기적으로 바꾸는데 도와줬어. 그렇지 않으면, 나 정말로 유령 취급 당하는걸. 이미 암부 내에선 날 보고 지금까지 안 죽었냐면서 망령 암부 씨, 라고 부르지만……그래도 걔가 주기적으로 신원을 조작해줘서, 일할 때나 돌아다닐 땐 아무도 날 이상하게 안 봐. 뭐, 비정기적으로 잠들어야 할 때도 있어서 그 때쯤이면 사람들이 날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건 비밀이다. 우리 넷끼리의 비밀이야, 하고 새끼손가락을 걸라는 아키라에게, 나루토와 사스케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약속 보장한 대가로 오늘은 일락에 불고기 Q 가자, 하니까 나루토는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사스케는 그런 걸로 웃지 마 우스라톤카치 하면서도 이번엔 토마토 토핑 라면을 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 아키라의, '주기적으로 잠들어야 할 때' 라는 의미심장하고도 중요한 말을 놓친 것은 불행이었을까 다행이었을까.




*****




아키라는 기묘한 여자였다. 결국 겨울의 끝자락까지 그녀의 집에서 보내게 된 사스케가 그녀를 보면서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암부 출신이라길래 형을 아냐고 물었더니 아키라가 안다고 언급했다. 그녀에겐 형은 그저 착하고 천재였던 최연소 암부 분대장으로 기억되는 것 같았다. 착한은 얼어죽을, 하고 말하면서 형의 진상에 대해 (예전에 패악질 부릴 때처럼) 사스케는 모두 털어놨다. 아마 지겹게 반복된 레파토리였지만 그 때마다 네가 화날만도 하겠어, 하면서 그를 담담히 달래기만 했던 여자였지만, 사스케는 그녀가 좀 다른 반응을 내주기를 바랬다. 설마 지금까지 저렇게 얌전한 반응만 보였던 것도 딴에는 한솥밥 먹던 동료 겸 후배를 싸고 돈 건가 ─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키라가 문득 예상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를 했다.


"……네가 이 이야기를 밖에서 하고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만 알고 있어.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널 매우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 그건 온전히 네 형만의 잘못은 아니야. 물론 학살이라는 건 자의로든 타의로든 절대로 벌이면 안 되는 거긴 했지만……그걸 시킨 사람은, 따로 있어."


"…뭐?"


"시킨 사람이 따로 있다고. 그 사람이 네 형을 몰아새워서 일이 그 지경까지 간 거고, 지금 너와 ─ 여기서 같이 지내는 나루토도 노리고 있어. ……그 애가 어릴 적엔 그런 줄 몰랐지만,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이상한 것에 집착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거침없이 망가뜨리는걸 너무 자행하는 애가 되버렸어."


"그 새끼가, 마치 당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래."


누구야, 당장 말해!!! 당신도 한 패야??!!! 아는 사람이라고 지금까지 숨기고 말 안해주고 있었던거야??!!! 하고 발악하며, 사스케는 바로 아키라의 멱살을 잡았다. 정말 지독할 정도로 표정변화가 없는 그 담담함이 이제는 소름끼쳤다. 가장 가까운 데서 또 다른 원수의 관계자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보호자고 뭐고 죄다 가식이었단 말인가? 하고 깊은 배신감을 느끼며 사스케는 바로 옆에서 잠든 나루토가 깨질 않길 바라면서도 부러 큰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하고 7살의 아이가 맞아봤자 그닥 아프지 않을 주먹질을 내지르는데도 여자는 말없이 받아줬다. 그러다가 사스케가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때 쯤,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었지. 난 세 명의 제자를 두었다고.


그 중 카가미란 애는 착한 아이었는데 일찍 죽었어, 셋 중 가장 약하고 무른 애였거든. 히루젠은 ─ 카가미만큼 무르진 않았지만 정이 많은 애였지. 걘 표면상으론 아버지 제자이자 직위의 후계자였고……그리고 남은 애는 단조였어.


네가 나로부터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모두 듣고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일단 듣기 전에 참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약속해줄래?"




*****




여자의 이야기는 몹시도 오래된 세월까지 거슬러올라갔다. (그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갔다가 현재까지 돌아오는데 참은 사스케의 인내력을 칭찬해라) 그 시절, 아직 여자, 아키라가 늙지 않았던 시절, 그녀의 상사였던 2대 호카게 ─ 얼굴이 그렇게 닮았다는 걸 사스케도 느낄 정도였는데, 여자는 그 점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 가 애 셋을 맡겨놨다고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는 사람이라고는 2대 호카게나 임무 때마다 같이 뛰는, 그냥 서클렛 찬 사람들밖에 없었던 아키라가 꽤 인연을 깊게 맺은게 그 셋이었다고 했다. 


