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러시아, 소금싸막 20-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5 19:48:37
조회 231 추천 0 댓글 0
														


4월 15일, 모스크바 ~ 인천.



한국으로 돌아가자.

한국, 집이 있는 곳.

평생을 발 붙혀 살아온, 너무나도 익숙했던 곳.

하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했던 곳.

군필의 성인으로 살아가기 전, 마지막 젊음을 누려보고자 떠나왔던 곳.

나는 제대로 한 게 맞나?

....



모스크바에서 탄 비행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기내식까지 먹고 다시 졸다보 착륙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뭔가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거나 어디를 가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얼핏 휴가를 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고생하다 안락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선 휴가와도 같았다.

실제로 카드를 잃어버렸던 날, 그 날만 해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돌아가고 있는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말년휴가 같았다.

돌아간다는 설렘과 기대감보다는 당연함이 더 컸다.

애초에 여행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휴가라고 할 사람도 없겠지만..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스스로도 아직까지 여행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과 뻘짓 사이의 어딘가. 뻘짓에 더 가까운 기형적인 행동.



출발하기 전의 생각 중 하나를 다시 적어보려 한다.

여행이란 건 뭘까?

부모님의 눈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내뱉었던 여행이란 말.

정작 나는 그 말의 무게조차 몰랐다.

적어도, 아 내가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도 몰랐던 것이다.

떠나기만 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러시아였지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돈을 많이 쓰는 것? 유명한 장소를 섭렵하는 것? 사진을 남겨오는 것?

아닌 것 같다.. 자신도 없을 뿐더러 과연 내가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행복이란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만족스럽다고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는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무언가를 잔뜩 느끼고 돌아가야만 내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당당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언가를 남겨오자. 그게 내 여행이다.

고생도 해보고 새로운 일도 겪어보자. 그 모든 것들을 일기와 그림으로 남겨오는거다.

하지만 정작 남겨온 것은 반쯤 거짓말이 섞인, 밀려쓴 일기와 시덥잖은 그림들.

어디를 들렀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기념품을 사오지도 못했고 유명하다는 음식도 먹어보지 못했다.

헤메다가 고생하다 아프다 결국 현실에 적당히 끼워맞추다

끝나버렸다.

부모님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했던 말.

바뀌어서 돌아오겠습니다.

무엇을?

잘 모르겠지만 바꿔서 돌아올거야. 가면 알아서 바뀌겠지.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질문들이 있긴 했지만, 그냥 그렇게만 퉁쳤었다.

알아서 가면 잘 하겠지..

하지만 내가 미뤄놓은 것을 알아서 해 주는 ' 누군가 ' 는 따로 없었다.



모스크바에서 날아 도착한 곳은 노보시비르스크라는 곳.

이제 여기서 한번 더 날아 도착하면 인천공항.

내리기 전, 옆자리에서 졸던 여자에게 번호를 물어볼까 말까 5천번쯤 고민했다.

혼자 별 생각을 다 했다.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지? 손으로 툭툭 쳐야 하나? 영어로 말을 건네야 하나?

어떤 것도 다 어색해보였다.

그러던 중, 손에 반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반지를 낀 사람은 대개 연애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음.

물론 반지가 없었다고 해도 말을 건넸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포기할 이유만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호감이 있던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남겨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학을 앞두고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것 처럼

러시아를 벗어나기 전에 무언가 남겨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일 컸다.

솔직히 정말 부끄럽다.

물론 아무래도 말을 못 꺼내겠어서 실행은 못 했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도착 시간은 새벽 1시쯤으로 기억한다.

도착해서는 타기 전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던 친구와 같이 다니기로 했다.

편의상 ㅇㅇ으로 부르겠음.

솔직하게 나는 쉬고 싶었다.

내릴때쯤부터 고민하느라 긴장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했다.

어디던 상관없으니 벤치 하나 잡아서 계속 앉아있고 싶었다.

그런데, 같이 온 ㅇㅇ는 이 경유지마저 조사해온 터라 어디든 같이 돌아다니자고 했다.

굉장히 꼼꼼한 성격.

좀 생각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쉬고싶기도 했지만 아직 출발까지 13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에, 아직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출발한데도 날 밝으려면 한참 남았다.

뭐 별로 못 쉰다고 해도.. 마지막인데 피곤한게 뭐 대수냐.

다행히 한 4시간정도 쉰 뒤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근처 교통정보나 갈만한 장소는 모두 ㅇㅇ가 찾았다.



ㅇㅇ에 대해서 조금 더 써보자면, 나와는 정반대에 선 사람이었다.

