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수많은 부속지를 가진 지네처럼 강철과 벽돌과 고무로 쌓아올린 껍질을 이고 때로는 뻗고, 때로는 굽어지며, 때로는 솟아오르고 기어들어가며 도시를 꿰뚫었다. 두 마리 큰 지네가 교차하는 곳에 안개가 끼어도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도 밤이 세차게 짓눌러도 기름을 집어삼키며 스스로를 불태우는 거대한 극장이 있다. 여배우는 무대 위, 높게 세운 단에 올라 관객들을 향해 고함쳤다. 야유와 환호와 박수소리와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관악기와 여배우의 숨소리와 땅에 발 딛는 소리와 노랫소리가 섞여 두 마리 지네의 심장처럼 고동쳤다. 지네의 심장소리는 거리의 한 편, 극장의 불빛도 광장의 영화도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 앉은 한 소녀에게 닿았다.


  여배우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허리에 찬 검을 들어 둥근 궤적을 그렸다. 불빛이 검에 튕기며 아침이 온 것처럼 찬연하게 빛났다. 관객의 눈을 베어내는 번쩍이는 검무가 끝난 후 여배우는 검을 들어 머나먼 한 점을 가리켰다. 여배우가 손에 든 태양이 어둠 속을, 한 소녀를 비췄다. 소녀는 찬란한 빛 속에서 일어났다. 태양이 빛에 익숙하지 않은 소녀를 짓누르고 노랫소리가 소리를 싫어하는 소녀를 뒤흔들었지만, 그러나 소녀는 눈멀지도 귀먹지도 않았다. 소녀는 여배우를 향해 달려갔다. 소녀의 괴성이 극장의 모든 소음을 잠재우고, 단지 여배우의 노래만이 남았다. 소녀의 눈빛이 극장의 불빛을 잠재우고, 여배우와 소녀는 눈을 마주쳤다. 여배우는 검을 들었다.


  이제, 너에게 여배우와 소녀를 소개해 주마.

  글을 써라 미소녀 이빨핥기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