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ㅈㅅ, ㄴㅈㅈㅇ
















탑하고 텀은 집안 문제로 정략결혼을 했는데 텀은 탑을 좋아하지만 탑은 텀이 귀찮고,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서 텀의 집안이 망해 버린 거야. 안 그래도 텀을 죽도록 미워하던 탑은 집까지 망해버린 텀이 더 짐덩이처럼 여겨져서 마치 자기 소유의 물건인 양시발짓 하겟지. 폭언은 기본이고 골프채나 각목, 심지어 밥먹다가 수저로도 때리고 성적인 학대까지ㅇㅇ. 하지만 텀은 여전히 탑을 좋아해서 일 년간은 묵묵히 그 시발짓을 다 받아줬어. 그렇지만 텀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흐를수록 탑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더 커졌지. 여전히 탑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탑이 자신에게 휘두르는 폭력과 비수처럼 꽂히는 말들이 너무 무섭고 아픈 거야. 그래서 텀은 점점 어두워졌고, 입을 여는 일도 거의 없게 되었어. 없는 사람처럼, 최대한 탑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탑은 평소보다 늦게 집에 들어왔어.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그의 표정은 화가 나 보였고, 두 주먹은 꽉 쥔 상태였지. 먼저 자면 탑이 머리채를 잡고 남편보다 먼저 자냐며 망할 년이라는 둥 또 누구한테 대주고 와서 피곤하냐는 둥 욕할 것이 뻔했고, 텀은 그게 너무 무서워서 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거실 소파에 앉아 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어.
탑과 눈이 마주친 텀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어. 탑은 성큼성큼 텀에게 다가왔지. 그의 손이 거칠게 텀의 멱살을 잡아 올렸어.
탑은 언제나처럼 주먹부터 치켜들었지. 퍼억. 꽉 쥔 주먹을 복부에 박아넣고 다시 한 번 손을 드는 순간,
텀이 터져나오는 기침을 애써 삼키며 입을 열었어.

“콜록...콜록...잠깐...커흑...헉...만요...콜록...힉...잠깐...만...요...콜록...”

“...흐으...힉...잘못...콜록...했어요...잘못했, 콜록, 잘못했어요...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겨우 호흡을 진정시킨 텀은 어디가 불편한지 어정쩡한 자세로 꿇어앉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어. 여전히 멱살이 잡혀 있는 탓에 들려져 있는 얼굴의 두 눈은 차마 탑을 보지는 못하고 흐려져 있었지.
입술 터졌던 곳이 다시 벌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텀은 상처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미친듯이 빌고 또 빌었어. 탑은 순간 당황해서 텀을 잡았던 손을 놓았지.
텀은 몸을 일으키려 애를 썼어. 하지만 힘이 없는 두 팔은 몸을 받쳐주질 못했지. 벽을 짚고 겨우 일어난 텀은 다리를 절며 구석으로 기어 들어갔어. 애초에 자기 방이 없었던 터라 달리 숨을 곳도 없었지. 소파와 벽 사이의 빈 공간에 웅크리고 앉은 텀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덜덜 떨고만 있었어. 그저 입술을 꽉 물고 곧 날아들 발길질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텀은 탑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대자 화들짝 놀라더니 벽에 바짝 붙어 몸을 웅크렸어. 탑은 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텀에게 안쓰럽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못 견디게 화가 났어. 혼란스러워진 마음에 탑은 욕을 읊조리며 텀을 걷어차고는 쾅 소리나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

거실에 홀로 남은 텀은 그러고도 한참을 더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혹시라도 탑이 다시 나와 폭력을 행사할까봐 그런 것이었지. 간신히 몸을 추스른 텀은 가끔 자기가 사용하는 창고방으로 들어갔어. 그곳에는 텀의 물건들이 짐짝처럼 널브러져 있었지. 텀은 구석으로 가서 무릎에 고개를 묻고 한참을 숨죽여 울었어.

다음 날은 휴일이었어. 오랜만의 휴식에 탑은 어제의 일도 잊고 늦게까지 단잠을 잤어.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어제 브았던 텀의 표정이 생생하게 떠올라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 탑은 괜히 신경이 쓰여 창고 방으로 가보았어. 텀은 그곳에 없었지. 부엌으로 나온 탑은 개수대 앞에 서 있는 텀을 발견했어. 텀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설거지를 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지. 어제 맞았던 곳이 아픈 건지 텀은 가끔씩 허리를 숙이고 배를 감싸 쥐었어. 텀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탑은 밖으로 드러난 텀의 팔 쪽으로 시선을 옮겼어. 평소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텀은 겨울 나무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어. 옷 품이 남아 자꾸 소매가 흘러내리는 탓에 텀은 계속 소매를 다시 걷어올리며 설거지를 계속했지. 텀의 팔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 해도 상처투성이였어. 새파랗다 못해 검붉게 멍든 자국들과 탑이 홧김에 담뱃불로 지져 놓은 자국, 긁힌 상처, 베인 상처까지 온갖 상처들이 가득했지. 탑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치료하지 못한 상처들은 거의 곪거나 덧나서 진물이 베어 나오고 있었고. 탑은 자기가 텀을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는지 그제서야 깨달았어. 지난 이 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

zip zip해서, 여히튼 탑은 후회->닦개 루트를 밟게 됨.


그 후로 탑은 텀에게 조금씩 가까워져갔어. 마음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졌지. 갑작스러운 탑의 변화에 텀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했어.
탑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처음이고, 예전에 식사시간에 수발 들다가 맞았던 적도 많았어서 탑을 마주보고 앉은 텀은 밥을 넘길 수가 없었지. 먹지 않으면 혼날 것 같아서 억지로 먹고 있기는 했지만 텀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분간할 수가 없었어.
탑의 태도 변화에 진즉부터 겁을 먹고 있던 텀은 겨우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어.

“...잘못했어요...”

“...?”

난데없는 잘못을 비는 말에 탑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떴어. 어느새 텀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울고 있었지.

“흑...잘못...했...어요...흐으...”

옷 소매로 발개진 눈가를 문질러 닦으며 텀은 계속해서 잘못을 빌었어. 목소리는 울음에 삼켜져 떨리고 있었지.

“...내쫓지 말아 주세요...흑...더...더 잘 할게요...집안일도 잘 하고...흐윽...흐...형이 하라는 거 다 할게요...잘못했어요....으...흐으...정말 잘못했, 히끅...어요...”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텀은 울음과 함께 코피를 쏟아냈어. 하지만 본인은 피가 쏟아진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듯했지. 탑은 텀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주며 이를 악물었어. 내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탑은 다시 한 번 깨닫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어.















난 텀이 너 ㅂㄷㅂㄷ하는 게 보고싶었는데...약하다, 약해.

From DC W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