목표의식 없이 돌아다니며 뭘 하고있나 항상 후회하기만 했던 나와 비교해선 대척점과도 같았다.

돌아다닌 경로도 비슷했다.

블라디에서 출발해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하차.

하지만 돌아다닌 동선이 달랐고 남긴 사진이 달랐으며, 표정이 달랐다.

모스크바를 예시로 들면,

난 숙소 근처를 맴돌 뿐이었다. 뭔가를 보았다고 해도 크렘린밖에 없었다.

하지만 ㅇㅇ는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12에서 lili가 말해줬던 모스크바 대학부터 또 어디 또 어디..

꼼꼼했던 계획만큼 알차게 보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할 말이 없었다.

뭔가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비슷한 경로였음에도 너무나 다른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내가 한심했다.

뭐라고 말을 이어나가야 했겠지만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의미없는 맞장구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아.. 그랬구나..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말하며, 한편으로는 괜히 따라나왔다 라며 후회했다.

부끄러웠다.

나이로는 내가 형인데, 형 노릇은커녕 아는 것 하나 없이 쫒아다니는게 한심했다.

어디를 갔냐는 물음에 자존심 섞인 목소리로 모험이라며 우물거렸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모험은 무슨..

말하고는 후회했다. 이 나이에 전역까지 해 놓고 모험이라고?

속으로 얼마나 멍청하다고 생각할지 짐작도 안 갔다.

나는 얼마나 한심한 새끼인가



계속해서, 꼴에 형이라고,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ㅇㅇ에게, 스스로에게 나도 나름의 뭔가를 했다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

나도..

하지만 정말 할 말이 없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냥 혼자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뒤섞인 생각들에 창 밖을 보다보니 ㅇㅇ가 내려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분명히 탈 때는 어두운 새벽이었는데, 어느샌가 밝아져있었다.

내려서는 근처 케밥집에서 간단히 케밥을 사 먹었다.

내가 사려고 했지만, 괜찮다고 말하니 재차 사겠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져 따로 계산했다.

먹으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계탑을 그렸다.

다 먹은 뒤로는 걸었다.

걷는김에 ㅇㅇ에게 노보시비르스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했었던 것 같다.

아는것도 많았지만 잘난척도 없었던 ㅇㅇ.

ㅇㅇ가 가려고 했던 곳이 따로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걷다보니 어떤 공사장에 도착했다.



말은 공사장이라고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공터인줄 알았다.

주변엔 녹슨 울타리가 둘러져 있었고 문은 열려있는 상태였다.

안쪽으로는 높이 자란 풀들과 모래언덕이 보였다.

공사장인것을 안 것은 들어간 이후였다.

모래언덕 아래에 포크레인들과 반쯤 파헤쳐진 구덩이들이 있었다.

아 공사중인 곳이었나.

하지만 아직 새벽녘이어서 그랬던건지, 공사가 중지된 곳이었는지 사람은 없었다.

ㅇㅇ에게 한번 올라가보자고 말했다.

다행히 모래가 얼어있어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올라가보니 앞에 강이 하나 있었다.

여기까지 온 거, 내려가볼까?

하지만 ㅇㅇ가 거절해 그냥 되돌아갔다.

ㅇㅇ가 말했다.

진짜 모험하는 것 같다고.

??

단순히 모래언덕 하나를 올라가는 일이었다.

모험이라고 할 것도 아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또 그런 듯 했다.

그냥 어릴 적 집 근처에서 놀던 모래언덕이 생각나 올라온 것 뿐인데;;

아마 나 혼자였다면 밑으로도 내려갔거나 그 위에 앉아있다 돌아왔을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모험인건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 일임에도 모험이라고 하니 꽤 괜찮아보였다.

그때부터 기분이 좀 풀렸다.

밖으로 나올 때는 꽤 서둘렀다.

ㅇㅇ의 말대로, 곧 공사하는 사람들이 올지도 모른다. 마주치면 안 좋을 듯.

말도 안 통하니 설명하기도 힘들테고.. 혹시나 싸움이라도 붙으면 큰일이다.

ㅌㅌㅌㅌㅌㅌ

공사장을 나와서 다시 ㅇㅇ를 따라 걸었다.

걷다보니 어떤 주택가 골목을 지났는데, 꽤 오래된 연립주택같은 곳이었다.

특히나 놀이터가 어릴적 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돌들이 섞여 얼룩진듯한 놀이터, 칠 벗겨진 쇠사슬 그네와 조그만 미끄럼틀.



