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교는 중후한 목소리로 즐거운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양팔을 펼쳤다.
과장된 연극조의 동작에서는 우스꽝스러움마저 느껴졌지만, 성녀의 시선은 대주교를 넘어, 그 건너편.
쥬붓, 즈브북, 쯔아압. 철퍼덕.
차마 입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치 끈적거리는 고깃덩이를 서로 맞대고 비벼대는 것처럼.
사방으로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괴음을 내는 '그것'은 천천히 성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인가.
채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말은 성녀의 목에서 턱하고 걸려, 끈적하게 목구멍 안쪽으로 잠겨들어간다.
검은색 뱀?
검붉은 살덩어리?
도저히 현실의 상식에 빗대어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모양새를 한 '그것'을 두고 성녀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거대했다.
물기가 가득한 검붉은 무언가가 똬리를 튼 뱀처럼 쉼없이 무언가를 짜내듯 움직이는가 하면.
단숨에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기어다니며 먹잇감을 찾듯 더듬거린다.
"윽?!"
성녀는 순간 알싸하게 풍겨온 악취에 소매로 입을 가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냄새가 고약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코를 비틀어 짜고, 콧속을, 체내를 그대로 헤집어 범하는 듯한 냄새에 구역질이 올라오기보다도 몸이 먼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어허, 섭하구나. 이 아비는 널 그리 가르치지 않았건만."
대주교는 자못 섭섭하다는 듯 눈썹을 늘어트리는가 싶더니, 이내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마냥 무섭고 혐오스러워보일지라도 조금만 있으면 너는 너의 입으로 직접 신의 은총을 부르짖고 있을 터이니."
"무슨……?"
성녀의 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주교가 손을 들었다.
고작 그 뿐인 행위에서 성녀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막아야 했다.
지금 저 자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는 몰라도, 불온한 공기가 삽시간에 사위를 감싸안는다.
그만.
성녀가 미처 목놓아 대주교를 향해 소리치기 전에 먼저.
"……신이시여, 부디 저희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대주교라는 남자는 손뼉을 마주쳤다.
지금부터 시작될 연회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츠아아악, 바닥을 헤집고 허공을 가르는 기묘한 소리와 함께 철퍽, 철퍽.
소름 끼치도록 기분 나쁜 감각이 성녀의 종아리를 타고, 등골을 타고 올라들었다.
"시, 싫어! 싫어! 싫어! 그만! 대, 대주교님! 이게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짓으으을?!"
비명을 내지르며 거절하지만.
아무리 손으로 밀어내려고 해도 '그것'들은 끈덕지게 성녀의 다리를, 팔을 휘감고, 허벅다리 안쪽으로 파고들며 저항이 무색하게 계속해서 성녀를 휘감았다.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습하고, 역하고, 냄새나며, 소름 돋고, 어중간하게 미지근한 느낌이 기분 나빠.
싫어. 어째서.
아무리 외쳐도 대답은 돌아오는 일 없이.
저항조차도 소용없이 '그것'들 중 한 가닥이 숨을 돌릴 틈조차 없이 단번에 성녀의 입속으로 침입해들어왔다.
"웁?!"
쯔거억. 즈풋즈풋!
토할 것처럼 헛구역질을 해도 소용없다.
고작 어린 계집아이의 목구멍이 밀어내는 것보다 난폭하게 입으로 들어오는 '그것'의 기세가 더 강했으니까.
역한 냄새가 입안을 가득 메운다.
"………?!?"
꾸역꾸역 밀려들어온 '그것'들.
입은 음식을 먹기 위한 문이지, 이런 걸 받아들이고자 있는 것이 아닐지언데.
그 자체를 모독하듯 계속해서 밀고 들어온 '그것'들은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는
뷰룻
성녀의 위장 깊숙한 곳에 무언가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성녀의 목구멍을 범했던 것들은 거기서 한 차례 만족한 듯 곧바로 물러났다.
"쿨럭! 쿨럭쿨럭!"
순간 그것들에게서 해방된 성녀는 몇 번이고 기침을 토해냈다.
간신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해방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성녀는 의문을 품었다.
'지금 무엇을 삼킨 거지?'
직전, 자신의 입으로 들어왔던 그것들이 대체 무엇을 뱃속에 쏟아냈는지, 그 정체를 유추하기에 앞서
지하 의식장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이 성녀의 살갗을 핥고 지나간 찰나.
"하앗?!"
성녀는 몸을 활대처럼 휘며 한 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미지의 감각.
마치 전신을 신께서 직접 부드럽게 쥐어짜주는 것만 같은 느낌은……쾌감이라 부를 종류의 무언가였다.
'아, 아아?'
어째서.
어찌하여 바깥바람을 맞은 것만으로 몸이 이렇게 변한 것인지 성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무지를 고백할 여유 따윈 없었다.
성녀의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몸으로 알 수 있었다.
대륙 최고의 장인에게 순백의 실크를 쥐어주어 만들었을 성녀복의 위로, 지금까지와 달리 유난히 자기 주장을 하고 두 개의 '무언가'
외설스러워, 성녀로서는 절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그 끄트머리가 아플 정도로 딱딱해진 게 느껴졌다.
미지근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을 때마다, 성녀는 바닥에서 몇 번이고 몸을 떨며 가벼운 쾌감을 맛보았다.
멍하니 정신을 놓고 이대로 몸을 맡겨버리 싶은 쾌락의 파도 속을 허우적거리고 있으려니.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단다. 딸아."
대주교의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며, '그것'들이 본격적으로 꿈틀거리며 성녀에게 다가들기 시작했다.
"아, 아아………."
'그것'의 늪으로 끌려들기 시작한 성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가에서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을 끝으로, 성녀는 '신의 은총'이 가득한 늪으로 빠져들었다.
촉수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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