최초의 세 제자는 모난 것 없는 아이들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성품이 무르고 약했던 카가미는 사륜안까지 개안했음에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요절했다. 그를 떠나보냈고, 떠나보내기 전에 히루젠과 영영 사이가 틀어질법한 사연 ─ 그러니까 차기 호카게로 히루젠이 지목된 그 사연 말이다 ─ 을 겪은 뒤로, 단조는 뭔가 바뀌었다고 했다. 비틀림 하나 없는 줄 알았던 제자는 사실 팀 내에서 가장 에이스였던 히루젠에게 뒤쳐지기만 한다면서 열등감을 품었고, 이는 힘과 권력에 대한 집착과 악행으로 이어져버렸던 모양이었다.


그는 그 뒤로부터 혈계한계와 비전에 집착했다. 아키라가 그 전쟁을 겪고 나서, 뭔가의 사건이 있어서 '몇 년간' 잠든 동안 제자는 몰라보게 달라져있었다. 예전의 눈빛은 어디로 가고 힘에 집착하는 평범한 광인만이 남았다. 돌려보려고 햇을 땐 늦었다. 마을을 위해서라며 뭐든 했다. 그 말을 방패로 삼아서 자신을 위해서 하는 짓은 뭐든 했다가 더 정확하겠지만.


"그 애는 혈계한계라던가, 비전인술 같은 게 없었으니까 ─ 잡아다가 조사해도, 그런 걸 자기 몸에 옮기긴 쉽지 않았겠지."


그러다가 동술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었으리라. 백안과 사륜안 두 곳 중 유독 사륜안을 찍은 이유는 ─ 아무래도 백안 쪽이, 좀 더 얻기 힘들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아키라는 말했다. 뭔가를 더 털어놓진 않았지만 그 때만 해도 사스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면서 마침 마을 내에서 억압당하고 있었던 우치하 일족이 참지 못하고 마을에 반기를 드려는 사실을…그의 형을 이용해 알아낸 단조는 옳다구나 했다고 한다.


"난 그 때 수면기 상태에 돌입했어. 구미 사변 때 어떤 일 관련으로 ─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어서, 잠에 드는 편이 가장 마을에게 안전한 방편이었거든. 그 때 내가 깨어있었다면 히루젠이 날 보내서 네 형도 단조도 어떻게 막아봤을텐데…그게 안 됬어."


"왜 그 인간은 당신을 안 깨운건데……당신이 깨어있었다면, 형도 일족도 어떻게든 해볼 힘이 있으니까 그 노인네가 당신을 보낸다고 했을 정도잖아!!! 왜 할 수 있는데 안 해준건데!!"


"……이전에, 내가 잠들었을 때 단조가 ─ 멋대로 날 깨웠다가 거나하게 사고가 한 번 난 적이 있어서 그래. 그 때, 나도 나 스스로를 제어 못해서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엄청나게 죽이다가 정신을 차렸어. 그래서 내가 그 일이 끝나자마자 더 날뛰기 전에 스스로를 재워버린거지. 히루젠은 그걸 겪어봤으니까…깨우면 또 어마어마한 피해만 나오리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던거야. 그런 식으로 날 깨워봤자, 네 일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구하지 못하고 끝나리라는 걸 걘 그 사건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내 수면기는 나도 제대로 제어가 안 돼. 한 번 잠들면 언제 깨어날 진 알 수가 없어. 그 때 일어날 수만 있었다면 좋겠지만 ─ 그게 안 됬어. 그래서 그 애가 피해를 입히는 걸 냅둘 수밖에 없었어. 난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이타치 걔가 히루젠을 보러 갈 때나 깨어나서 전말을 들었지. 그리고 단조가 뒤에 있다는 사실은 그보다도 좀 더 후에 알아냈어. 걔는 널 걱정해서 너한테 진상을 감춰달라고 했지만 ─ 역시 그건 안 될것 같았어. 넌 반드시 캐물을테고, 잘못이 다른 곳에도 있다는 걸 알아야하고, 마을의 어둠에 대해서도 알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어둠 중 하나가 나야, 하고 여자는 쓸쓸하게 말했다. 이전까지의 담담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한 목소리의 수면 아래에 꿈틀거리는 무수한 죄책감의 소용돌이는 사스케의 눈에도 분명히 보였다.




*****




나뭇잎에서 하나 남은 일족 생존자가 충격적인 전말을 동안, 물의 나라 깡촌의 이즈나의 저택은 매우 조용했다. 역시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잠자리에서 곤히 잠든 오비토와 린에게 혹시라도 손이나 발이 날아갈까봐 두려워진 시스이는 이불과 배개를 조용히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벌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물의 나라는 남단에 있어서 눈 보기가 힘들텐데 ─ 별일이네."