더 돌아다니기는 시간이 애매했다.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선물거리를 사 공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ㅇㅇ는 친구들하고 부모님에게 선물할 보드카와 꿀을 샀다.

꿀도 러시아의 특산품 중 하나라고 하는 모양.

나도 하나 집을까 싶었지만 가방도 꽉 찼고 비싸보여서 내려놓았다.

대신 산건 롤케잌과 1.5L 물 그리고 펜 2개.

물은 ㅇㅇ와 같이 마시려 큰 것으로 샀다.

롤케잌은 열차에서 먹었던, 9에서 필통하고 같이 찍은 그 케잌.

과일코너를 지날 때는 배를 살까 고민했다.

그런데 가격이 상당해서 안 샀음. 그리고, 혹시나 괜히 먹었다가 배 아플수도 있고.

계산한 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 ㅇㅇ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20살이라는 나이인데도 이미 세계 곳곳을 다녔고 sns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듯 했다.

사진도 잘 찍었고 행동도 여유로움.

무엇보다도, 표정부터가 달랐다.

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사람.

어딘가 영화나 다큐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았다.

다시 한번

겨우 러시아 한번 온 것으로 우쭐대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런데 듣다보니 너무 피곤해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여차저차 공항에 도착하고 난 이후, 수하물도 맡기고 안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들어가는 길.

어느새 쨍해진 햇빛이 공항 여기저기를 산뜻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뭐랄까,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깔끔한.. 그러면서도 샤방샤방한? 그런 느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산뜻했다.

그 기분으로 아침을 먹었다.

케밥을 먹긴 했지만,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았기에 마트에서 사온 음식을 나눠먹었다.

물은 내가 샀지만 음식은 ㅇㅇ가 샀다.

원래는 반대가 되어야 하겠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조그만, 파운데이션 통 같은 꿀도 하나 먹었음.

먹고 다시 기절하듯 잤다.

자다 일어나서 잠깐 핸드폰 보다가 다시 잤다.



뭔가, 그런 느낌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얘기를 하다보면 잘 통하는 듯 하지만

하루가 지나거나 잠깐이라도 침묵이 흐르면 몰랐던 것 이상으로 어색해지는 그런 느낌.

자고 일어나니 내가 그랬다.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새벽부터 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음에도 한숨 자고나니 어색했다.

그래서 어떻게 더 말 붙히지도 못하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보니 비행기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꿀 찍어먹고 핸드폰 만진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남;



돌아오는 길은 정말 좁았다.

처음 비행기는 새벽이어서 그랬나 자리가 띄엄띄엄했지만 이번엔 꽉 차 있었다.

거기다 가방도 못 넣었음.

할 수 없이 발 밑에 배낭을, 무릎 위에 캠코더 가방과 외투를 놓고 롤케잌은 들었다.

케잌만큼은 절대 뭉개지면 안 된다.

약 4시간.

불편한 자세여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이기만 했다.

왠지 모르겠는데 자세가 불편하면 머리가 지끈거림.

내릴때쯤.

우연히 눈이 마주쳤던 외국인이 있었다.

정말 예뻤다. 또 내리기 1시간쯤 전부터 혼자 고민하기 시작했다.

될까? 안 되겠지? 할 수 있을까? 자리도 모르는데 어떻게 말하려고?

마주친거라곤 화장실 앞 한번뿐이어서 자리도 몰랐다. 그리고 자신도 없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봤다.

음.... 생각보다는 괜찮은 듯?

그런데 나오자마자 객관적인 내 꼴이 생각났다.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러다 번호를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먼저 내린 뒤 기다리고 있어보자.

그리고 나올 때 말을 걸어보는거다.

온갖 잡생각들에 긴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릴때쯤, 애매한 일이 하나 생겼다.



뒷자리에 타고있던 외국인들이 부르더니,

비행기에서 내리고나서 공항길을 알려달라고 했다.

인천공항 길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데.. 얼떨결에 승낙했다.

그리고 맹렬하게 후회했다.

아니 누구보다 빨리 달려나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거절하자.

지금이라도...

지금..

하다보니 착륙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쯤 외국인들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가 길을 잘 모르니 알려주요. 여기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아.... 거절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난 병신이다 진심..

그리고 비행기가 착륙하기 시작했다.

결정해야 했다.

일단은 빠르게 내리기로 했다.

빠르게 내린 뒤에 기다리던 번호를 물어보던 하자.

하지만 끝자리여서 빨리 준비했어도 상당히 늦게 내리게 되었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빨리 내린다고 내렸음에도 앞 줄은 대부분 내린 뒤였다.

고민했다.

