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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레비아가 정식 PV 본 소설

브로가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28 22:25:03
조회 2785 추천 33 댓글 21

 한강 대교. 밤낮 가릴 것 없이 다리 밑 강변길에서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 데이트하는 연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다리 위로는 수많은 차들이 지나가는 서울의 명소다. 특히 밤에는 차들이 내뿜는 불빛이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멋진 끈을 수놓아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늘 사람이 가득할 것만 같은 한강 대교도 깊은 새벽이 되면 사람의 발길이 거의 끊기고 다리 위를 지나가는 차량도 확 줄어든다. 가끔씩 차가 지나다니며 휑한 소리를 낼 뿐, 그 밖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한강은 적적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정적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 새벽 시간에, 그것도 특히나 인적이 드물고 어두침침하며 구석진 곳. 거지나 노숙자, 또는 부랑자 따위나 있을 법한 이곳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고급 비단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것 같은 아름답고 윤기가 나는 머릿결. 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탐스러운 골반으로 무장한 쫙 빠진 몸매. 그러나 성숙한 몸매와 반대되는 선하고 앳되어 보이는 얼굴. 그녀의 머리에 나있는 앙증맞게 돋아난 뿔은 마치 뿔이 달린 머리띠를 쓴 것 같았다.


 그렇다. 뿔이 달린 머리띠를 쓴 게 아니라, 정말로 그녀의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었다.


 뿔만 빼고 본다면 귀한 부잣집 아가씨 같은, 아니 마치 동화 속의 공주님 같은 소녀의 모습을 한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차원종이었다. 소녀, 레비아는 한 쌍의 쿠크리를 앞에 두고 조용히 서있었다. 말이 없던 그녀는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타 님, 그거 아세요? 어제, 제 PV가 나왔어요.”


 한 차례 심호흡을 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듣는 이라곤 아무도 없건만, 그녀는 ‘나타’라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제 PV도 검은양 팀 분들보다 늦게 나왔어요. 정확히는 어제 오전에는 정식 대원 업데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PV가 나왔어요. 저… 그리고 PV는 딱히 예쁘진 않았어요. 그냥… 이전에 쓰던 배경음에, 이번에 나온 정식 스킬을 소개하는 정도였어요. 나타님이 예상하시던 특별한 효과라던지… 소개 영상 같은 건 없었고요. 아, 나타님과 비슷한 오디오 무비는 있었지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레비아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PV는 보통 업데이트 하루 전에 올라오는 것이 정상인데, 레비아는 이상하게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또한 딱히 이쁘지도 않은 자신의 PV를 그 누구라고 좋아할까. 그러나 레비아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은 자신의 PV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정식 스킬 중에서 참… 애매한 게 하나 있었어요. 뱀의 연무라고…. 제가 적에게 원혼을 던지고 그게 적에게 적중하면, 제가 그 적에게 접근해서 몇 번 제 무기를 휘두르는 건데…. 거의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상부로부터 하달 받은 스킬 중 가장 난감했던 뱀의 연무. 분명히 스킬 설명은 ‘원혼의 힘으로 마성을 해방시켜 무자비하게 적을 공격한다.’였다. 그러나 정작 레비아가 스킬을 시전하자 적에게 재빠르게 이동하더니 귀엽게 폴짝폴짝 뛰면서 무기를 몇 번 휘두르는 게 아닌가. 그나마 마지막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정말로 그냥 휘두르는 것으로만 끝이었다면 레비아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으리라.


 “정식 대원복도 그래요. 상의의 천은 거의 다 뜯어내서 등은 전부 드러내놓게 되었고요, 하의는 여전히 타이즈긴 한데… 그게… 옆부분을 전부 잘라버려서 다리가 그대로… 어…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살짝… 우으으….”


 자기가 말하면서도 부끄러웠는지, 레비아의 새하얀 얼굴이 토마토보다도 훨씬 새빨개졌다.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던 레비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또 다시 찾아온 정적. 시원한 강바람이 달아오른 레비아의 얼굴을 식혀 다시 고운 하얀 빛으로 되돌려놓았다. 그럼에도 레비아는 좀처럼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깐, 레비아의 어깨가 들썩이는 듯 했다. 그리고,


 톡.


 “우으… 흐, 흑흑… 으으….”


 눈물은 레비아의 뺨을 타고 턱 끝까지 내려오다가, 끝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분명 내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나타님이 싫어하시겠지.


 알고 있지만,
 잘 알고 있지만….


 레비아는 좀처럼 눈물을 멈추질 못했다.


 “왜… 왜 그러셨어요….”


 어깨의 들썩임이 더욱 심해지더니, 레비아는 아예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알아요…. 저는 PV에 불만을 가지면 안 되는 거…. 스킬 가지고 투덜거리면 안 되는 거…. 정식 대원복으로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거…. 하지만…, 하지만…!”




 “하루 늦은 거나 4일 늦은 거나, 늦은 건 똑같아! 그게 아니라면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내가 먼저 한 건 터뜨린 덕분에 네 PV가 그나마 제때 제대로 나온 거라고!”


