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본인은 시흥이 나고 자랐던 고향이고...
지금은 단지 예전 집이 너무 좁아서 이사를 갔는데 그곳이 안산일 뿐인 어느 한 사람입니다. ㅎㅎ
요번에 시흥교통 20, 21, 23번이 단체로 노선이 좀 바뀌었는데 23번은 처음의 단원구청이 종점이던 시절을 벗어나 본오동의 태영아파트까지 가게 된 이후 시흥교통 1인자 노선으로 등극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만큼 배차도 10분 간격 정도로 괜찮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노선변경이 된 상태라도 계속 시흥교통의 1인자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생각되구요...

그렇다면 20번과 21번은 어떨까요??
이 두 가지 노선을, 노선변경에 따른 Before & After로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1. 시흥교통 20번

-Before.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안 보이던 기존 노선

21번이 지금과 같이 태영아파트를 가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20번이 그 대타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들어와주게 되었는데...
사실 이 20번은 40분에 한번꼴로 다니던 차편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20번이 승부를 봐야 할 곳은 사실 시흥 능곡지구 여기 단 한곳뿐입니다.
이유는, 나머지 안산 구간은 동명아파트를 기준으로 서쪽 구간은 77번한테 무조건 밀리게 되어 있고 동쪽 구간은 선부동에서 중앙동으로 내려가는 수많은 노선들 때문입니다. 20번은 이들보다 배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가는 메리트가 있지도 않아서 전혀 숨쉴 수 있는 틈이 없습니다.
사실 노선 변경되기 전의 20번하고 21번이 선부동에선 21번과 더불어 중앙역 "앞" 으로 한방에 가는 유이한 시내버스다보니 안산쪽에서도 이용객이 아예 없기만 한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이건 동명아파트 이후 중앙역까지의 구간에서는 77번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그럴 뿐입니다. 동명아파트 인근에서 전철을 타려면 77번을 타고 초지역으로 가는 것이 돌지도 않고 제일 빠르기 때문인데, 77번은 배차까지 좋으니 사람들이 죄다 그리로 갑니다. 초지역에서 버스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90% 이상 77번 타고 가려는 손님들이라고 생각하면 빠를 지경이니 알만하지요. 이 현상은 노선 변경되기 전의 같은 회사 21번에서도 발견되는 것이었는데, 동명아파트 서쪽 구간에서는 동명아파트 손님이나 안산역 손님들 소수 말고는 타는 손님이 없다시피했어요. 물론 다른 노선들의 영향도 있지만, 77번의 존재가 제일 크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20번은 동명아파트 동쪽 구간에서 중앙역 내리는 사람들이 이용을 하게 되기는 하는데....
문제는 이쪽 구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중앙역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쪽은 거의 대부분 중앙동으로 불리우는 안산 시내로 갑니다. 따라서 중앙역 앞으로 버스가 굳이 가줄 필요는 없게 된 거죠. 중앙역 앞으로 안 가면 전철은 어떻게 이용하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대앞역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대앞역으로는 가는 차들이 굉장히 많고, 가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20번의 안산 구간은 이처럼 정말 처참하기 때문에 능곡지구에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20번이 여기서도 97번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97번은 동명아파트, 고잔역을 가고 20번은 동명아파트, 중앙동, 중앙역을 가는 차이가 있다지만, 사실 능곡지구~전철역 구간을 놓고 보면 두 노선은 그 존재목적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고잔역이나 중앙역이나 둘다 전철역인데다 서로 이웃한 역이고, 동명아파트야 두 노선 모두 가는 게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97번은 물론 중앙동은 가지 않기는 합니다만....이것마저도 97번 타고 갔다가 동명아파트라든가 선부주공 15단지 같은데서 다른 차 자주 다니는 걸로 환승하면 끝납니다.
그래서 배차가 좀더 짧은 쪽이 주도권을 갖는 구조가 되는데, 97번은 방학 감차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꽤 성장을 했습니다. 배차간격도 충전 때문에 지체되는 낮 시간을 빼면, 기다렸다 탈 만한 정도는 됩니다(물론 이건 사실 능곡지구뿐만 아니라, 고잔신도시와 선부동 승객들 덕택이기도 하지만...). 게다가 능곡지구에서 동명아파트를 가는 데에는 97번이 더 빠르기까지 합니다. 20번은 능곡지구를 나와 안산으로 내려오는 동안 도일사거리 신호 등등에 걸리기 때문에(이 사거리의 신호 간격은 상당히 깁니다), 동명아파트까지 실제 소요시간은 97번과 차이는 크게 안 날 수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97번이 더 빠르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20번은 처음 생길 때부터 썩 잘 오는 차편이 아니기까지 하니... 능곡 사람들 입장에선 굳이 20번 "만" 마냥 기다렸다 탈 이유는 사라지게 되지요. 저도 능곡지구에서 좀 색다르게 안산으로 가고 싶을 때 타곤하는 차편이 20번이 아니라 97번일 정도였으니...희망이라고는 영 찾기가 힘든 20번이었습니다.

