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때 문방구 앞에 철권 대신 이지투 미니가 퍼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그 땐 이게 뭔 게임인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차있었다.

종종 어머니 졸라서 몇 판 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그 때 한심한 눈으로 보셨지만 ㅠ

대충 뭔 물체가 떨어지면 타이밍에 맞추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도 재밌게 했었다.

인조인간, 거북이,코스믹 버드,r.f.c....

동네에선 rfc만 깨도 고수 취급 받았을 때네. 생각해보니.

사건이 터진 날도 어김없이 미니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피아노 학원 가기 전이었는데, 같은 건물 1층에 미니 이지투가 있는 문방구였지.

문방구가 천막이 쳐져 있었는데, 당시에 벽에 붙어있는 지지대가 아니라 땅에 박아서 고정시키는 쇠 지지대인 걸로 기억한다.

그 쇠 지지대엔 이지투 기기 전선이 청테이프로 감긴 채로 달려있었다.

난 거기에 손을 기대고 있었고.

재미있게 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부르르 떨리면서

몸에 야릇한 진동이 오더라.

동시에 이지투 기기는 꺼져 버리고.

순간 남자의 육감으로

"누전되서 내가 감전 된 것 때문에 꺼진 것 같다."

깨달았지.

애들은 성질 나서

"ㅅㅂ 누가 껐어? 나오면 죽인다?"

이러더라.

그 때 쫄아서 옆 계단 타고 재빠르게 피아노 학원으로 질주!

맘 편히 연습 못하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새끼 손가락은 종종 경련 같은 게 일어나더라.

이지투 할 때나, 피아노 칠 때, 글씨를 쓸 때에도.

그래도 일상생활엔 지장이 크게 없어서 냅두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병원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