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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불어닥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달려왔건만 하나도 춥지 않았다.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아버지, 어머니, 이건 정말 저주받은 힘일 뿐인 걸까요?
깎아지르는 능선을 타고 걸어 올라간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not a footprint to be seen.
하얀 눈이 이지러진 오늘 밤, 산 위에 발자국조차 없구나.
A kingdom of isolation, it looks like I'm the Queen.
이 고독하기 짝이 없는 왕국에, 내가 여왕이라도 된 걸까.
가슴이 미어진다. 뭔가 뜨거운 것이 깊은 곳부터 솟구치려고 한다. 슬픔, 공포, 후회, 원망...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너나할것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The wind is howling like this swriling storm inside.
바람은 마치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폭풍처럼 울부짖는데.
Couldn't keep it in, heaven knows I've tried.
죽도록 노력했지만, 억누를 수는 없었어.
아버지, 꼭 그래야만 했나요? 어머니, 꼭 감추고 억누르는 것만이 옳은 길이었을까요? 아아, 나는 왜 이제야 거기에 대한 의문을 품은 걸까요.
Don'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들이지도 말고 보이지도 말아라. 항상 그래왔듯이 착한 소녀가 되어라.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감춰라. 느끼려고 하지도 말아라. 남이 알아서는 안 돼.
헛웃음만 나왔다. 왜 이제야 그것을 알았을까. 하긴 뭐,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 없지. 왜냐고?
Well, now they know.
이젠 들켰는걸.
그래, 생각해보면-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몰라. 알아서 뭐 어쩌려고? 실컷 떠들라지. 나는 내 갈 길을 갈 테니. 이젠 이런 답답한 장갑 같은 건 낄 필요 없잖아?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slam the door.
이제 다 잊어.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지. 잊어버려. 이젠 뒤돌아 문을 닫아 버릴테니깐.
이것 봐, 내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저 아름다운 얼음 결정을! 이토록 아름다웠다니. 누가 이 힘을 저주라고 부르겠어!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Let the storm rage on.
이제 누가 뭐라든 신경 안 쓸거야. 폭풍 같은거 더 몰아쳐 보라지.
그러고 보니 이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달고 여기까지 달려왔던 거야?
The cold never bother me anyway.
추위 같은 건 날 어쩌지 못해.
한껏 소리를 지르며 장갑이며 망토며 능선 아래로 던져 버리고 나자 어느 새 내가 일으켰던 거센 눈보라도 잠잠해져 있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하던 바람이 멎자 주변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이 가벼운 발걸음! 시야를 넓히니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원경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It's funny howsome distance makes every thing seem small.
조금 떨어져서 보니 다들 별거 아니었잖아.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can't get to me at all.
한때 나를 지배하던 두려움도 이제는 무섭지 않아.
한껏 어깨를 펴고 눈밭을 달리다 보니 옆쪽 봉오리를 향해 고개를 내민 절벽이 보였다. 이런, 한창 재밌었는데 돌아서 내려가야 되나? 혹시.. 내 마법이라면 여기다가 그럴듯한 구름다리 하나정도는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 and breakthrough.
내 능력과 한계, 그리고 펼쳐질 앞날을 시험할 시간이야.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어떤 법칙도 없어.
눈앞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다리가 만들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내 마법은 저주가 아냐. 어릴 때 그토록 꼴도 보기 싫었던 서리와 성에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다니. 아, 그런데 성에가 너무 많이 끼어서 밟고 건너가기에는 조금 불편해 보이는데. 한번 발을 올려 보실까!
I'm free!
난 자유로워!
내 발이 닿는 대로 성에가 사르륵 녹으면서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 손을 좌우로 벌린 뒤 그대로 달려 보기로 했다. 내가 지나온 길의 구름다리는 그야말로 유리처럼 순결한 투명함을 한껏 자랑하며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었다. 아득한 절벽 아래를 보니 마치 내가 하늘을 걷는 것만 같았다.
Let it go. Let it go. I'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다 잊어, 다 잊어. 바람도 하늘도 나와 함께야. 다 잊어버려!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다리의 끝이 닿은 곳은 바로 반대편 봉우리 꼭대기의 판판한 땅이었다. 불현듯 내 머릿속에 근사한 궁전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이런 데다가 궁전 하나를 지으면 진짜 멋있을텐데. 그것도 얼음 궁전으로 말야.
.....못할 건 없잖아?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Let the strom rage on.
나 이곳에 서서 여기에 머물리라. 폭풍아 몰아쳐라.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발을 크게 구르지 나를 중심으로 육각의 얼음결정이 퍼져나갔다. 머릿속에 영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네가 바로 바닥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얼음 궁전을 여기다가 끄집어 내겠어!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내 힘은 하늘끝부터 땅끝까지 휘몰아치고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내 영혼이 사방의 얼음 기둥을 타고 소용돌이치네.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그리고 지금 단 하나의 생각이 마치 얼음폭풍처럼 확고해져 가.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결코 돌아가지 않아. 과거는 과거로 머물 뿐.
동쪽에서 동녘이 트고 있었다. 햇빛을 맞이해야지. 과거의 내가 아닌 눈의 여왕으로 새로 태어난 나로!
Let it go. Let it go.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Let it go. Let
it go. That perfect girl is gone.
다 잊어. 여명을 걷고 힘차게 솟아올라야지. 그 완벽했던 소녀는 이제 없어.
까슬까슬하고 불편했던, 나를 그동안 옥죄어 오던 궁중 복장으로부터 해방될거야. 이게 진짜 나야. 누구도 부정 못해.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나 이곳에 서리라. 눈부신 내일을 맞으리라.
Let the storm rage on.
폭풍이여 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추위는 나를 어쩌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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