ㅇㅇ와 외국인들을 기다릴거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뛰어가서 다시 찾아볼거냐.

뛰어갔다.

외국인들과 ㅇㅇ에겐 미안했지만 포기하기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혼자 뛰어와서 입국심사대에 도착.

하지만 긴 줄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하긴 내가 그렇지 뭐..

이제라도 돌아가서 외국인들을 찾아야 하는걸까 고민했다.

나 때문에 한국인의 모습이 약속을 깨버리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도망쳤다.

혹시라도, ㅇㅇ이 나 때문에 기다리면 안된다고 변명하며 혼자 입국심사를 마쳤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외국인들을 피해 ㅇㅇ를 기다렸다.

그러며 캐리어 레일로도 가 봤지만 그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ㅇㅇ를 다시 만났다.

반쯤 영혼이 나간 상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공항철도를 타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도착한 인천공항.

여기서 마지막 문제에 봉착한다.



ㅇㅇ와 헤어지면서 무심코 지갑을 만졌다가 깨달았다.

아 맞다. 나 카드 없지..

생각해보니까 가지고 있는 현금도 전부 루블화였다.

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더 도움을 받고싶지는 않았다.

동생에게 자꾸 도움만 받는다는게 민망했다.

그렇지만 이미 탄식처럼 내뱉은 뒤였다..

교통비가 딱 1000원 부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공항철도는 2000원 넘음.

1000원으로 괜찮겠냐는 것을 우겨서 구태여 1000원만 받았다.

바로 송금해주려고 했지만 ㅇㅇ는 끝까지 받지 않았다.

사실 굳이 1000원만 딱 받은 건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어차피 수수료 좀 떼더라도 환전하면 되는데 뭐.

라고 생각했었다.



ㅇㅇ와는, 그렇게, 내가 뭐 해준것도 없이 받기만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혹시나 환전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생각해봤다.

그런데 없는 듯.

결국 환전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액수가 너무 적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

2000원만 바꾸려고 했는데, 이걸 다 바꿔야 하는건가?

ㄴㄴ 그럴 필요 없음.

갖고있는 돈을 전부 털어도 환전이 안된다고 했다.

당황했다.

일단 알겠다고 한 뒤 나왔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지하철을 계좌이체로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돈이 없어서 공항에 고립당한다

이것보다 병신같은 상황이 또 있을까?

방법이 있을거다..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이나 친구가 직접 데리러 오는 것 밖에 없어보였다.

그건 너무 미안하다. 말도 안 된다..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계좌이체. 필요한 건 현금.

지나가는 사람에게 현금을 빌린 후 계좌이체를 하자.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은 했어도 막상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 저 분은 표정이 너무 굳어있다.

저 분은 어딘가로 바쁘게 가고있고..

또 저 분은 누군가와 같이 있네? 아마 안 될듯;;

핑계대며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차피 할거면 그냥 눈 딱 감고 하자.

걸어서 열 발자국쯤에 있던, 30대쯤 되어보이는 형.

저 형에게 한번 말해보자.


ㅅㅅ : 저기..

ㅇㅇ : ???

ㅅㅅ : 제가 지금 현금하고 카드가 없어서 집을 못 가고 있는데, 혹시 바로 송금할 수 있는데 2000원만 받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안된다고 하거나 기분 나빠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5000원이나 받게 되었다.

거기다가 구태여 계좌이체도 받지 않으셨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받기만 하는건 싫었다.

아 맞다.

모스크바에서 사 온 롤케잌. 다행히 직접 들고다녀서 찌그러지지도 않았을테다.

이거라도 드려야겠다.

처음에는 사양하셨지만, 어떻게든 드리고 싶어서 한사코 쥐여드렸다.

그러자


ㅇㅇ : 덕분에 러시아 케이크도 먹어보게 되었는데, 5000원 가지고 괜찮겠어요??


라고 하시면서 5000원을 더 꺼내셨다.

절대 안된다.


ㅅㅅ : 아 저 진짜 괜찮아요. 진짜 충분해요 이거면 택시도 탈 수 있어요.


택시는 잘 모르겠는데 지하철은 이거면 충분하다.

5000원만해도 너무 큰 신세인데, 10000원은 말도 안된다.

그리고 여러번 다시 인사드린 뒤에 버스를 탔다.

