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벌들은 군집을 이룬다.

그래서 싸울 때도 닝겐들이 전쟁하는 것마냥 싸운다.

싸우는 이유와 양상은 천태만상이다.

알아보자.

일단 벌들은 굉장히 독특한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암컷은 다른 동물들처럼 염색체가 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수컷은 쌍을 이루지 않고 그냥 하나씩만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수펄은 그냥 움직이는 정액탱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벌들의 전쟁을 낳는 요인이자,

벌이라는 생물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저런 독특한 염색체 덕분에 여왕벌의 자녀들은 유전자의 75%를 공유한다

닝겐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형제가 50%만을 공유하는 것에 비하면

일벌들끼리의 유대가 끈끈한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반면 여왕과 일벌들은 50%를 공유한다

즉 일벌 입장에서는 여왕벌보다 동료일벌들을 더 친근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수펄과 일벌은 25%만이 같다, 그래서 수펄은 푸대접받는다

일벌 입장에서는 굳이 내가 섹스해서 내 유전자의 50%를 물려받을 자식을 낳는 것보다

여왕님을 잘 보살피고 군체를 성장시켜서

나랑 75%가 같은 자매들을 많이 불려나가는 것이 이득이라는 얘기임

문제는 군체의 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왕이 쇠약해질 경우다

꿀벌의 경우 여왕의 산란능력 쇠퇴는 벌집 전체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왜냐? 이건 여왕이 탄생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널리 알려졌듯이 꿀벌의 여왕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게 아니고 뭘 먹고 자랐느냐에 달려 있다

암컷 애벌레가 꿀을 먹고 컸으면 일벌, 로얄젤리를 먹고 크면 여왕이 된다

그래서 여왕이 임신스탯 / 출산스탯이 좀 깎였다 싶으면

일벌들이 들고 일어나서 여왕을 죽여버린다

어머마마 이제 좀 쉬세요, 영원히

일벌들은 여왕보다 자매들을, 즉 군체를 더욱 소중히 여긴다

존나 개썅년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여왕벌로 자랄 수 있는 건 태어난지 3일 이내의 유충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충들은 태어나서 3일 동안은 전부 로얄젤리를 먹다가

3일이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 꿀과 꽃가루를 먹는데

이때 꿀을 한 입이라도 먹고 나면 그 유충은 여왕이 될 수 없다

여왕이 노쇠해 알을 낳지 못하는데도 밍기적거리다가 3일을 넘겼다? 그럼 답이 없다

그 군체에서는 더 이상 여왕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렇게 된 벌집에서는 덩치크고 힘센 일벌이 여왕행세를 하며 알을 낳는다

하지만 일벌이라서 어차피 처녀이므로 몸 안에 정자가 없다

가짜여왕이 낳는 알에서는 전부 수펄만 부화한다

수펄은 일은 안하고 쳐먹기만 하므로 그 군체는 빠르게 멸망의 길을 걷는다

물론 일벌쨔응들도 나름 유전자에 새겨진 지혜가 있어서

예비 여왕 후보들을 상시 대기시켜 두기도 한다, 여왕 몰래

여왕이 자라날 방은 일벌방보다 훨씬 커서 저렇게 돌출되는데, 왕대라고 한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여왕 모가지를 날리자마자 부랴부랴 짓기도 함

여왕은 왕대가 보이면 가서 다 조진다, 씨발련들이 나 죽으라고 고사지내는 거냐

물론 군체가 너무 커져서 세력을 쪼개기 위해 여왕을 만들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왕대를 건드리지 않는다 케바케임 경우에 따라 다 다름

단 한가지 철칙은 있다

동세대의 왕대에서 태어난 공주들 중에서는 한 명만 살아남는다

공주들은 이 때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독침을 쓴다

보통 가장 먼저 태어난 공주가 다른 자매들을 몰살시키고 적법한 후계자가 된다

희박한 확률로 두 마리 이상의 공주가 동시에 태어날 경우

피로 피를 씻는 배틀로얄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최후의 승리자가 된 공주는 수펄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드넓은 창공에서 난생 처음 비행과 가속의 짜릿함을 느낌과 동시에

수펄들과 섹스파티를 벌이며 에로티시즘의 엑스터시를 동시에 맛본다

...는 지랄이고 공주는 수펄과의 교미를 격렬하게 거부한다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내가 미쳤지 왜 이걸 하겠다고 나서서 지랄이니

수펄은 덩치가 진짜 크다 여왕이랑 비교해도 2배는 되는 체격이다 힘은 또 졸라 쎄요

근데도 왜 평소에 일벌들한테 쳐맞고 살았냐, 바로 이 때만을 위해서다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공주를 쫓던 수컷들은 대부분 탈진해서 나가 떨어진다 

