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중요한 원칙 중 왕쇠강약이라는 것이 있다. 왕과 강은 다르고, 약과 쇠는 다르다. 신강은 신왕의 다이어그램 안에 들어가지만, 신왕은 신강과 결코 같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까 신강한 게 더욱 강해져서 '신왕하다'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신왕과 신강의 구분점은 바로 월지 기준으로 '계절을 얻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계절을 얻지 않아도, 신강은 그저 인,비/식,재,관으로 구별할 수 있기 때문.

사주를 하나 예로 들어 보자.

정해일주에 천간에 임수가 떠 있는 여명 사주다.

정임

해

해수는 정화의 천을귀인이자 정관이다. 또한 임수로 투출했다. 관이 발달한 사주다. 따라서 저 여자의 배우자궁은 귀격이다. 계대운을 만나거나 정대운을 만나지 않는 이상 그렇다. 아마 좋은 배우자를 만날 것이고, 외모 또한 수려하고 예쁠 것이다. 정관은 사길신 중 하나다. 길신이 왕하면 좋은 사주다. 사길신과 사흉신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길신과 흉신의 의미는 크다. 흉신으로 가득한 사주가 어떻게 귀명이 되는지는 조금 이따 설명하겠음.

사길신 : 정인, 식신, 비견, 정관

사흉신 : 편인, 상관, 겁재, 편관(칠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를 길신으로, 비견을 한신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재는 정,편재를 가리지 않고 십성 중 최고의 길신인 '정인'을 극하는 이유로 길신이 아니다. 단식으로, 사길신이 왕하면 좋은 사주가 사흉신이 왕하면 좋은 사주가 아니다. 그렇다면, 편인, 상관, 겁재, 편관의 사흉신의 발달자 중에서 좋은 사주는 어떻게 설명하느냐면 바로 저 흉신이 '공망'인 경우다. 길신에 공망이 들면 흉하고, 흉신에 공망이 들면 흉신은 길신 이상의 길신이 된다. 상관이 왕한 상관다자가 상관이 공망하다면 그 사람의 두뇌는 놀라울 정도로 비상하고 총명하다. 겁재가 왕한 사람이 겁재가 공망이면 겁재는 아랫사람을 부리고 돈을 끌어모으는 데 쓴다. 또한 대운에서 그 흉신을 공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운이 오면 발복의 시기가 된다. 이것이 기본적인 공망 이론이다. 공망은 왕쇠강약에서 빛을 발하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인 '노숙자들의 사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면, 바로 '편인'이 왕한 경우다. 편인은 계모를 상징하고, 다른 말로는 '효'라고 한다. 히키코모리, 의욕이 없는 사람, 백수, 게으른 사람의 사주를 보면 편인이 왕한 경우가 많다. 편인은 식신을 친다. 식신은 활동욕과 실속, 먹을 복을 의미하는 육친이다. 그래서 도식(편인이 식신을 치는)을 기피하며, 노숙자들이 편인에 얽매인 경우다. 다만 식신이 계절을 얻은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편인이 왕해서 식신을 죽여 버렸는데 어떻게 먹을 복이 있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노숙자들 중 무식한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다. 다들 머리는 비상하다. 노숙자들과 잠깐 대화를 나눠 보면, 그들은 다 사회구조가 어쩌니 정치가 어쩌니 하면서 시청에 민원을 내고 별의 별 주워들은 상식이 많고 모르는 분야가 없다. 다들 말도 잘 하고 박스로 집 짓는 거 보면 치밀한 예술적 기질도 많은 것 같다. 그게 바로 편인의 기질이다. 편인을 잘 쓰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

편인이 왕한데 공망이거나, 대운에서 편인을 공망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그럼 그 편인은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가의 가장 귀한 덕목으로 쓰인다. 식신제살이나 상관견관의 경우에도 이하동문이다. 흉신의 쓰임은 그런 것이다.(다만 특수한 예로, 가을의 금, 겨울의 금은 상관견관을 반긴다.) 상관 공망에 상관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정치인이 많다. 그런 팔자인 것이다. 재미있는 건, 무슨 자기 명함에 어디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 어디어디 경찰서 자문위원 등등 이런 뻘스러운 이력을 추가해 놓는 사람들을 보면 십중팔구 관에 공망이 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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