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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In winter

안나왕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20 00:46:13
조회 466 추천 22 댓글 7

 

여름이 끝나고 다시 겨울이 찾아온 지금. 올라프는 한 거대한 문 앞에 서있었다. 문은 단단해보이는 고동색의 나무재질이었으며 갓 칠해진 것처럼 색이

반질반질했다. 올라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이 밟고 서있는 땅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모래알갱이가 발을 간질였다. 눈을 들어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어

느 해변가였다. 그가 그토록 바랬던, 상상해왔었던, 그곳이었다. 작열하는 태양은 하늘 높은곳에 떠있었고 모래사장의 끝자락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가 있었다. 선선한 바람에 백사장에 꽂혀있던 깃발 한 대 만이 이리저리 펄럭이고 있었다.

 

막상 실제로 바라던 곳에 와보니 뛰어 놀고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아마도 혼자였기 때문인것같다. 그저 이 지독한 더위에서 벗어나고 싶을뿐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의 몸은 녹거나 작아지지 않았다. 엄청나게 뜨거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 다시 거대한 문과 마주섰다. 어떤 힘을 가해도 절대 열리지 않을것같은 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일말의 소망을 가지고 문을 밀어보았다. 끼이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틈이 살짝 벌어졌다. 올라프는 문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다시 밀었다. 곧, 그 거대한 문이 열리고 열려진 문 사이로 영롱한 빛이 새어들었다. 그 빛이 경계라도 되는듯, 문 너머의 세계는 보이지 않았다.

 

올라프는 고민했다. 한 발짝만 더가면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것이다. 하지만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이곳에 있어봤자 얻는건 없다. 친구도 없이 나부끼는 깃발 한 대 뿐이었다. 선택할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너무나도 더웠다.

 

강렬한 빛에 눈을 질끈 감고 문을 넘어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보려는데, 사방이 빛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온통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눈을 뜬 올라프에게는 오직 빛만이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계속 보고있다간 시력을 잃을것같아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을 감아보아도 보이는 것은 어둠이아니라 밝은 잔상이었다. 그것이 올라프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이곳을 잘못 선택한것이 아닌지,

이 광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혹은 언제 내 영혼을 잠식해버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올라프는 이 빛이 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길 바라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몇발짝도 가지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그 거대한 문은 열려있었다. 문을 향하여 한발짝 다가서려 할때였다. 거대한 문은 닫혀버렸고 마치 이곳에 오기전의 세상에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암시하는 것 같았다. 아쉬워서 문을 계속 쳐다보는데, 문의 형상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점점 흰색에 가까워지더니 이내 곧 빛에 흡수됬다. 이제 돌아갈 곳은 없었다. 그나마 있던 희망마저 사라지고 만것이다.

 

볼 수 있는 대상도 없다. 어딜보나 흰 바탕이었다. 차라리 잘됬다고 생각했다. 문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아마 끝없이 방황했을것이다. 아니면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한채 제자리걸음이었을것이다. 이제 뒤는 없다. 오직 앞만 있을뿐이다. 올라프는 다시 뒤를 돌아 눈부신 빛과 마주했다.

 

 이 빛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라프는 무언가의 믿음이 있었다. 또 다른 세계가 분명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전에 열리지 않을것 같던 문을 연것처럼. 얼마쯤 걸었을까 저멀리서 새로운 광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실체를 알 수 없었지만 초록색과 흰색 바탕이었다. 올라프는 새롭게 다가올 또 다른 세계에 흥분을 감출수 없었다. 점점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다. 눈앞에는 눈으로 가득 덮인 대지와 울창한 숲이 보였다. 눈에 익은 곳이었다.

 

" 올라프 ~ 빨리와, 같이놀자. "

 

어린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올라프가 처음 만들어졌을때의 장소였다. 그때는 엘사의 마법이 적용되지않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행복했다. 다시 겨울로 돌아올수있다는것이, 혼자가 아니라는점이.

이제 다시는 여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겨울속에 있던 올라프'는 그때의 행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살고있는 현실이 마음에 들든, 들지않던간에 그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올라프는 밝게 웃으며 어린엘사와 안나곁으로 달려갔다.

 

눈사람은 겨울이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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