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시대에 걸맞게 로맨틱한 종언을 고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말러와 아이들의 노래가 담긴 판.

슈트라우스 노래는 제시 노먼이, 말러 부부와 쳄린스키의 노래는 루스 지작이 수고를.

슈트라우스 가곡은 굉장히 유명해서 연주도 판도 많은데 제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가 힘드네요.

노먼 역시 네 개의 마지막 노래만 괜찮고 나머지는 그냥 그래요.

힘찬 목소리에 적당한 우아함까지 깃들어 매력적인 가수라는 생각은 들지만,

집에서 소박하게 불러줬으면 하는 몰겐 같은 곡도 대회장으로 끌어내서 힘을 뿜어내는 것이... 제 취향에는 좀.

링크는 제법 괜찮게 들리는, 네 개의 마지막 노래중 네 번째 곡.

그리고, 지작의 판은 순전히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게 됐습니다.

구스타프 말러, 알마 말러, 쳄린스키 이 셋은 실제로 끈끈한, 혹은 끈적한 인연이 있음에도 음악으로는 잘 엮이지 않죠.

구스타프가 워낙 유명한 ㅡ 한국에서의 유명세는 일본이 반쯤 만들어줬다고 보지만 ㅡ 양반이라 끼어들기가 어렵긴 하지 말입니다.

그와중에 드물게도 훌륭한 가수의 삼종 셋트 판때기가 나왔다는 거.

한 장 짜리니 당연히 전곡 수록은 아니고, 남편 겸 친구, 인기 많은 마누라, 애인 겸 선생 셋이 쬐금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습니다.

종합 선물 셋트로 여기셔도 좋고, 낭만의 끝자락에 들어서는 첫 걸음으로 여기셔도 좋겠지요.

특히나 알마는... 한 80년 차이나는 멘델스존 누나보다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모양새인데,

남편인지 애인인지가 여자가 뭔 음악이냐며 때려치우라고 했더니 이처럼 멋진 노래를 만들어내 입을 다물게 했다는 썰이 있으니 들어보시길.

뭐, 저는 리트가 엉망진창만 아니면 그럭저럭 듣는 편이라 관대한 평가를 내린 걸지도.

밤도 쌀쌀해지고 초목이 여위어가는 이맘때면 마음 어딘가 상실감이 들어서

이렇게 회광반조의 내력을 지닌 음악이 당기곤 합니다.

가만히 듣노라면 슬퍼하지 말아요, 그래도 아름다웠잖아요 하고 격려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이건 본격 별님쏭.

오르페우스 보칼 앙상블이 연주한 슈만 합창. 제목부터 "별님들에게" 입니다.

풍월당 추천은 성공한 기억이 없어서 발매 & 수입 소식을 제외하곤 관심을 끄는 편인데,

최근에 하나 건졌다 싶어서 기분이 좋아졌던 판.

신보는 아니고, 옛날에 나왔던 걸 껍데기만 바꿔서 다시 내놨어요.

원래 껍다구는 star cluster 사진에 글씨만 덜렁 박았던데, 꼭 케케묵은 일렉트로닉 판때기 같아서 이게 낫다 싶기도 하고,

제목을 생각하면 원판이 낫지 싶기도 하고...

슈만 합창곡은 야밤에 편안하게 듣기엔 딱입니다.

특히나 별들에게 바치는 곡은 말년의 슈만이 그렇게 공을 들인 곡이라는데,

머릿속이 점점 뒤죽박죽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이런식으로 음악에서 안식을 찾으려던 게 아닐까 여기게 되는, 정말 예쁘게 다듬어진 아 카펠라.

안타깝게도 이 판의 연주는 유튜브에 없네요. 같은 곡, 다른 연주로...띄워드리긴 하는데, 괜찮은 연주를 찾기가 힘드네요.

대충 이런 곡이구나 하고 판을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