"뭐하냐."


"으왓! 어, 언제 오신 거에요??!!"


싸락눈도 아니고 함박눈이 11월달부터 펑펑 오는게 영 이상하게 느껴진 시스이가 그리 중얼거리며 손으로 차가운 눈송이를 받다가,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인영 때문에 깜짝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하자 이즈나는 한심한 새끼, 하는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봤다. 그, 그렇게까지 보실 이유는 없잖아요…하면서 시스이가 웅얼거리자, 이즈나는 평상으로 그를 불러내다.


"잠 안 오냐?"


"네."


"나도 그래. 이 몸이 된 뒤로는 ─ 어느 시점부터인가 잠이 안 오게 됬어."


"…그럼 밤에도 이렇게, 밖만 돌아다니시는 거에요."


"자리에 누워봤자 찌뿌둥하기만 하고, 뭐 그렇지. 그나저나 오늘은 눈 오니까 딸애 생각이 나서, 눈 구경도 겸사겸사 했어."


딸, 이라고 운을 때는 이즈나의 목소리는 이전의 신경질적이거나 무심한 목소리와는 다른 형상을 띄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슬프고, 회환 뒤에 알 수 없는 분노나 울화가 어려있는듯한 복잡한 혼돈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시스이는 조심스럽게 제가 뭘 잘못 들었나요…딸애라 하셨는데, 하고 다시금 웅얼거렸다. 그러자 이즈나가 말을 또 늘어놨다.


"있었어. 쌍둥이었지. 하나는 날 닮았고 ─ 이미 명줄이 다해서 죽었을거야. 다른 하나, 그 불쌍한 애는 지금의 나나 늬들같은 신세겠지만.


나한테 그걸 가지게 하고 싶어서 한 때 안달났다가 비겁하게 튄 그 새낄 닮은 애였지. 그래도 한 번 만나보고 나선 엄청 착하고 불쌍한 애라는 걸 알았어. 하지만 ─ 이젠 늦었어. 걘 나처럼 되어버렸고, 토비라마는 그 애를 인간으로 기를 수 있었는데도 그러기 무섭다는 이유로 자율살상병기처럼 길러놨지. 그래서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어."


방금 이상한 단어가 튀어나온 것 같은데 ─ 2대 호카게의 이름이 왜 거기서 나오는거죠. 


안 나왔어.


아뇨, 저 분명히 들었어요.


안 나왔다면 말을 그만둬야지 왜 자꾸 캐물어. 놋그릇으로 두개골 깨질 때까지 맞아서 다시는 못 일어난 채로 평상에 뻗어있게 만들어줘?


아, 아뇨, 아뇨. 그나저나 현재 살아계신 따님은 ─ 나, 남편분(?)을 닮으셨다고……


그 말에, 이즈나는 잠시 침묵했다. 내리는 함박눈은 어느새 평상 위를 소복하게 덮고, 두 사람의 어깨와 무릎 위, 머리칼까지도 모두 덮어버린 뒤였다. 흰 눈 속에서 콕 박힌 산수유같은 붉은 홍체 위에, 하얀 구멍처럼 뻥 뚫린 흰 눈동자를 한 채 ─ 이즈나는 제 옷 위에 쌓인 채로 녹지 않은 눈을 손으로 짚었다.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눈을 시스이 쪽으로 들이밀며, 그녀는 말했다.


"머리칼이 눈처럼 하얀 애였어, 지 애비 닮아서. 꼭 눈 속에 처박힌 채 꽝꽝 얼어버린 산수유같은 눈을 하고 있었지."


이름에 뭔데요, 하고 청년이 마저 캐묻자,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산 여자는 회한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키라."



*****



토비라마가 이즈나 되살린 편에선 히카쿠에게 입양되서 호카게 된 그 아키라가 저 윗문단에서 나온, 나루토랑 사스케 맡게 된 아키라임. 둘이서 평행세계이므로 설정이 다름. 


아키라는 뭐, 반혼술로 되살아나서 정상이 아닌게 된 이즈나 몸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얘도 사후의 이즈나를 닮아서 뭔가 인외스러운 면이 있음. 수면기가 비정기적으로 존재하는 건 그 때 깨어있거나 강재로 깨우면 뭔가 거나하게 날뛰기 때문. 나중에 나옴. 


이즈나랑 아키라는 만난 적 있음. 이즈나는 아키라의 정체를 알아내서 자기 딸이라는 걸 알아봤지만 아키라는 토비라마가 그런 식(말이 닌자지 거반 자율살상병기)으로 길러서 지 부모도 모르고, 정보 접해본 적도 없고해서 엄마도 몰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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