- After. 에리카캠퍼스 연장이 또다른 빛이 되어줄 것인가?

수요로만 보자면 빛이 될 가능성 40, 변함없을 가능성 60입니다.

아직 방학기간이긴 합니다만... 에리카캠퍼스에서는 노선 변경으로 인한 혼란은 배차간격 말고는 크게 없을 것입니다.
20번 연장구간은 기존 21번 다니던 거 100% 그대로 가는 것이고, 에리카캠퍼스에서는 중앙역으로 가려고 21번을 타는 거라 기존 승객들이 20번으로 옮겨올 것은 불보듯 뻔하지요. 물론 에리카캠퍼스에서 탔지만 중앙역보다 더 올라가는 사람도 있기는 있는데, 이들은 집이 선부동 주변이라서 그런 것입니다. 에리카캠퍼스 학생들의 거주지가 주로 안산이던 시절은 이미 10년정도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016년 현재로서는 선부동에서 에리카캠퍼스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비중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배차간격을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절대적인 정도까지는 되지 못합니다. 이건 기존 21번에서도 보이던 현상이었는데, 에리카캠퍼스 학생들의 주된 통학경로 때문입니다. 에리카캠퍼스의 경우에는 서울이나 안양 쪽에서 4호선을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사람들이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고 한대앞역까지 온 다음,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 타고 학교로 들어오면 그만입니다.
이 때문에 10번이나 기존 21번의 간격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주된 통학로에서 빗겨나다 보니까 이용하는 학생들이 생각만큼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21번도 기다리면 정말 더럽게 안 오는(최소 25분 간격;;;) 버스편이었기 때문에 20번이 에리카캠퍼스로 연장되었다고 해서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리카캠퍼스 연장되었다고 20번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려면 학교 셔틀버스가 사라져야 할 텐데, 신안산선이 많이 늦기는 했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게 확정됐고 중앙역에서 4호선과 환승이 될 거라는 걸 고려하면 변화는 뜬구름 잡는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20번은 21번보다도 더 안 오는 차편이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존 21번은 에리카캠퍼스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제일 빠른 버스편이었기에 그 배차간격에도 이용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20번의 이용객은 중앙역이 종점이던 기존보다는 늘어날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앙역~에리카캠퍼스 구간을 뺀 나머지 대부분의 구간이 그야말로 처참한데다, 에리카캠퍼스 학생들의 주된 통학경로 상 20번이 한대앞역으로 가는 이변이 있지 않는 이상은 증차가 되더라도 기존 21번의 간격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20번은 현재 상황을 봤을 때, 그 정도라도 간격이 좁혀진다면 분명 노선 연장하고 학교버프를 받기는 받는 게 되지요.

그러나 저는 빛이 될 가능성 60, 변함없을 가능성 40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 따른 것입니다.
기존 21번의 경우에는 안산역에서 북동쪽에 있는 동명아파트로 올라갔다가 중앙역을 향해 다시 남동쪽으로 기수를 트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운행경로를 지도에 나타내 보자면 안산시내의 타 노선들, 그리고 이웃 도시인 시흥시와 연계된 노선망을 짜기에는 시화를 제외하면 꽤 애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번의 경우에는 지도에 운행경로를 나타내 보면 북서쪽의 시흥시청에서 출발해서 남동쪽의 에리카캠퍼스로 내려가는 단순한 모양이기 때문에 추후 노선 연장이나 단축 등이 수월해질 것이고 추후 타 노선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받게 될 가능성도 생깁니다.

비록 20번에게 놓여있는 조건이 너무 가혹하기는 하지만 97번이 능곡지구까지만 올라가는 관계로, 시흥시청 앞 장현지구에 사람들이 입주해서 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또한, 노선 연장과 변경이 수월한 운행경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추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구요. 사실 버스회사에게 있어 버스노선은 장기판의 장기말과 같기도 한데, 어떤 노선의 운행경로를 변경함으로 인하여 다른 회사의 노선 또는 자기 회사의 노선에 좀더 승객이 많아지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때문에 20번을 에리카캠퍼스로 연장했던 것 같은데, 제가 시흥교통 노선계획 담당자라도 20번을 한양대에 넣었을 것 같네요...