거대한 몸을 달고도 공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수컷이어야 1차적으로 합격이다

따라잡혔다고 해서 공주의 저항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별 지랄을 다 하는 공주를 제압한 후,

인간의 기준으로 거의 ㄱㄱ에 가깝게 보이는 삽입을 마치고 나면

이제 여왕이 된 공주는 수펄의 생식기를 잘라 자기 몸 안에 집어 넣는다 씨발 뭐야 돌려줘요

여왕은 수펄 한 마리하고만 섹스하지 않는다, 씨는 다양할수록 좋다

이렇게 절단당한 수펄들의 정소는 여왕이 몸 안에 보관하고 있다가 산란할 때마다 써먹는다 평생

음? 수펄 여럿과 난교를 한다고? 이거 완전 빗치 아님???

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음 이건 여왕 입장도 한 번 들어봐야 한다

공주가 역하렘을 꾸리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 처음에 말했다 

여왕-일벌보다 일벌끼리 더 친하다고, 유전자의 동질성이 더 높다고

근데 일벌들의 아버지가 다 다르다면?

그러면 같은 아버지를 둔 일벌끼리 파벌이 생기며 서로를 견제한다

그래서 같은 파벌끼리 유충에게 먹이를 더 많이 준다든가

일벌끼리도 청소를 더 자주 해준다든가 

아니면 우리 파벌의 혈통을 가진 애벌레를 차기 여왕 후보로 밀어 준다든가

상대 파벌의 수펄들을 공격해 쫓아낸다든가

이런 식으로 서로 밀당하면서 여왕과 일벌들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는 견해도 있다. 이게 100% 맞다는 건 아니고 그런 시각도 있음.

그리고 쟤네가 저걸 합리적으로 판단하는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저짓을 하는 놈들이 있어서 그놈들이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자기랑 똑같은 짓을 하는 자손들을 계속 낳아온 거겠지

하여튼 꿀벌은 존나 깔끔했다

공주들끼리 살육을 벌여도 지들 선에서 깔끔하게 끝냈고

밥 조금 덜 주고 존나 게이같이 싸움, 뭐 죽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근데 말벌은 다르다

말벌사회에서는 힘이 모든 걸 지배한다

말벌이나 땅벌, 쌍상벌은 꿀벌처럼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지 않다

여왕이 될 조건? 공주로 길러내? 그딴 거 업다.

덩치 크고 공격성이 강한 일벌이 어머니에게 도전한다

그래서 말벌상과의 여왕벌들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어디서 딸년들이 뒤통수를 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라기엔 뭣하지만 말벌여왕들은 수명이 짧다

꿀벌여왕은 3~7년까지도 살지만 말벌은 여왕도 길어야 1년이다 (일벌은 3달)

최대가 1년이라는 거고 실제로는 그 사이에 여러 번 바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반란에 의해 많이 바뀐다

어머니를 쫓아낸 딸은 그 자리에서 자기 형제와 교미하여 새 여왕이 된다

가을에는 결혼비행을 하기도 하는데 봄~여름에 반정으로 등극한 여왕은 안하는 걸로 알고 있음

여왕이 축출된 상태에서 수컷을 두고 왕바다리 일벌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오직 강한 자만이 권력과 남자를 거머쥘 수 있다

그리고 말벌상과에 속하는 종들은 파벌싸움을 할 때

상대파벌의 개체들을 공격하거나 죽이기도 함 ㄷㄷㄷ

가장 흔한 사례가 아직 애벌레나 고치 상태일 때 죽이는 건데

은근히 자주 일어난다 거의 내전급임

앰살자 말벌도 있음

검정말벌의 여왕은 다른 중형말벌종의 둥지로 잠입해 

기존 여왕을 암살하고 스스로 여왕에 등극한다

개미 중에서도 사무라이개미라는 놈들이 있는데 비슷

애초에 개미도 말벌상과에 속함

검정말벌은 덩치는 별로 안큰데 외피가 유난히 두꺼움

공격성도 강해서 국내 말벌 중에 장수말벌 다음으로 강함

짤에서는 거대한 넓적사슴벌레를 줘패고 수액터를 차지했다

참고로 말벌여왕은 일을 한다

임신/출산만이 전부인 꿀벌의 여왕과 달리

말벌여왕은 집도 수리하고 애벌레도 돌보고 함

단지 집 밖에 나가는 위험한 일들을 안할 뿐이지

여러모로 꿀벌이 잘 짜여진 문명사회같은 느낌이라면

말벌(쌍살벌, 땅벌 포함)들은 원시적인 야만부족사회 삘이 남

걍 족보도 없고 근본도 없고 연구는 더 안돼있고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