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ABC TV의 <여성살인수사클럽></H2>

2007-2008년 시즌에는 HBO의 인기 시리즈 <섹스&시티>의 영향을 받은 여러 시리즈가 데뷔했다. 앞으로 3주간 이 칼럼을 통해 ABC TV의 <여성살인수사클럽>을 시작으로 ABC TV의 또 다른 시리즈 <캐시미어 마피아>, 그리고 NBC TV의 <립스틱 정글>을 소개할 예정이다.지난 13일 작가들이 공식적으로 복귀하며 막을 내리긴 했지만,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시리즈들이 이미 짧게 시즌을 종료시켰고, 추가 제작이 가능한 시리즈의 경우에도 일부만이 3월 말부터, 대체적으로 4월에나 새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 외에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시리즈가 파업으로 인해 조기 종영을 면하고 제작된 에피소드를 모두 방영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방송 초기 인기나 관심을 모았던 시리즈 중 파업으로 인한 방송 중지로 종영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 네 친구들은 전 남편 욕도 함께, 살인사건도 함께 해결한다.

이 중 하나가 ABC TV의 <여성살인수사클럽>이다. 제임스 패터슨의 인기 소설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이 시리즈는 방영 초기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얻고 있었다. 또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캐릭터 중심의 시리즈이지만, 에피소드 마다 사건 해결을 하는 <CSI>식 범죄 시리즈 성향도 함께 띄고 있어 차례대로 보지 않고도 에피소드 별로 시청도 용의해 미래가 밝아 보였다. 그러나 최근 <TV 가이드>의 보도에 따르면, ABC는 이 시리즈를 다음 시즌에 방송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섹스&시티>처럼 <여성살인수사클럽> 역시 일과 로맨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NBC TV의 장수 프로그램인 <로 앤 오더>로 유명한 앤지 하몬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린지 박서로 출연한다. 그녀에게는 캐리처럼 친한 친구 3명이 있다. 검사인 질 번하트 (로라 해리스)와 부검의 클레어 워시번 (폴라 뉴섬), 그리고 사건 담당 신문기자 신디 토마스 (오브리 달러).

린지와 친구들이 막강한 이유는 개인사나 애정전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위로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의 전문지식과 협력으로 사건까지 해결하는데 있다. 방금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시체를 앞에 두고 린지와 질, 클레어는 린지의 전 남편 팀이 전화한 이유에 대해 공론을 벌이지만, 그렇다고 사건해결을 소홀이 하지는 않는다.

섹시한 형사 린지(사진 왼쪽)와 그녀의 친구, 부검의 클레어.

문제는 사건해결이 사생활 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 린지는 여자를 살해한 후 입술을 꿰매는 연쇄살인범 ‘키스 미 낫’을 5년간이나 수사하느라 역시 경찰인 팀과 이혼까지 하게 됐다. 거기다 재혼할 예정이라는 팀은 린지의 보스로 부임해 린지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양부모 밑에서 힘들게 성장한 질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혼신을 다해 일하지만, 남자와의 관계는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근본적으로 깊고 믿음 있는 관계에 부정적인 질은 동거를 제안하는 남자친구에게 기겁한다. 클레어는 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해야하는 남편을 무척 사랑하지만, 혼자서 경제적인 것은 물론 가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데 버거워 한다.

<여성살인수사클럽>은 그렇게 특별하거나 대단한 시리즈는 아니다. 터프한 경찰 역을 하는 앤지 하몬이나 똑부러지는 검사 역을 맡은 로라 해리스는 직장여성이라기 보다는 모델 같다는 생각이 더 드는 헤어스타일에 옷차림을 하고 있다. 앤지는 허리까지 오는 긴 파마 머리를 휘날리며 하이힐을 신고 범인을 잡으러 뛰어다니고, 로라는 가슴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를 입고 다닌다. 하지만 어쩌겠나. 요즘 TV 시리즈에서 그러지 않는 캐릭터가 거의 없는 것을. 80년대 초 진짜로 터프한 여성 경찰 파트너를 주인공으로 한 <캐그니 앤 레이시>를 다시 보기는 아마도 불가능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