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를 지망하던 조카가 이 게시판에 올라온 장교이야기를 보고 물어보길레 읽어보고

올려드립니다.

일단 전 군단 인서처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대위입니다. 밖에 나와서는 그 경력으로

인사업무 보고 있어요. 장기 떨어져서 군에 원망은 가득한데 그렇다고 군과 장교

전체를 부정하자니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어서 그러지는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안쓰러워서 몇 가지 사실을 올려드립니다.

만약 장교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보고 도움되길 바랍니다.

1. 이른바 Line을 타는 것은 소령부터다.

줄타기를 해야 장기를 다니 마니 하는데 줄타기와 정치질의 시작은 소령부터입니다.

애초에 윗분들은 중위들에게 기대도 하지 않아요. 소령부터는 부특기 정하고 육대에서

어느 줄 타고 왔느냐에 따라 군단/군사령부에서 해당 라인에 선 어르신들이 연락이

와요. 누구누구 평정에 뭐가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뭐 챙겨주라고. 물론 저렇게 평정이

어떻다고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지요. 돌려 말하는 걸 알아들어야 인사처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상충되는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으니 그 시점에 실세가

세력을 뻗어서 챙겨가는 거에요.

중위는 청탁도 요구도 그런 걸 받을 대상도 되지 않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군요.

다만 초반부터 라인 태우는 중위들이 있는데 전부 육사에만 한정되고 걔네들은 소위부터

장군 부관으로 간 다음에 중위 때 사단급 작전처나 파병부대로 데리고 가니까 그건

다른 문제이며 어차피 육사들 중에서도 그런 애들은 연대장 생도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극소수에요.

2. 장기선발인원은 큰 차이가 없다.

군번이 꼬였다, 라는 말은 핑계로 대기 쉬운 말입니다.

실제로 꼬인 군번은 존재하지요. latte님이 말한 것처럼 병과보직이 축소되고 그 시점에

장기를 선발하면 자리가 없어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장기를 뽑는 인원에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군 인사체제는 매년

충당하는 체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놓고 그 안에서 인원을 일부 조정하는

형태인데 그러면 끽해야 ±5~10%이상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정도 차이는 통신에서는

어차피 1~3명밖에 차이가 안나는 데 결국은 자기가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3. 중위 때 장기에 선발되려면 해야 될 일이 많다.

이야기를 보니 게시판에서 예전부터 활동한 것 같은데, 애초에 중위 때 장기를 달기

위해서 경쟁해야 되는 상대들은 3사관학교에서 꼴통처럼 살았어도 죽어라 자기 스펙

채우러 다니던 친구들과 ROTC, 학사들 중에서도 부대 안에 처박혀서 자격증에 영어에

부대업무와 군특정업무 자격증까지 주구장창 노력하는 친구들이 선발 됩니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놀 시간이 없어요. 주변에 누구누구 되었다더라 말만 도는 친구들

말고 진짜로 되서 돌아온 친구들 스펙을 정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해보세요.

중위 때 장기 선발되는 친구들은 진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어쩌다

검열 나가서 초과근무기록 살펴보면 퇴근하는 꼴을 못 봤습니다. 중위이면서도 대위들이

볼만한 자료 준비하고, 파견 나가서도 자기 역할보다 더해내며 위에서 나중에 또

데려오라고 명단에 적기도해서 3성 이상 표창도 받아옵니다.

애초에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선발되지 않아요.

4. 장기선발은 대위 때 많이 된다.

위에 말했지만 중위 때 장기가 되는 것은 애초에 엄청난 노력을 한 친구들이고,

최근에(이미 4년 정도 지났지만) 장기에 선발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위 때 선발됩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중위 때는 워낙 볼게 없어서 본인이 보여준 능력과 스펙위주로 선발하지만

대위 때부터는 군생활하면서 누적한 실적들이 있어서 그걸로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대로 군생활을 할 생각이 있었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인정받은 사람이었다면 위에서

연락이 왔을거에요. 복무연장 2년 넣고 대위 진급하라고.