2. 시흥교통 21번

- Before. 선부동~중앙역, 그리고 중앙역~에리카캠퍼스 두 가지 이동욕구만 어느정도 해소시켜 준 노선

위에 20번 이야기하면서 기존 21번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안산역 서쪽 구간이야 지금도 변동 없으니 제끼고...
안산역 동쪽 구간은 위에서 말한대로 동명아파트를 기점으로 수요가 나눠지는데 안산역~동명아파트 구간은 다른 차편들도 많은데다가 77번이 있기 때문에 손님들을 많이 빼앗겨서 승객이 없습니다. 선부동에서 77번을 탄다는 건, 신안산대학 통학생이 아닌 이상은 초지역으로 가겠다는 이야기거든요 ㅎㅎ

동명아파트 동쪽 구간은 77번이 가지 않기 때문에(덕성초에서 만나기는 합니다만... 이 때문에 여기서도 21번 먼저 오니까 그거 타고 중앙역 가겠다는 손님 말고는 역시 이용객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타기는 타는데... 문제는 이 구간은 자유센터, 중앙동으로 내려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물론 중앙동은 21번도 가기는 하지만 자유센터는 안 가기 때문에 이 손님들은 놓치게 되어 절반 이상 손해보고 시작하게 되지요.

에리카캠퍼스 승객은 물론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에리카캠퍼스 학생들의 주된 통학경로는 서울이나 안양쪽에서 4호선을 타고 오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21번은 대학교를 들어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노선길이마저 길다보니 증차를 하기도 곤란했을 듯 하구요. 이렇기 때문에, 21번은 선부동~중앙역, 그리고 중앙역~에리카캠퍼스 두 가지의 이동욕구만 어느정도 해소시켜 줄 뿐이었습니다.

- After. 여전히 틈새노선이지만, 이번에는 통학버스로 변신~!

이번에 변경된 21번 운행구간의 특징은 태영아파트에 오던 23번 대체와 더불어 99-1번의 상록수역~부곡동 수요 분산도 있지만, 통학불편을 해소시켜주는 기능 또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변경된 21번이 지나가는 경로에 위치한 학교들은 서울예대, 광덕중학교, 성포중학교, 부곡고등학교, 안산공고 그리고 부곡중학교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서울예대나 광덕중학교, 성포중학교는 20-1번이 가기도 하거니와, 애초부터 이곳은 중앙역 쪽에서 77번을 타고 접근하는 것이 제일 갑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21번의 역할은 20-1번의 배차간격을 줄이는 효과 정도가 될 것입니다(20-1번은 15~20분 정도 간격인데, 이 정도 배차간격이라면 은근히 많이 기다린 후에 버스가 하나 오는 정도가 되지요. 저도 20-1번은 좀 기다려서 타봤던 것이 대부분이라, 20-1번을 타고 싶은데 그게 금방 온다고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ㅎㅎ).

그러나 21번이 안산공고, 부곡고등학교 등을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사건인데요...
왜냐하면 선부동이나 원곡동을 비롯한 안산시 서부에서 안산공고를 한번에 가는 차편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쪽 지역 중고생들이 부곡동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20-1번과 320번을 타야만 하는데다가, 특히 안산공고의 경우에는 환승을 한번 하거나 도보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320번의 경우, 301번과 마찬가지로 중고생 현금승차에 한해 요금을 싸게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산공고 앞에는 99-1번밖에 오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선부동에서 월피동이나 부곡동의 학교로, 또는 그 반대로 통학하려면 꽤 불편한 편이었는데 이번 21번 노선변경은 그걸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변경으로 보입니다. 21번은 이번 노선 변경 이후 토탈 3대가 증차될 예정이고, 99-1번의 수요 분산과 태영아파트 앞의 버스편 역할도 겸하게 되므로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은 노선변경으로 보이네요. 상록수역에서 부곡동으로 가는 버스편은 그동안 99-1번하고 301번 좌석버스 단 두가지 뿐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21번은 부곡동 주민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입니다.

비록 한양대 입장에서는 21번보다 더 안오는 20번이 들어와서 배차간격 면에서는 조금의 불만은 있겠지만, 20번은 이번 노선연장 전에도 잘 안오는 차편이었기 때문에 연장하거나 말거나 기다리는 정도는 비슷비슷합니다(시간표를 보고 이용해야 한다는(...)). 그렇지만 학교버프를 받아 기존 21번 정도로는 증차가 될 가능성은 열리게 되었고, 21번과 23번이 새로 지나가게 된 곳들의 경우에는 득이 되는 요소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번 노선변경은 적절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번과 21번, 그리고 23번까지 세가지 노선 모두 이번 노선변경으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셋 다 윈윈하는 것이 될 거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