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매력에 빠져들어"

관심사가 아예 직업으로 많은 미드중 CSI 좋아해 팬카페 등서 전문적 활동

미국드라마(일명 `미드\')의 인기가 뜨겁다. `미드 폐인족\'이란 말도 생겼다. 프로그램 마케팅 차원
에서 상업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측면도 있겠지만 성인의 40.1%가 미드를 시청한다는 최근 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미드 열풍이 거품이 아님을 반증한다.

"시각효과와 특이한 소재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미끼이고, 그 미끼를 물면 익히 경험
해보지 못한 탄탄한 드라마라는 속이 꽉 찬 별천지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를 김태영씨(31)는 이렇게 분석한다. 김태영씨는 2002년 초 CSI시리
즈를 처음 접하면서 CSI에 빠지게 된 마니아.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에
서 2년 동안 근무하던 김씨는 CSI팬 동호회 운영진 활동을 하다가 2005년 온미디어 PD로 입사하
면서 관심사를 아예 직업으로 바꾼 경우다. CSI를 방영 중인 온미디어 채널에 근무하는 현재로선 `
마니아\'란 수식어가 무색하다고.

그래도 그는 좋아하는 시리즈로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점철된 수작 `퀴어 애즈 포
크\' `프리즌 브레이크\' `마이네임 이즈 얼\'"이라고 손꼽았다.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했지만 그 중
에서도 특히 CSI를 좋아한다고.

그는 "미국 드라마의 특징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이 매력"이라며 "시시껄렁한 로맨스와
불륜으로 점철된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하는 우리 드라마와 달리 모든 소재에 대한 전문가 못지 않
은 깊은 이해도와 묘사를 갖고 있고, 그 근간에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트루
기\'(극작술)를 갖추고 있는 것이 시청 몰입도를 높이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드라마 중 사극의 성공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한다. 즉 역사적인 사실, 문헌에 의해
고증된 입체적 캐릭터, 명확한 개연성을 갖춘 `드라마트루기\'가 있다는 것. 때문에 현대극도 일회
성 흥미를 유발하려는 개연성 없는 장면이 튀어나오는 식이 아닌 사소한 장면까지 유기적으로 짜
인 골조와 좋은 시나리오가 바탕이 돼야한다는 것.

그는 미국드라마 상당수가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를 분명
히 했다. "아무리 현재 이용하고 있는 유저라해도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그는 "미국에서는 아
이팟에서 시리즈를 볼 수 있게 런칭하는 경우도 있는데 합법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 김태영씨 같은 미드팬이라 할 만한 이들은 어림잡아 50만 이상으로 본다. 이들은 대부분 케
이블TV에서 보는 경우도 많지만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이들이 많다. 팬카
페 등 동호회에서 감상과 비평기를 나누고 정보교류와 친목을 도모하는 이들도 꽤 많다. 김태영씨
가 활동하고 있는 제로동(www.csi00.net)은 CSI의 시리즈 별 관리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전문적
이다. 이들은 지난 2005년 봄 용산 가족공원에서 마련한 정기모임에서는 가상의 사건을 만들고, 그
증거를 곳곳에 숨겨 범인을 추리해 가는 CSI 식 이벤트도 진행했다. 사이트가 알려지면서 모 언론
에서 출처를 명기하지 않은 채 자료를 무단 도용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빚은 바 있다.

한지숙기자 newb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