 “뱀의 연무? 그렇게 굼뜬 움직임으로, 일을 할 수나 있겠어? 약해빠진 녀석!”


 “하! 옷이 아주 너덜너덜 하구만! 옷 정도는 제대로 된 걸 입고 다니라고!”



 지금도 귀에 선명히 들리는 것 같은 목소리. 아마 내 PV를 직접 봤다면 그 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겠지.


 날카롭게 날이 선 격양된 어조.
 절대 자신이 남에게 뒤처진다는 것을, 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
 항상 제멋대로에 난폭하기 짝이 없는 사람.


 그러나 왠지 싫지는 않은, 이상하게 따뜻한 남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그래서 자유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남자.


 “나타 님이… 나타 님이 그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누구 때문인데요…. 내가 목숨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누구 때문인데…!”



 “난 말이야, 차원종이 싫어.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건… 너처럼 살 의지가 없는 녀석이라고…!”
 “난 용병이 될 거야. 누구에게 지시받아서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선택해서 하는.”
 “난 자유로워질 거야…! 그래서…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놈들을 모두 썰어주겠어!”



 “그랬던 나타 님이…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애쓰신 나타 님이 왜…!”


 8월 17일. 나타의 정식 PV가 올라온 날이었다. 정식 대원 업데이트는 13일에 이루어졌으니 검은양 팀 멤버들과 비교하면 5일이나 늦게 올라온 것이다. 정식 대원복, 정식 스킬 순으로 고통 받던 나타에게 PV는 결정타로 다가왔다.


 레비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그러나 그것이 나타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어쩌지?
 그것이 나타님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부대를 이탈해 한강 쪽으로 달려간 나타.
 한강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물기둥.


 그리고 트레이너가 강바닥에서 찾아낸, 나타의 쿠크리.


 “죄송해요…. 죄송해요… 흑흑….”


 도대체 무엇이 죄송하다는 걸까.


 나타보다는 PV가 일찍 나왔다는 것?
 나타보다는 정식 대원복이 멀쩡하다는 것?
 나타보다 정식 스킬이 강력하다는 것?



 아니면 나타가 힘들어할 때, 소심한 나머지 그를 잡지 않았다는 것?


 “저번에는 제가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엔 제가 손을 내밀었어야 했는데….”


 레비아는 연신 사과했다.
 받아줄 사람도 없이 전해지지 않을 사과를.


 눈은 이미 시뻘겋게 충혈된지 오래였고, 목은 쉴 대로 쉬어버려 꺽꺽대는 소리만이 기어 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직도 이곳에 있었나, 레비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굵고 무거운 목소리. 늑대개 팀의 처리대장, 트레이너였다.


 “트, 트레이너 님? 어째서 이곳까지….”
 “네 목에 있는 초커를 작동시켜도 도무지 반응이 없길래 말이지. 강해지는 것은 좋지만, 대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라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네? 아, 아….”


 레비아는 그제야 목의 초커에서 전해지는 차원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정도의 압력.


 “꽤나 감상적이 된 것 같군. 차원종이면서도 전우애 비슷한 것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죄, 죄송해요! 그런 게 아니라….”
 “됐다. 이미 네가 사람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트레이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강물을 바라보았다. 레비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강물로 눈을 돌렸다.

 저 강바닥 어딘가에 있을 나타.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강물은 무심하게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저… 트레이너 님. 나타 님은 이제… 자유롭게 되신 걸까요…?”
 “글쎄, 모르겠군.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 자신을 구속하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도 볼 수 있고, 그저 현실에 굴복하고 도피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
 “그, 그런….”


 여전히 트레이너는 냉정했다. 그리고 그만큼 강했다. 최근의 사건으로 분명히, 늑대개 팀의 인원들은 각자의 유대가 생겼다. 짧다면 짧다지만, 그래도 결코 가볍지 않은 유대. 그 유대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너는 그 아픔을 딛고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소 너무하다고 느끼면서도, ‘과연 트레이너 님이시구나.’하고 레비아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이제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레비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트레이너 님. 저는… 강해질 거예요.”
 “힘을 기른다라. 뭐, 좋은 목표다. 그래서 강해지면 뭘할 생각이지?”
 “그래서, 나타 님의 몫까지 열심히 싸우겠어요. 그리고… 제 자신도 지켜낼 거고요.”
 “…좋은 각오군. 한 번 기대하도록 하지.”


 어느덧 저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 강변은 이른 아침의 푸르름을 비추고 있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면서 늑대개 팀은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그의 공백을 채울 정도로 더욱 강해지겠노라고.


- - - - - - - - - - - - - - -


레비아로는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결국 나타를 추모하는 걸로….

나타가 행복해지는 결말도 있긴 한데 그건 힘이 좀 빠지기도 빠지고…

나중에 올리든가 하지 뭐.


암튼 요새 레비아 인성을 타락시키는 글이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는 레비아 쟝의 인성이 ㅆㅅㅌ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내야한다…


나타도, 레비아도 애껴욧!

늑대개 애껴욧!


p.s. 이 씨발 좆같은 금지어.

하여튼 광고쟁이들 다 나가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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