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아내는 새벽마다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성격은 예민해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증에 빠지고 가끔 집안 일을 내팽개쳐 둘 때도 있다. 게다가 꿈에서 미래를 보고, 영혼과 예기할 수 있다는 등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이쯤되면 아무리 아내라도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고스트앤크라임(원제:Medium)의 조 듀바(제이크 웨버)는 그런 아내를 자상하게 감싸 안는다. 넓은 이해심은 ‘하해’와 같다.

‘고스트앤크라임’은 원제 그대로 ‘영매’를 다룬 드라마다. 세 딸을 가진 평범한 아줌마 앨리슨 듀바는 유령과 대화할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능력을 지닌 영매다. 그녀는 변호사의 꿈을 가지고 지방검사실에서 일하다 자신의 능력을 살려 검사실의 자문역을 맡게 된다. 각종 살인 사건에서 죽은 유령들과 소통하거나 용의자의 속마음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앨리슨은 이런 능력이 달갑지 않다. 죽은 유령과 마주해야 하고 꿈에서 살인사건과 연관된 피 튀기는 악몽을 꾸는데 즐거울 리가 없다. 신경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 있고 토끼같은 세 딸의 재잘거림도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런 앨리슨을 지켜주며 응원하는 이가 바로 남편 조 듀바다.

팬들의 표현을 빌자면 조는 ‘이보다 더 이상적인 남편일 수 없다’다. ‘아내에 위한 아내를 위한 남편’인 그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아내를 다독이고 사랑한다. 적절한 유머는 필수, 가사 일은 전업주부 못지 않아 10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우주항공 공학자답게 지적인데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미소까지 갖췄다.

죽은 조의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예민한 영매인 앨리슨을 사랑하자 가끔 며느리 앞에 나타나 “내 아들이 왜 너 같은 애를 사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얼굴을 찌푸린다. 실제로 ‘천상의 남편’을 두고도 고마워하기보다 종종 화를 내는 앨리슨을 보면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될 때도 있다.

2005년 NBC에서 방영된 고스앤크라임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시즌2 마지막회는 100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며 미국 주간 시청률 15위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조 듀바에 대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도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한편 미국 방영 당시 고스트앤크라임의 주인공 앨리슨 듀바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드라마의 모델이 된 실제 앨리슨은 영적 체험을 통해 다양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의 예측 확률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실제다”라는 오프닝 자막은 허구가 아니었다. 물론 실제 남편 조가 얼마나 자상한지는 앨리슨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스트앤크라임은 국내에선 폭스채널에서 지난해 시즌2가 종영됐고, 현지에서는 시즌3가 방영 중이다.

[진정근 기자 gagoram@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