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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종주 눈동자 오나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12) 2017.07.24 05:13:21
조회 1161 추천 90 댓글 3

														

작은 아이가 긴 복도를 걸어 누군가의 방으로 향한다. 제 몸뚱이만한 세숫대야를 들고 있어 힘에 부쳐 보이건만 표정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밝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방 안에 앉아 소년을 기다리는 남자의 얼굴은 영좋지 못했다.

“앗!!! 공자님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미간을 작게 찌푸리고 있던 매장소가 내려앉은 근심을 털어내 듯 고개를 돌리곤 대답했다.

“그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시지요? 제가 얼른 마저 준비할게요!"
"괜찮아. 급할 것 없다."
"소셋물! 소셋물!"
"소소?"

저러다 또 넘어지지. 천천히 가도 괜찮은데. 뭐가 급한지 제 대답을 듣기도 전에 뛰어 나가는 소소였다. 매장소는 아이를 붙잡으려 뻗었던 손을 어색하게 그러쥐고는 대신 턱을 괴었다. 달려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는걸 알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싶은 요즘이었다.

소소는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매장소가 노각주에게 직접 부탁한 시종이었다. 겨우 의식을 차렸을 때부터 눕혀 달라 일으켜 달라 물건을 가져와 달라 부탁할 일이 차고 넘쳤으니까. 하지만 별채에 사람이라곤 환자인 자신을 포함해 단 둘 뿐이었고 그 인물은 영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는 의원이지 시종은 아니잖은가. 노각주가 직접 골라 보낸다기에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겠지 했는데 저리 작은 아이가 오다니.

금릉의 귀공자로 나고 자라 시중을 받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지만 소소는 유독 체구가 작았다. 이렇게 큰 자신이 열 살 남짓한 아이에게 도움을 받다니. 랑야각 나름의 철칙이 있겠지만, 사내로써 영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매장소가 결국 참다못해 아이를 물려 달라 린신에게 말했을 때 소소가 울며불며 매달리지 않았다면 다시 각의 일을 하게 됐을 것이다. \'비둘기 관리\'라... 제 시중보다는 분명 나을 것 같은데도 소소는 고집을 부렸다. 각원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일이라는데 비둘기라는 말만 꺼내도 아이의 눈에 서러운 눈물이 그렁거렸다. 비둘기 고것의 목이 까딱까딱 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나? 애초에 린신 때문에 시종을 부탁한 것이거늘, 작은 소소 때문에 결국 원점이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를 보며 매장소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동이를 품에 안고 뒤뚱뒤뚱 걸어오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애쓰는 것이 귀여웠다. 매장소가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아주 작은 변화였다. 웃음하나 나올 구멍 없는 매장소의 단단한 마음에 아이는 한줄기 웃음이 되어주고 있었다.

-
퐁-.

바닥을 구르던 동그란 물체가 맑은 소리를 내더니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공자님!!!"

소소가 넘어진 매장소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연못과 매장소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소소가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거렸다.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짧은 순간이었지만 소소가 무언가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켜 연못앞으로 달려갔다. 아이가 신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매장소가 외쳤다.

"소소!"

제 부름에 아이가 시선을 돌리자 그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이리와."
"...하지만 팔찌가... 공자님...팔찌가"

눈물을 매달고 있는 소소를 향해 매장소가 손짓했다.

"이리 오래도. 소소, 쇠붙이보다 먼저 날 일으켜 줘야지. 몸에 힘이 없어 혼자 일어날 수가 없구나."

엎드린채로 상체를 절반쯤 일으킨 그가 곤란한 듯 웃자 아이는 결국 힘없이 걸어왔다. 매장소는 제 몸의 절반 밖게 안 되는 소소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엉덩이를 깔고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허벅지며 종아리 근육이 놀랐는지 일어서는 것은 무리였다. 역시 산책은 무리였나.

"괜찮다."
"..."  
"그렇게 아끼는 것은 아니었어."

