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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팬픽] 공소관의 일기 - 제8화

YS하늘나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19 01:42:00
조회 1050 추천 32 댓글 15

[지난화 보기]

공소관의 일기 - 프롤로그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리부트~

공소관의 일기 - 제2화

공소관의 일기 - 제3화

공소관의 일기 - 제4화

공소관의 일기 - 제5화

공소관의 일기 - 제6화

공소관의 일기 - 제7화


[공소관의 일기 외 다른 창작물/번역물 보기]


==========


자칫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가 닥쳐왔지만, 아렌델 왕국은 이 위기를 빠르게 수습해갔다. 국왕이 코로나 왕국으로 떠났을 때부터 이미 국정은 후계자였던 엘사가 국왕을 대신하여 맡아보고 있었기에 왕위의 계승은 빠르게 이뤄졌다. 장례식 다음 날, 아렌델에 새 여왕이 즉위할 것임을 알리는 공고문이 왕국 곳곳에 붙었다. 아직 여왕이 성인이 되지 못했으므로, 대관식은 3년 후에 있을 예정이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왕위 계승 도중의 혼란을 틈탄 침략에 대비해 국경과 해안의 감시는 삼엄해졌지만, 반대로 왕국 내적으로는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국왕의 급서는 슬픈 일이었으나, 언제까지고 왕국 전체가 슬픔에 잠겨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 여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축제가 있었고,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들이 모두 사면되었다. 장례식 이후 이레 정도가 지나자, 아렌델 왕국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왕궁도 마찬가지였다. 선대 국왕과 왕비의 유품을 정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왕궁도 슬픔을 딛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나갔다. 선대 국왕이 돌아온 후 하기로 되어있던 공소관 후보생 선발시험의 합격자 통보도 수석 합격자인 잉리드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이뤄졌고, 아렌델 왕국에 있는 각국의 공사들도 하나 둘 새 여왕을 알현했다. 공사들이 본국에 보낸 문서에 기록된 새 여왕에 대한 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러했다.


"선대 왕비를 꼭 빼다 박은 듯 닮았으며 그 분과 같이 선량해보이지만, 그 표정 뒤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국정의 사소한 곳까지 모두 꿰뚫고 있으니 만만히 볼 수 없다."


본디 외교에서 감정을 감추고 완곡하고 점잖게 말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18살 소녀였기에 공사들은 여왕이 쉽게 그 감정을 드러낼 것이라고, 그래서 앞으로의 아렌델과의 외교가 꽤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공사들이 선대 국왕의 급서에 대한 조의를 표했을 때도 여왕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인사를 받았고,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엷은 미소만 띤 채 정론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 국왕의 급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할지라도, 여왕이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코로나 왕국 공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아렌델 왕국을 둘러싼 정치적 격랑도 점차 잠잠해졌고, 아렌델 왕궁도 서서히 예전처럼 돌아갔다. 단 한 가지, 여왕이 백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공소관 후보생이 된 잉리드는 2년의 교육기간동안 배운 것들을 거의 통째로 외울 기세로 공부했다. 그렇다고 공소관이 되기 위한 공부가 외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고, 깊은 생각을 많이 해야했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잉리드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교육 평가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교수들이 강의 중에 잉리드를 집어서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무공소관 제도에 대한 설명의 끝이다. 여러분과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잉리드 학생?"

"예."

"학생의 생각은 어떤가?"

"예?"

"지금의 내무공소관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여러분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듣고 싶은거야. 여러분들 후보생 시험칠 때 이게 문제 아니었나? 강의를 듣고 그 때와 생각이 달라졌는지 어떤지."

"아, 예..."


잉리드는 자신이 시험 때 썼던 답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답했다.


"시험 답안에서는... 왕실과 관련된 범죄는 중대범죄이므로 관련 범죄만을 전담하는 내무공소관을 두어 전문성을 제고하고 친위대를 비롯한 왕실 기관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제도 자체의 의도는 충분히 수긍할만 하지만 현재의 내무공소관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내무공소관이라는 자리가 신임 공소관의 실무 경험용으로나 쓰이고 있다는 점은 유사시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이라고 서술했습니다. 특히 내무공소관이 다루는 범죄는 왕실 관련 범죄이니 더 기민한 대처가 요구되는데 공소관 경력이 2년도 안 된 공소관이 그만큼 빠르게 대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아무리 평상시 관련 범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숙련된 공소관을 내무공소관으로 두어 비상시를 대비해야한다는게 제 시각이었습니다."

