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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Space Oddity

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7.24 03: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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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짜장면이 먹고싶어."


"짜장면?"


"그래. 우리 집 옆에 있었던 거기. 그 식당 짜장면이 맛있었는데."


"아하하. 근데 거기 닫았어."


"뭐?"


"문 닫았다고."


"하."


"벌써 3년도 전 이야기인걸."


"세상에. 내가 집에 너무 오랬동안 안돌아가긴 했어. 그런 것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넌 짜장면 별로 안 좋아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냐. 좋아해. 자주 먹질 않아서 그렇지."


"믿기 힘든걸. 내가 기억하기로 넌 짜장면보다는 파스타파였어."


"음. 말하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넌 정말 변한게 없구나."


"뭐가?"


"네 자신에 대해서도 깜빡깜빡하고말야."


"아하하."


"얼버무리려는 건지..."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서, 짜장면?"


"아. 뭐. 짜장면이 아니어도 되고. 짬뽕이든, 울면이든. 봉골레나 라자냐라도 상관없어."


"갑자기 막나가는구만."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뭐."


"맞는 말이네. ...그래. 또 소망하는거라도 있어?"


"음."


"...세상의 시간이란 다 가진 것 처럼 고민하고 있구만."


"나름 최선을 다해서 고르고 있으니까."


"세계 평화라도 비는게 어때?"


"그런 초등학생이 빌만한 허황된 소원에 기회를 쓰진 않을거야."


"윽."



"특히 네가 빌만한 소원이고."


"잘 알고 있구만."


"그래서. 음. 내 소원은."


"소원은?"


"...기억 나?"


"뭐?"


"고등학생때. 야자 빼먹고 둘이 피시방 갔다가 경찰 들어와서 도망쳤을때."


"어? 그런적이 한두번이어야지."


"그 날은 기억할거야. 학주가 빡쳐서 '추격자'의 김윤석마냥 쫓아왔을때."


"아, 뒷산으로 도망갔던 그 날? 아하하. 그 미친새끼 이혼했대더라."


"진짜?"


"그래. 불쌍한 양반이지. 여튼, 그날 특별한 뭔가를 했던가?"


"특별한 뭔가를 하진 않았었지."


"그럼 그 날이 왜?"


"...그 때. 숨에 차서 우리가 헛소리를 했었지."


"그랬어?"


"응. 순간의 치기였을지 몰라도, 우린 그때 죽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내게 말했지. '내가 죽거든 네가 내 소원을 들어줘'라고."


"음."


"그 말은 역으로도 작용하는 거 맞지?"


"뭐?"


"내가 죽으면, 너도 내 소원을 들어주는거 맞지?"


"야. 그런 소리는..."


"바보야. 난 이미 포기했어. 사실 짜장면은 소원이 아니었어. 내 소원은 딱 두개 있는데. 둘 다 이룰수는 없을것 같단말야. 그래서 아무거나 이야기한거지."


"닥쳐."


"나에겐 소원이 두개 있어. 하나는, 달에 가고싶어. 언제나 내 소원이었지. 저 새하얀 땅에 발을 디디고 서서, 저 표면이 진짜 치즈인지 확인해보고 싶어. 1/6의 몸무게로 자유롭게 뛰놀고 싶어. 여기선 달이 너무나도 크게 보이는데, 그 어느때보다도 가까이 있는데. 제기랄."


"조용히 해. 그런말 하지 말라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네가 보고싶어.-지직-네 온기를 느끼고 네 얼굴을 마주보고 싶어. 네 같잖은 헛소리를 내 귀로 듣고, 아무것도 아닌양 받아쳐 주고 싶어. 이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풀수 없는 줄에 묶인체 손-지직-떠다니고 싶지는 않아."


"바보야. 난 여기있어. 너와 이야기하고 있잖아."


"-지직-지만 곧-지직-겠지."


"아냐. 아니라고. 언제나 네 말을 듣고 있을테니까."


"-지직-아냐."


"..."


"그러니까 내가 빌고 싶은 소원은 단 하나야. 내 소원따위, 들어주지 말아줘. 그리고 네 삶을, 네 소원을 이뤄줘."


"닥치라고-"


"-지직-"


[이민경 조종사? 이민경 조종사? 대답해요, 이민경 조종사! 통신팀! 어서 연결을 복구-]


 


 


 


 


 


 


나는 아직도 그녀의 한가지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내가 달에 닿을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걸까?


물론, 내 나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 전에는 훈련조차 받지 않은 일반인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못한 것일뿐, 영원히 갖춰질수 없다는 증거가 되진 못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 말을 반증했다.


흰 땅 위에, 두발로 서서.


불투명하게 코팅된 여러겹의 헬멧 너머로 푸른 행성을 바라보며.


십여년전, 우주에 표류하게 된, 그녀의 시체를 안은체.


"대꾸해 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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