거짓말. 그가 항상 손에 쥐고 있었던 물건이란 걸 소소는 잘알고 있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매장소를 보니 겨우 참고있던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게다가 그의 옷이며 신발이 흙으로 엉망이었다. 소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운 손에도 생채기가 생겼을 것이다.

\'내가 연꽃을 보러가자 하지만 않았다면...\' 소소가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몰래 산책길에 올랐던 두 사람은 각원들에 의해 발견됐고 린신의 품에 안겨 별채로 돌아온 매장소가 크게 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노각주가 린신편에 보냈던 서류더미 가장 위에 그것이 올려져있었다. 어찌 이것을 잊고 있었단 말인가. 정식으로 적염군에 적을 올릴때 아버지가 직접 채워주었던 것. 그날 이후 한시도 떨어뜨려 놓지 않았던 물건. 은빛 팔찌를 마주하자 잠시 잊었던 과거가 한순간에 몰려들어 자신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하루하루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한동안 손에 쥐고 놓지 않았던 것이 사라지자 생각보다 공허함이 컸다. 팔찌의 빈 자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시큰거렸다. 매장소는 저도 모르게 손목을 쓸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아나? 장소, 한숨이 늘었네."

모로 누워 그를 바라보던 린신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매장소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할 뿐 시선을 다시 서책으로 돌렸다. 눈은 글자를 쫒고 있었으나 장은 넘어가지 않고 계속 제자리였다.

"오늘은 일이 없는가...한동안 바쁠거라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근데 자네 치료만큼 중한 일은 없다고 얘기했잖아. 뭐, 각의 일이니까 노각주가 알아서 하시겠지."

그러니까 내 치료 때문에 각의 일도 미루셨다? 언제나처럼 말 한마디로 매장소의 속을 뒤집는 린신이었다.

걱정거리라면 이미 차고 넘쳤다. 분기별로 계획하고 있는 일부터 가깝게는 며칠 전 있었던 일까지. 그래, 아이에게 웃어주고 태연한척 했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이 어떤 물건인데. 적염군과 저를 잇는 유일한 물건이건만.

그런 소중한 것을 어이없는 실수로 연못에 빠뜨린 것이다. 소소는 산책을 나가자고 한 자신을 탓했지만 아니란 것을 매장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임수의 손목에는 딱 맞았던 물건. 하지만 그가 다시 태어난 후 팔찌는 주인이 아니라는 듯 커져있었다. 인정하기 싫어 더 품에서 놓지 않았는데 역시, 자격이 없다는 것일까.

매장소는 결국 같은 구절을 반복하던 책을 덮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처럼 밖을 향해있었고 작은 손이 손목을 쓸다 소매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음, 혹시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 말해보게. 뭐든 내가 도와줌세."

하지만 매장소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상태 그대로 고개를 모로 저을 뿐이었다.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꼭 저런 표정. 근심에 찬 옆모습은 아름답지만 또 울적해보여 린신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임에도 그랬다.

자신이 그렇게도 못 미더운 것일까. 기꺼이 이용당해 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매장소는 원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일까? 그 쇳덩어리가 저이에겐 어떤 귀물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란 걸 린신도 잘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이 더 타들어 갔다. \'꺼내줘\' 이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자신을 보지 않는 그를 돌려 놓고 말거라고 저 고집을 꺾어 놓고 말거라고 린신은 다짐했다.

"알겠네. 어디 자네 마음대로 해보게."

매장소의 옆모습을 보는 린신의 입매가 심술궂게 비틀어졌다.


"...하지만 손쓰려면 서둘러야 할거야. 진흙 속에 파 묻히면 점점 찾기 어려워 질테니까."



각주종주 린매

각주종주는 자존심 때문에 오지게 싸웠을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지는건(져주는 건) 린신이겠지...
날이 더워서 벙벙이들 다 녹아버렸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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