"호오, 그래? 그렇다면 강의를 듣고난 지금, 내무공소관에 대한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교수가 어서 말하라는 듯 손짓했다.


"말해보게."

"세금 도둑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식간에 강의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잉리드는 곧바로 덧붙였다.


"물론 전현직 내무공소관이신 선배님들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내무공소관이라는 자리의 특수성과 우리 아렌델의 역사가 합작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게 제 견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무공소관이 전담하는 범죄는 왕실 관련 범죄이므로 그 어떤 범죄보다 신속한 대처가 요구됩니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함부로 없앨 수도 없는 자리죠. 하지만 강의 중 말씀하신대로 워낙 우리 왕실이 깨끗해서 공소관 제도 확립 후 현재까지 왕실 관련 강력범죄 사례가 없으며, 어쩌다 한 번씩 있는 관련 잡범 공소를 제외하고는 서류처리 밖에 할 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니 숙련된 인력을 그런 업무에 낭비하느니 신입 공소관을 앉혀서 실무 경험이라도 쌓게 하자는 현행 제도 역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점, 평상시 제대로 할 수 있는 업무도 없는데 정작 비상시에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둔다는 점이 제가 '세금도둑'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할텐데 둘 다 제대로 못하면 그건 그냥 국고를 낭비하는 거고, 국고는 백성들 주머니에서 나오는거니까요. 강의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분명히 왕실의 안전 문제인데 우리 왕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잉리드가 말을 마쳤을 때, 동기 후보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져 잉리드에게 쏠려있었다. 조금만 더 얘기했다간 자칫 바로 그 내무공소관에게 끌려갈지도 모르는 위험 수위의 발언이었다. 교수도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잉리드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그렇게 문제라면 해결할 방법도 생각해봤나?"

"개선 방안 말씀이시라면 대략적으로나마 생각해봤습니다."

"말해보게."

"일단 아렌델의 왕실 관련 범죄 발생 건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으니 내무공소관의 일 자체가 적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내무공소관이 비상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숙련된 공소관이어야한다는 점도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그게 뭔가?"

"내무공소관의 일을 늘리면 됩니다."


피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문제점에 비해서 너무도 어이없고 간단한,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교수가 물었다.


"그게 끝인가?"

"끝입니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교수가 잉리드의 대답을 듣고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교수가 시계를 품 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으니 한 번 말해보게."

"그러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잉리드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아렌델에서 규정하는 왕실 관련 범죄에서 주된 범죄 행위의 객체는 당연하게도 아렌델 왕실입니다. 하지만 내무공소관이 단순히 왕실 기관과 연계하는 것만으로는 비상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중간 보고를 몇 차례 거치면서 보고가 더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무공소관은 왕실을 항상 가까이에서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왕실 관련 범죄에서 범죄 행위의 객체로 정하고 있는 것이 여왕 폐하이므로, 보통은 여왕 폐하가 되겠죠. 말하자면, 내무공소관에게 친위대의 역할도 같이 부여해야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친위대가 항상 여왕 폐하 곁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니, 위치상으로는 집사장과 비슷한 거리를 유지해야합니다. 집사장의 거리에서, 친위대의 역할을 부여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목적은 왕실 수호와 범죄 발생 시의 빠른 대처에 있으니 꼭 여왕 폐하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주 마마를 비롯한 왕실의 다른 분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교수가 잉리드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비상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또 그러면 내무공소관 제도가 국고 낭비가 아니게 될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잉리드 양, 이 나라 신하들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네. 그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었지만 기각된 이유는 따로 있네. 여전히 내무공소관이 신입 공소관인 것은 변하지 않거든. 오히려 일을 어설프게 하면, 왕실을 지켜야 할 내무공소관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제도를 개선하려면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잉리드가 단호하게 말하자 교수가 물었다.