만약 그게 그냥 군생활만 늘리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면 본인이 군생활에 가진 열의가

그정도 뿐이었다는 이야기고,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다면 위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장교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복무연장을 넣었다면 포병통신에 보직이 사라져도 다른 쪽으로 전환근무시키거나 여단으로

올려서 행정업무를 시켜봤을거에요. 그래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가 잘되는 보직과

커리어 관리를 할 기회를 줬겠지요.

5. 군대는 결국 위로 올라갈수록 엘리트가 많습니다.

멍청해보일 수가 있겠지만 다따져보고 못 보던 비문들 보게되면 그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행동이에요. 국방부급에서는 결국 행정자치부와 연계해야 되는 업무도 많고

하급제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많은 협조업무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윗사람들이 하는 일이

이해도 안 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시발 병신같은 새끼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윗분들도 자기 라인을 탄 놈이면

라인을 불바다로 만들 위험이 있으니 알아서 쳐내요. 못 쳐내면 나중에 불바다 되서 라인이

사라지는데 그러면 뉴스에 나와요. 뉴스에 나오는 건 그거밖에 없으니 다 빡대가리로 보일

거에요. 군단장급 되면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일하는데다 시도청에 중앙행정기관들과

협력업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멍청하고 제대로 일도 못하는 아랫사람들이 버틸 수가

있을까요?

척 봐도 빡대가리나 노는 것처럼 보이는 장교 보직은 그래도 큰 문제가 안 생길 집에 갈

양반들 보직이에요. 장포대, 대포중 아저씨들이나 그러고 사는건데 그걸 보고 다

빡대가리라고 착각하면 곤란해요.

그 사람들은 애초에 인사에 영향을 못주는 사람이라 빡대가리가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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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아저씨도 곧 올라가야해서 이만 줄입니다.

저도 대위까지는 장기를 못달았다가 대위 때 파견근무 마치고 돌아와서 참모장님께서

"추천서를 써줄테니 군에 남게나. 지휘관 보직 부족한건 내가 군단 본부중대장 자리를

주겠네."

라고 하셨었던 일이 있어요. 다만 아저씨는 대위 초입 때 이미 훈련 끝내고 복귀한 다음 

퇴근길에 사고가 나서 다리가 작살났는데 공상은 인정받았지만 장애등급이 안 나와서 

지휘관 보직 놓고 참모로 올라갔어요. 만약 지휘관 보직 참모장님께서 채워주시면 

소령진급은 했겠지만 그 이상으로는 올라갈 여지가 없다보니 포기했습니다. 

참모장님께 죄송하다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전역할 때 참모장님께서 아쉬우시다면서 전역할 때 추천서 써주신 덕택에 나와서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었지만.

진심으로 노력해서 군생활 할 생각이 있으시면 재입대 제도 활용해서 돌아오세요.

가산점 붙어서 장기하는데 도움이 될거에요. 요즘 장기가 되면 영관장교까지 진급하는

비율은 70%가까이 되니까 결격 사유 없이 노력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어요.

제 동기들 가운데에서 전역하고 돌아가서 지금 영관 장교 달고 있는 친구가 셋이

있는데, 다들 밖에서 쉬는 동안 토익, 토플이며 병과 관련 가산점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

대여섯개씩 준비해서 다시 들어갔어요.

글 올린 내용을 보니 길어야 전역 1~2년차인 모양이라 아직 내년에 기회가 있습니다.

만약 군에 실망했고, 적성에 안맞는다는 느낌이면 빨리 떨쳐내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세요.

옛 일에 얽혀봤자 좋은 결과 얻지 못하고 제때 적성을 살린 취업을 하지 못하여 어려운

길만 걷게 됩니다.

좋은 선택을 통해 훌륭한 결과 이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