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의 수미상관


처음과 끝이 수미상관을 이루는 표현을 영미권에선 "라임이 맞는다"고 표현하는데 12대는 여러 측면에서 그런 면모가 두드러진 닥터였음. 특히 시즌9에서부터 이런 면모가 두드러졌는데 드라마 내적으론 닥터의 다중인격 속성을 , 외적으론 제목을 통한 언어유희를 사용해 피캅이 담고있는 수미상관의 의미를 표현했음. 투 파터 체제를 택한게 이런 메타포를 담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 이해가 안간다면 시즌 9 에피소드의 제목을 보면 됨

1. 마법사의 제자 / 마녀의 사역마
2. 호수 아래에 / 홍수 이전에
3. 죽었던 그 소녀 / 살았던 그 여인
4. 자이곤 침공 / 자이곤 반전
5. 잠은 더 이상 없다 / 까마귀를 마주하다.
6. Heaven sent / Hell bent

한국어 해석도 그렇지만 , 영어 원제로 보면 모든 에피소드가 딱 들어맞는 라임으로 구성되 있음. 이놈의 라임 타령은 시즌 10에서도 드러나는데, 이건 피캅이 대놓고 말버릇이니 놓친 후비안은 없을거라 생각됨.

여기서 질문. 수미상관은 닥터후에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당연하게도 그 답은 닥터의 처음과 끝임. 모팻은 닥터후를 처음 맡은 시즌 5부터 계속해서 닥터라는 캐릭터를 원점부터 재정의하려고 노력했는데 , 닥터라는 이름이 전해져 우리말의 현인이 됬다는 설정을 가지고 오고 러셸 시절 뒷배경으로 남던 시간전쟁의 진상을 파해치기도 함. 닥터를 원점부터 파고든 모팻의 이런 시도는 이번 크리스마스 스페셜에서 1대 닥터와 12대가 만나며 방점을 찍음.

모팻은 시즌 8을 시작하고 12대를 새 닥터로 들이면서부터 피캅을  \'카팔닥이 아닌 The doctor\'로 만드려고 점찍어 놨던 모양임. 모팻의 글 쓰는 비중이 줄어들고 객원 작가들이 개판을 좀 쳐둔 상황에서 이런 시도가 완벽히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의미있는 시도였고 ,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점은 확실함. 이전까진 맷닥 , 테닥 , 에클닥이 주는 닥터란 캐릭터의 바리에이션에 즐겁던 내가 이번 카팔닥 보낼때만큼은 "님 아닌 닥터는 상상이 안되는데요..."싶을 정도였으니까. 내 마음속에 길이길이 남을 닥터를 창조했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모팻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