"호오, 어째서 그렇지?"


잉리드가 교수의 질문을 받아 곧바로 대답했다.


"아렌델 국법 어디에서도 내무공소관의 임기를 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렌델 국법에는 내무공소관의 임면권은 여왕 폐하께서 가지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임기에 관한 명시적 조항은 없습니다. 따라서 여왕 폐하께서 제도를 개선하신 다음, 새 내무공소관을 임명하시고 해임하시지 않으면 간단합니다. 현재 내무공소관의 임기가 3년이 된 것은 관례적으로 공소관 후보생 중 수석 수료생을 그 자리에 앉혀왔고, 공소관 후보생 선발이 3년에 한 번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간 이 관례가 바뀌지 않은 것은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온 선대 왕조에 대한 존중의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으니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것이고, 바꿔야한다면 새로운 여왕 폐하의 존명 아래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에서 여왕 폐하 즉위 이후 첫 공소관이 되는 바로 저희가 그 기점이 되는 것이 대외적인 인식 개선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홍보 효과를 노린다면 대관식 전후로 현행 내무공소관 제도를 개정하여 그 시행을 선포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바꿔야 한다면 바로 지금 바꿔야한다라... 후보생 치고는 꽤 과감하고 직설적인 말이군. 아니, 오히려 피끓는 젊은이라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건가?"

"강의를 들으면서 평소에 생각해왔던걸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그렇군. 앉아도 좋네."


잉리드 뒤로도 몇 명의 학생들에게 질문은 계속 되었다. 교수는 학생들의 대답에 고개를 젓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했다. 대여섯 명 정도의 학생들의 대답을 들은 후 교수는 책을 덮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로 하지. 그리고 다음 강의 때는 내가 방금 학생들에게 물었던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다음 강의 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오늘 나와 직접 이야기를 한 학생들은 그대로 써와도 좋네."


강의가 끝난 후, '겁 없는 후보생이 교수님 앞에서 현행 내무공소관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더라'하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동기 후보생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며칠 후 아렌델 왕궁, 여왕 집무실.


카이가 서류 한 뭉치를 들고 집무실에 들어왔다.


"여왕 폐하, 오늘 내무대신이 정리한 상소문들입니다."

"네, 이 옆에 놔주세요."


엘사는 공주 시절과 같은 복장으로 서류를 하나씩 읽고 있었다. 지금도 공식적으로 아렌델 왕국의 여왕이긴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카이는 엘사 말대로 책상 한 켠에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또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아, 아저씨. 잠깐만요. 이것 좀 보실래요?"


엘사가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예?"


카이가 엘사에게서 그 서류를 받아들었다.


"내무공소관 제도의 개선 논의에 관한 건...?"

"아까 내무대신 아저씨가 주고 간 거에요."

"여왕님께 드릴 거라면 상소문이랑 같이 저한테 주면 됐을텐데, 왜 그랬을까요?"

"글쎄요... 아무래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 아닐까요? 제가 보기엔 조만간 조회에서 한번 다뤄볼만한 안건인거 같은데, 아저씨가 보기엔 어때요?"


카이는 빠르게 서류를 읽어보았다. 서류 자체도 몇 장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을 읽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왕님의 대관식에 즈음하여 현재 업무량이 너무 적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무공소관 제도를 아예 개편하여 여왕님이나 다른 왕실 구성원의 근처에서 호위를 하도록 하고, 임기는 지금까지 해왔던 3년의 관례를 폐지하고 장기간 근속하게 한다...? 안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공소관 후보생들의 반발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매 기마다 나오는 내무공소관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반발은 별로 크지 않을 거 같아요. 다른 공소관 제도는 모두 지금 그대로 유지하고 내무공소관 제도만 바꾸는 거니까. 저도 언젠간 바꿔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마침 이런 서류가 올라온 김에 한 번 대신들과 논의해볼까 싶어서요."

"여왕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내일 조회 안건에 바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주시겠어요?"

"그러면 이건 가져가서 필사를 시켜두도록 하겠습니다."


카이가 서류를 챙겨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엘사가 말했다.


