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에 들어갔을때 첫 관측에서 형들이 보여준게 알비레오 였는데..
첫 관측날이 이과동아리 연합으로 그날 수업 빼고 서울대 견학 다녀온 날인데 오후에 너무 더워서 고생했다고 부장형이 그날 야자 빼고 관측 할수있게 허가를 받아와서 옥상에 자리를 잡았었지.

사실 우리 기수에 이쪽에 흥미가 있어서 온 사람은 없고 다들 다른데 지원하고 떨어져서 오거나 기간 놓쳐서 남는곳으로 온 케이스라 별로 의욕이 없었어. 더군다나 그때가 8월이었는데 그때까지 관측은 한번도 못해보고 낮시간에 이론 같은거만 배워서 다들 와서 멍때리기만 하고 가곤 했어

그래도 쪄죽도록 고생하다 와서 야자까지 해야하나 했다가 야자를 빼준다니까 옥상까지 장비만 옮겨놓고 우리끼리 노가리나 까면서 빈둥대고 있었는데 7시 반쯤이었나 그때 형들이 우리를 불렀어.

무슨 교육을 한대서 다들 폰 끄고 얘기를 들었는데 암순응에 대해서 설명해줬어. 대충 어두운데 오래있으면 눈이 적응해서 잘 보인다 이런 얘기를 10분정도 해주고 갑자기 아무말도 안하고 조용히 하늘을 가리키더라고.

처음 10초정도 우리 입에선 감탄사가 나오고 그리고는 1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계속 밤하늘을 봤던거같아. 어두운 하늘에 촘촘히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훨씬 박혀있던 별들. 특히 베가가 너무 눈에 잘 들어왔어. 이론시간에만 들었던 대삼각형이 눈에 또렷이 보이는게 너무 충격이었지.

그리고는 망원경 앞으로 모여서 돌아가면서 알비레오를 보여줬는데, 아직도 그 노란색과 푸른색이 빛나는 모습이 또렷이 기억날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어. 평소엔 억지로 동아리 시간에 참석하던 우리였지만 그날은 야자가 끝나는 시간까지 밤하늘이랑 더블더블 등등 을 보면서 시끄럽게 서로 느낀것들을 얘기한 기억이 난다.

우리 기수는 동아리 활동에 소극적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생기부에 도움이 되건 안되건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지. 오전7시부터 오후10시까지 학교에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가끔 있는 관측이 그런걸 좀 덜어주지 않았나 싶다.

화학 버리고 지구과학을 그때부터 공부하고 관측 없는날인데 구라까고 야자째지만 않았어도 지금 재수학원을 안다닐텐데. 씨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