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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00(175.206) 2016.05.25 20:20:36
조회 227 추천 2 댓글 4

"우리는 어찌하여 이리 만나 서로를 그리워 하다 

 그저 먼 훗날을 기약하며 작별의 입맞춤으로 서로를 보내야 하는 건가요

 그것은 언젠가 서로가 다시 만나 맺힌 정 한껏 풀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련이니 사랑하는 이여 그대 발길에 미련두지 말아요 

 우리 그때가 되면 한눈에 서로를 알아봐 더 긴시간을 쌓아갈 테니 

 그리고 언젠가 올 그날에 쌓아둔 정 나눌테니.

 부디 슬퍼하지 말아요"




동쪽 해동땅 어느곳에 장식용으로 쓰이는 푸른돌이 많이 난다 하여 청석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 나는 푸른돌은 의외로 가치가 있게 여겨져 세상 여기저기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드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어느정도 힘이 있는 장정이라면 광산에서 일하는 것으로 끼니 걱정은 물론이고 잘만하면 큰돈을 모을수 있는 그런곳 이었는데

쉽게 모이는 돈은 쉽게 쓰여지는게 진리 라는 듯 세상의 온갖 향락과 무질서가 모여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였다.


그런 곳이기에 지금 이장소 역시 이곳에선 흔한 풍경중 하나였다.


가운데에 팔각의 마루가 있고 그 안에서는 두명의 장정이 서로를 노려보며 눈빛은 마치 상대방의 머리를 꿰 뚤을듯이 빛을 내고 있다.


"자! 일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오늘 경기를 보러오신 여러분 감사 합니다."


무대의 끝자락에 서있던 남자가 흥을 돋우듯 위층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자자 기대하시던 오늘의 마지막 경기! 청군의 박대길 선수와 또! 혜성처럼 나타난 무명의 신인 아니지! 이제 결승전까지 왔으니 유명해질

 강수혁! 선수의 대결이 시작되겠습니다!"


무대 한쪽에서 두 명의 사내는 서로를 노려보며 분위기를 띄워 가는데


위층 한구석에서 조용히 그모습을 지켜 보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삿갓을 깊게 눌러쓴채 조용히 읇조린다.


"허허 유명해지면 곤란하지."


사내는 도포자락 을 뒤져 무언가를 꺼낸뒤 손가락을 튕겨 도전자에게 쏘아낸다.

순간 적을 향해 달려들던 무대위의 남자가 의식을 잃은채 바닥에 쓰러진다.


"자 이제 주으러 가볼까?"


정체불명의 남자는 조용히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어느 정원 

그곳은 마치 도원향인듯 온갖 향을 내며 자태를 뽐내는 화초들과 

마치 그것들에 홀린듯 수없이 많은 벌나비가 주변을 물들이며 날아다니고 

그 한구석에 조심스레 앉아서 조용히 미소 짓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주변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 고요하고 은은한 온기마져 느껴졌고 

번잡하게 주변을 날던 나비들 조차 그녀의 곁에서는 순한 양처럼 

그 날개를 접고 그 온기를 느끼는 듯 앉아 있다.


그러던 때에 풀숲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가벼운 미소를 지은 그녀가 속삭이듯 말한다.


"여우구나 어디 갔었니?"


그녀의 앞에는 마치 눈밭에서 태어난듯 온통 하얀털로 덮혀있는 여우가 있었다.

여우는 그 물음에 대답하듯 그녀의 곁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비벼댄다.


"오늘도 바깥 구경 많이 했겠네? 재미 있었니?"


여우는 그말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다가 가볍게 한번 울어대곤 마치 밖에서 어떤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듯 그녀의 앞에서 껑충 거렸다.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뉘엿뉘엿 지는 해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읇조린다.


"저 산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해는 그저 조용히 가라앉아 어둠을 불러오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아씨 채희 하씨! 아이고 또 여기 계시네 곡주님이 부르세요 어서 오세요"


그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곤 몸을 돌려 본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엔 달빛을 받아 더 하얗게 변해버린 여우한마리가 긴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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