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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잃어버린 냄새

bugstring(121.183) 2016.11.06 20:27:44
조회 54 추천 0 댓글 0

코 끝을 스쳐가는 향기. 사실 이 향기는 흔하지만 감미로운 향이 나는, M사의 스테디셀러 샴푸의 그것이다. 10분에 한 번쯤은 난다고 봐도 무방한 그 향기를, 맡을때마다 돌아보게 된다.



"언제...였을까."



마침 햇살도 따사롭고, 앉을 의자가 있어 나는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으며 추억에 잠긴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저기, 여기는 어떻게 가는지 아세요?'



저 멀리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 그녀가 먼저 배시시 웃었고, 나도 눈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그녀는 당돌하게 나에게 다가와서 길을 물었다. 



'어...여기, 저도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가르쳐주기 복잡하여 길안내를 자처했던 나, 방 안에 박혀있던 히키코모리였던 나에게 그녀에게 나는 향기는, 나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어머, 고마워요!'



그녀는 나중에 보답하겠다며 나의 전화번호를 가져갔고, 그 뒤는 뭐...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설레던 순간이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불어온 한 줄기 바람에 잠겨있던 상념에서 깨어났다. 집중되어있던 생각은 풀어지면서 곁가지를 남긴다. 



"그때 고백하면서 줬던 인형, 꽤 아끼던 거였는데."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병x아, 장미 주라니까? 여자는 그게 직빵이야!'



친구는 인터넷 친구가 있던 나는, 길드원들에게 여자에게 고백하려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았다. 뭐, 당연한거 아닌가. 그런데서 제대로 된 대답을 바라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대답. 귀여운 인형을 주는 것이 어떠냐고. 그러고보니 인형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평소 말했었지.



세심해보이면서도 무언가 있어보이는 그 의견은 대성공이었다. 그녀는 내 고백을 받아주고, 설레는 맘으로 손을 잡고 그녀의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는...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환자분, 여기계셨네. 진단결과가 나왔어요. 꼭 듣고 싶으셨다고 하셔서 한참 찾아다녔잖아요."



간호사에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일어선다. 이 설렘, 그때와 비슷하다. 그때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설렘, 지금은 건강을 얻기 위한 설렘.



그러나,



"죄송합니다."



의사의 차가운 말에 내 마음은 무너져버렸다. 1개월, 길어야 3개월이라는 의사의 사형 선고를 듣고 멀쩡할 사람은, 그야말로 붓다나 예수가 아닐까? 스물 다섯살에게 3개월만 남았다는 말을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절망에 빠지는 일일까?



"의사...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저는..."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사람을 대하는게 서툴렀는데, 연인사이에는 오죽했을까. 나는 너무 집착했다. 불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뜨거울 사랑. 나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것을 보여줬다. 그녀를 향한 사랑, 관심 등... 언제였을까, 그녀가 깨워달라해서 서른 번 넘게 전화를 한 적도 있었지. 옆의 친구가 눈치채고 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가 깨어날때까지 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끝이 보였지만,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녀는 대학교 4학년에 애니메이션전공, 나는 모쏠 히키코모리. 서로 평행선도 아닌 다른 차원에서 달리는 우리는 맞추기 힘들었고 그 끝에서 그녀는 지쳐버린 것이었다.


헤어지자는 말에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더 잘 할 수 있을것이라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역부족이었다. 연애 경력도 없는 내가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었고, 우리는 헤어졌다.


돌이켜보면 좀 미안해지는 순간들. 헤어진 날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그녀에게 전화, 몇 번의 새벽카톡. 그 와중에 나는 쓰러졌고, 병원에 실려갔다. 실려가면서 병원에 가기까지 그녀에게 났던 그 향기가 흔하게 풍겨왔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아, 살고싶다."


 흔했지만 잃어버린 향기를 다시 얻고 싶은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지만 말았다. 그녀가 죽기까지 내 맘을 이렇게 뺏어갔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상실감을 줘야하나라는 마음이 앞섰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아, 의식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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