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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렌델 포탈 - 프롤로그 ]
[ 아렌델 포탈 - 1 ]
[ 아렌델 포탈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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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렌델 포탈 - 3 ]
“I saw movie. Frozen. Your story. So I know you”
“... Movie...?”
병사들은 당장에라도 이 대화를 중지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감히 여왕의 대화를 가로막지는 못했다.
반면에 엘사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내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여기 세상은 영화가 뭔지 모르겠지. 아, 미치겠네.
“Movie is... like troll's magic. I saw your coronation day.”
영화가 어떤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하기에는 내 어휘력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 사람들에게 영화를 설명하려면 스크린이 뭔지 영사기가 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야 할텐데 그건 한국어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페비가 사용했던 기억의 영상을 보여주는 마법이랑 비슷하다고 대충 설명하기로 했다.
어렸을 적에 한 번 봤던 마법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
“I know your sister Anna. and Kristoff, Sven, Olaf...”
영화에 나왔던 인물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기 시작했다.
내가 대관식에 없었던 것은 엘사도 알고 있을 것이지만,
이 정도는 첩자나 암살자나 누가 됐던지 간에 조금만 수소문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뭔가 핵심적인 것이 필요했다. 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고,
대관식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 아! 이건 어떨까?
“Hans is bad guy! and Weselton is... Duke of Weselton is bad guy!”
순간적으로 ‘김정은 개새끼 해봐’라는 피아식별 방법이 떠올라서
‘한스 나쁜놈! 위즐튼 나쁜놈!’을 외쳤다.
‘I'm not dangerous’ 보단 낫겠지?
엘사의 표정에서 혼란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래, 대관식에선 이렇게 생긴 놈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을까 싶겠지?
갑자기 더 기발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엘사의 입술은 뭐라 말을 하려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곧바로 멈췄다.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로 결정타를 날렸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엘사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긴, 이건 좀 소름 돋겠지.
이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마음을 추스리는가 싶더니,
결심한 듯 대장에게 뭐라고 말한 다음 감옥 밖으로 나갔다.
그는 여전히 찝찝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다가
내 손을 구속하던 답답한 수갑을 풀어주었다.
복도로 걸어 나가자 엘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에게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Follow me.”
엘사가 앞장서서 걷고 나는 그 뒤를 교무실에 불려가는 문제아처럼 졸졸 쫓아갔다.
내가 아렌델 왕궁에 걸어 다니고 있다니! 나는 꿈에도 그리던 아렌델에 와있었다.
지금은 비록 범죄자 같은 취급을 받고는 있지만 잘만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고
그러면 나는 아렌델에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영어를 쓰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
그래도 기본은 아니까 살다보면 익숙해지겠지. 노르드어가 아닌 게 어디야.
음...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내가 아렌델에 온 거지?
정말로 그 급발진 하는 자동차에 치여 죽어서 아렌델에 온 것일까?
그렇다면 내 몸... 그러니까 내 시체는 지금쯤... 우리 부모님은...
나는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췄다. 엘사도 내가 멈춘 것을 느끼곤 따라 멈춰 섰다.
뒤돌아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이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엘사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 걸음을 계속했다.
아까 느낀 두통도 그렇고 감각이 이렇게 생생한 걸 보면 아직 죽었다고 생각하기엔 이르다.
돌아갈 방법을 찾던지 아니면 최소한 어떻게 된 일이지는 알아야 한다.
딸깍
“Come in.”
방은 그리 넓지는 않았고 창가에 조그마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 두 개가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는 아름다운 별빛과 달빛이 안을 비추고 있어서
깜깜한 밤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사물들은 구별할 정도가 되었다.
여긴 집무실 같은 그런 공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적인 휴식을 위한 공간인 것 같았다.
엘사는 성냥을 켜서 테이블 위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전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밝기라면 충분했다.
엘사는 문가에서 멀뚱히 서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한쪽 의자에 앉았다.
나는 방 안을 관찰하기를 멈추고 그 맞은편에 걸어가 앉았다.
표정은 아직까진 그리 좋진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풀린 것 같았다.
그리고 최소한 감옥에서 왕궁 내부의 조용한 방으로
장소가 바뀌어 있다는 것은 일이 어느 정도 풀려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So...”
엘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 멈추었다.
아마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하고
복잡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내 영어실력에 대해서 말해둘 필요가 있었다.
“Your majesty, I'm poor at English. So please use easy words.”
“...English...? You mean... the official language?”
‘English’라는 단어를 듣고서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대답해주었다.
오피셜 랭귀지? 공식적인 언어? 공용어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래, 여긴 애초에 ‘영국’이라는 나라가 없으니까
‘영어’라는 단어 자체가 없겠구나.
우리 세계에서 알고 있는 영어는 여기 세계에선
공용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Yes. The official language, Your majesty.”
“Okay... So, Tell me. How do you know it?”
친절하게도 내 영어실력에 맞춰서 이야기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단어들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해석하기까지는 꽤 어려움이 있었다.
“어...Know... what...”
“About your world. You said you're came from another world.”
내가 무엇부터 말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자
엘사는 아까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기를 원했다.
좋아,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리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Yes, your majesty. But I don't know why I came here.”
“Before that, The Movie. Troll's magic.”
아, 영화? 여기 세계에 없는 개념이라 그런지
언어나 나라나 다른 어떤 것들보다
영화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No, No, Like troll's magic.”
'magic'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엘사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본인도 마법을 쓰는 사람이고 이런저런 안좋은 추억도 있으니 그렇겠지.
그리고 여기 세계에서도 마법을 쓰는 사람은 아마 굉장히 희귀한 사람일 테니까.
“Then... You used the magic. I mean... Sorcery. And you could see here, right?”
“음... Yes, Your majesty. But...”
대화는 어느새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잠시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영화가 마법인 것도 아니고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내가 영화를 통해서 여길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 But..."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좀 틀린데 차이점을 설명해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하다간 끝도 없겠을텐데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지금 영화보다 더 중요한건 내가 왜 여기 있는가이다.
내가 정말로 죽어서 여기 온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온 것인지
돌아갈 방법은 있는지 등등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Sorcery...”
내가 이 난해한 질문을 피하면서 적절하게 이해시켜줄 만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에 엘사가 중얼거렸다.
잠깐, 표정이 왜 또...
“Why did you curse my land?”
그 순간 바닥에서 순식간에 얼음이 솟아나 내 몸을 속박했다.
아니, 또 뭐가 잘못된 거야? 나한테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송곳같이 날카로운 얼음 한 줄기가 솟아나와 점점 내 목으로 뻗쳐왔다.
차가운 얼음이 단단하게 사지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막상 당해보니 공포스럽네.
아는대로 ‘No, Please, Stop’ 세 단어를 외치면서 발버둥 쳤지만
얼음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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