"잘 된다면, 내년쯤부터는 부녀가 같이 왕궁에서 일하는 걸 볼 수 있겠네요?"

"누가 차기 내무공소관이 되든 왕실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따님 얘기 하니까 아저씨 표정이 밝아졌는데요?"


엘사가 슬쩍 카이를 놀렸다. 카이가 여느 때와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언제 여왕 폐하 앞에서 표정 구긴 적 있었던가요?"


엘사는 서명한 서류더미를 옆으로 밀어놓으며 웃었다.


"그건 그렇네요. 이것도 좀 같이 필사시켜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카이는 그 서류도 받아들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엘사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서류 뭉치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방금 카이에게 준 서류의 내용이 엘사의 필체로 그대로 옮겨써져있었다. 엘사는 종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돌아오기 전부터 한 건 제대로 하네, 잉리드. 미리 터를 닦아놓는거야?"


서류 오른쪽 아래에는 깨끗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본 안건은 현 내무공소관 후보생의 보고서를 교수가 감수하여 제출한 것을 내무대신이 일부 수정하여 제출한 것입니다.

보고서 원문 소장 : 아렌델 왕립 공소관 교육원

보고서 원문 작성 : 아렌델 공소관 후보생 잉리드'


엘사는 서류를 말아서 서랍에 집어넣으며 웃었다.


"그래. 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내가 터를 닦아줄게."



엘사의 말은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대로 이뤄졌다. 그 해 여름, 아렌델 왕립 공소관 교육원은 엘사 여왕 시대의 첫 신임 공소관들을 배출했다. 영광스러운 수석 수료생, 곧 신임 내무 공소관의 자리는 다른 후보생들 모두가, 그리고 엘사가 예상했던 대로 잉리드에게 돌아갔다. 여왕 앞에서의 임명식과 선서를 거쳐 후보생들은 어엿한 한 명의 공소관이 되어 왕국을 위해 일하게 됐다.


『공소관 선서


나는 이 순간 여왕 폐하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아렌델 왕국 공소관의 직에 나섭니다.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 왕국과 백성들을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공소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공소관,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공소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공소관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여왕 폐하를 섬기고 왕국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아렌델 왕국 공소관, 잉리드.』


잉리드가 수료생 대표로 선서를 마치자 엘사가 잉리드를 보며 웃었다. 보일듯말듯한 입모양으로 엘사가 말했다.


'오랜만이네.'


잉리드도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오랜만이야.'


원래대로라면 수료식 이후 바로 내무공소관의 업무를 시작해야했지만, 잉리드는 그럴 수 없었다. 몇 달 전 개정된 새로운 내무공소관 제도에 따라 1년간 왕궁에서 전임 내무공소관에게 교육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하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나, 잉리드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한 한 명의 내무공소관으로 거듭나 비로소 여왕을 보좌할 수 있었다.


엘사 여왕의 대관식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


* 이번 화의 상식


검사 선서

검사 선서는 새로 임용되는 검사로 하여금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을 엄숙히 다짐한 후 복무에 임하게 하기 위하여 시행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검사 선서는 2009년 3월 12일,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공포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검사 선서는 다음과 같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0000년 00월 00일


검사 OOO」


==========


일주일이 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다작은 사람할 짓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착한 푸갤라미는 괜히 문어발 뻗지 말고 하나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오리지널 캐릭터인 잉리드로 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중후반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할 주인공이니, 슬슬 존재감을 피력해둬야죠. 잉리드의 이야기를 하는 김에 초반부부터 나왔던 '내무공소관'이라는게 뭔지 설명도 같이 넣어뒀습니다. 사실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잉리드가 선서하는 부분을 세 번 넘게 뜯어고쳤는데... 1년을 후다닥 날려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더 이상 과거사 이야기를 풀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완결낸 다음에 혹시 사이드 스토리를 짤막하게 넣는다면 저 때의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편은 지난 편들보다 오리지널 설정과 어려운 얘기가 많아서 조금 난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데... 마지막 줄에서 짐작하셨겠다시피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프로즌 본편의 내용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늘 부족한 작품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편에는 좀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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