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이런 글을 올려봤자 좋을 것은 없지만..
저를 좋게 봐주셨던 분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한 번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조용히 적고 갑니다..

저는 송사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사건을 계기로 하게 된 직장인 생활이지만
돌이켜보면 이리채이고 저리채이며
불안정하게 살던 이전보다는
일상을 규칙적으로 보낼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마음 편하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오디션을 볼 때든 친구들을 만날 때든
자신을 자꾸 숨기고 살아가는 기분이었는데,
강제로 사건이 터진 것이 발단이기는 하지만
저의 문제를 인정하고 얘기나눌 수 있음이 좋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당시의 일에 대해서
무엇은 사실이었고 무엇은 소문이었는지
주변과 편하게 얘기를 나누며
지난 일로 마무리하려는 중에 있습니다.

다만, 제 주변 분들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끝나지 않을 일일 것 같습니다.
제 곁에서 자리를 지켜준 가족들과 친구들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준
연기자 선배님들과 작가 선생님들과
기자님들과 동료 분들,
당시 피해를 끼쳐드린 여러 관계자 분들,
그외 질책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많은 팬 또는 팔로워분들까지
우선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고
답을 다 일일이 안 하고 잠수타서 죄송하고
그럼에도 종종 응원을 해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위로해주시려는 의도에서
"네가 운이 없었다, 하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요..
저는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한 사람이 그후에 끊어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런저런 사례와 정보를 보면 아실 수 있는 것처럼..
저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으므로
더 몸 상하고 마음 상하기 전에
강제적으로 차단된 건 감사할 일인 것 같습니다.
계속 저와 가족을 위해 단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의 제 과제겠지요.

구치소에 있던 석달 동안 독서를 많이 했는데요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와일드>였습니다.
저도 그 책의 저자 분처럼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반성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2017년 잘 마무리하시고
원하시는 일 다 잘 이루시길 바라구요,
저 또한 새로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