6000원이 있었기에 버스도 탈 수 있었다.


viewimage.php?id=2bb2c223ecd536&no=24b0d769e1d32ca73fec82fa11d028313f7ca0229f7ff0a914a049d5fe5f9e18abd3ba207251dce3c7d87b8a7cc2d099ce87d5681a88a1a22f5a232af5c8cd80


소중한 6000원.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28130 이제는 사라진 쿠바 지폐 뒤 그림 ㅇㅇ(210.204) 21.05.15 205 0
28129 혼자 비행기 통으로 전세내기 쌉가능 ㅗㅜㅑ 분홍빤쓰(211.250) 21.05.14 233 0
28127 강남 도산대로 360도 영상 빙글맨(58.231) 21.05.11 183 0
28126 속초 동명항 방파제 360도 영상 빙글맨(58.231) 21.05.05 184 0
28124 유럽여행 가고싶당 ㅠㅠ 기러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5.03 172 0
28123 친절했던 부산 카페 & 불친절했던 부산 카페 575(1.252) 21.05.02 247 0
28122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끝 [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28 375 1
28120 360도 VR로 관람하는 농구경기 2탄 빙글맨(58.231) 21.04.26 188 0
28119 360도 VR로 관람하는 농구경기 빙글맨(58.231) 21.04.23 204 0
28118 https://youtu.be/GXF4_QtVouU?t=1874 ....ㅇㅅ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23 188 0
28117 초량 초등학교 - 가수 나훈아, 개그맨 이경규, 음악감독 박칼린 학교 571(1.252) 21.04.21 196 0
28116 ㅋㅋㅋ내가 살고있는 지역 로컬들이 먹는거... 서른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20 197 0
28115 출렁다리 건너는 360도 영상 빙글맨(58.231) 21.04.15 175 0
28114 제주도 여행갈때 주의해야 할 점 모베러블루스(210.183) 21.04.15 338 0
28113 채플린(Chaplin) 566(1.252) 21.04.15 154 0
28112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5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2 336 0
28111 원주 소금산 스카이워크 360도 영상 빙글맨(58.231) 21.04.11 171 0
28110 졸업논문을 위한 설문조사 부탁드립니다! 추첨을 통해 스벅 깊티도 드려요! 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0 189 0
28109 내가 경험한 최고의 환각버섯 pannaeolus cyanescens 김진표(193.36) 21.04.09 234 0
28107 숭실대학교 캠퍼스투어 360도 영상 빙글맨(222.99) 21.03.31 192 0
28105 고리원자력홍보관 555(1.252) 21.03.28 164 0
28104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4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8 291 0
28103 ㅅㅂ지하드 캐나다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7 154 0
28098 존나기네 [2] 루시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20 208 0
28097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3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8 424 0
28096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2 [3]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10 485 0
28095 카페 동백 - 부산 기장 543(1.252) 21.03.10 197 1
28094 여행하면서 모은 동전들 [7] 「ひで」#히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4 303 2
28093 서울 하늘이 신비롭게 보이는 상암 하늘공원 360 VR 투어 미스터로드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4 167 2
28092 어명기 가옥 540(223.38) 21.03.02 159 0
28091 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3.01 448 0
28089 360도 영상으로 구경하는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빙글맨(220.120) 21.02.19 170 0
28087 러시아, 소금싸막 20-2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6 268 0
러시아, 소금싸막 20-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5 231 0
28085 러시아, 소금싸막 19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3 329 1
28084 해외에서 격투기, 복싱 보는 방법 dd(182.226) 21.02.12 201 4
28083 러시아, 소금싸막 18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0 355 0
28082 러시아, 소금싸막 17 [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3 382 0
28081 러시아, 소금싸막 16-2 [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3 229 0
28080 비비비당(非非非堂) 527(211.204) 21.02.01 164 0
28078 아트카페 잉크(ART CAFE INK) - 부산광역시 기장군 527(223.38) 21.01.30 148 1
28077 러시아, 소금싸막 16-1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1.30 323 0
28076 강제백신반대 청원추ㅣ개추만누르고 서명들 안하실거쥬 야마모토타로말콤엑스(59.30) 21.01.29 242 0
28075 360도 영상으로 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 투어하기 빙글맨(210.217) 21.01.27 165 0
28072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투어 VR 영상 빙글맨(210.217) 21.01.24 183 0
28071 러시아, 소금싸막 15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1.24 359 0
28070 360도 영상으로 전통한옥 구경하기 빙글맨(210.217) 21.01.20 165 1
28069 지역중 고른다면? ㅇㅇ(210.179) 21.01.18 152 0
28067 압구정 토끼굴 360도 영상으로 구경하기 빙글맨(210.217) 21.01.17 166 0
28065 한강 노들섬 360도 VR 여행 빙글맨(210.217) 21.01.13 21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