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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대회탈락작/중편] 전언

ㅓㅜ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8.13 17:13:13
조회 412 추천 26 댓글 7

 

 

-

 


문이 벌컥 열렸다. 따스한 바람이 들어와 볼가에 멈췄다. 그 덕분에 깊고 달콤한 잠에서 깨어났다.

안나는 어릴때부터 소리에 민감했고 특히 잘때는 더더욱 예민했다. 그녀가 잠든 사이에 엘사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부터였을것이다.

 

둘은 재회한지 꽤 됬지만 지금까지도 귀는 자잘한 진동까지 주워담고 있었다.

 

"무슨일이죠?"

 

문을열고 황급히 들어온 경비병에게 귀찮다는듯한 말투로 물었다. 이 밤중에 공주를 깨울만한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여왕님, 지금 성내에 큰 불이 났습니다. 어서 대피하셔야 합니다!"


'잠깐, 여왕님? 그리고 불이 났다고?'

 

방금 일어나 몽롱했던 안나는 황당한 두가지 전언을 듣고는 정신이 퍼뜩났다. 즉시 덮고있던 이불을 걷고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그리 멀지않은곳에서 피어오르는 검다못해 새카만 연기와 매서운 화염이 피어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큰불이라는 사실을 짐작할수있었다.

 

"근데 제가 여왕이라뇨? 엘사는요?"


대충 상황파악을 마친 안나는 따지듯이 물었다.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 제일 슬퍼하시던 분이....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하셔야 합니다!"


"뭐? 엘사가 죽었다고? 그게 무슨..."

 

말이 채끝나기도전에 경비병은 손을 잡더니 방을 뛰쳐나왔다. 빨간 카펫이 자로잰듯 깔려있는 긴 복도에서는 몇몇 시녀들이 소리를 지르며 성채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수있었다.


다행히도 아직 이쪽부근까지는 불이 옮겨붙지 않았지만 언제 바람을 타고 불씨가 이쪽으로 넘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복도 끝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도중 역으로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는 한 시녀를 보았다.

 

"여왕님, 이 밑은 위험합니다! 다른 출구를 찾아야합니다!"

 

시녀는 적잖게 놀랐는지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녀의 옷과 얼굴은 검게 그을려져 있었다.


경비병과 시녀는 얼마지나지않아 다른 출구를 찾아냈고 신속하고도 예의를 갖추며 길을 인도했다.


계단을 내려와 사람들이 모여있는 분수대로 다가갔다. 아렌델 국민들은 모두들 뜻밖의 재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태였다. 하늘의 저편에서는 매서운 불이 아까보다 규모가 커진듯했다.

 

"여왕님! 무사하셨습니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네 무사해요.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저희도 사실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 조만간 진위를 밝혀내면 방화범을 잡아 엄중한 처벌을 내릴 예정..."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처벌을 강화한다고해서 달라지는게 뭐죠?"

 


말을 마치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마냥 조용해졌다. 꾸중을 들은 병사의 얼굴에는 한없는 미안함이 엿보이는듯했다.


병사의 표정과 국민들의 침묵에 당황해 무슨말을 꺼내야할지 몰랐다. 그리고 무슨말을 꺼내도 상황을 자신이 해결할수없을듯했다.


결국 침묵의 무게속에서 견디지 못한채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여왕이었음에도.


성문을 빠져나오고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사람은 자리 그대로 서있었고 모두 시선을 그녀에게로 집중했다.


안나는 무표정인 시선들을 견디지 못하겠다는듯 고개를 떨구고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편에서 덩달아 뛰는듯한 소리가 났다.

 

 

성문을 나서고부터는 아무생각이 들지않았다. 그저 한마디했을뿐인데 사람들은 소름끼칠만큼 다른 반응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고


도저히 견딜수없을것같은 마음이 들었다. 성을 빠져나오고 마을과 성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났다. 언니의 대관식때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사람들을 마주한 기억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인데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까지 있어 더욱 두려운 마음이 들게했다.

 

 

이제서야 엘사가 왜 대관식날 이곳을 떠났는지 이해할수있을것같았다. 엘사와는 다르게 마법같은건 없었지만 오히려 그점이 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불이나는 근원지를 지나고 여러 가게들과 집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지났다. 평상시였더라면 기분좋은 꽃향기와 사람내음으로 가득할 이곳이 지금은


그저 매캐한 탄내만이 남아있었다. 집에 남아있는 몇몇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쓸쓸히 길을 걷는 여왕을 보았다. 무슨일인지 묻고싶었지만 무언가가


호기심을 억누른채 막고있었다. 끝까지 눈길을 떼지못한채 여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그녀를 보고 혀를 끌끌차며 불에탄 나무가 껴있는 창문을 닫았다.

 


 

아렌델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녀는 어느새 해안가의 부두까지 내려와있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를 나무상자위에 살며시 앉았다.


그런다음 눈을 찡그려 멀리보이는 수평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바다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있었지만 어슴푸레하게나마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는것정도는 가능했다.


뒤편에 있는 큰 불길은 이곳의 바닥까지 엷은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잠깐 뒤쪽을 돌아보고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또다시 돌아봐봤자 아까와 같은 좌절감만 느낄것같았다.


손이 닿는거리에 작은 나뭇가지가 놓여있었다. 치켜세운 양무릎을 한손으로 고정한채 오른손으로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나뭇가지를 잡은순간 어렸을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엘사가 나를 만나주지않아 자주 나뭇가지로 땅바닥에다 문구를 적거나 그림을 그리곤했다. 그녀의 두 눈은 여느때와는 다르게 청초했지만 슬픔도 어려있었다.


어릴적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그리고 힘있게 손을 움직였다.


 

"..Elsa, where are you?"

 

 


나뭇가지는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퐁 하는 소리와함께 잔잔한 파동의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밀려오는 파도에 흔적도, 소리도없이 사라졌다.


티없이 맑았던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이제는 울지않겠다고 혼자 슬퍼하지않겠다고 엘사와 약속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하아....엘사는 도대체 어디 간거야.."

 

 

사람들이 말하는것처럼 죽은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믿고싶지 않았을뿐더러 누구하나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정신이 없어서 다른사람에게 물어보지 못한탓도있었다.


그녀에겐 누군가 설명해줄사람이 필요했다. 해답을 얻기전에는 도저히 돌아갈수없었다. 양손은 치켜올린 무릎을 감싼채 어쩔줄 몰라하고있었다. 흐르던 눈물이 멈추고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그때, 뒤에서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게 엘사가 아니라면 신경쓸 이유도없었고 불행하게도 지금으로서는 남에게 신경쓸 한줌의 여유조차 없었다.


정체모를 사람은 오른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돌아보라고 올린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무게감을 주지도 않았다. 단지 손을 올렸다는 느낌이 난다는 점이었다.


그때까지도 가만히 눈을감고 얼굴을 들어올리지 않고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접촉해있던 손은 어깨를 떠났고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않았다.


 

"....많이 힘드신가요?"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였다. 그 누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위로를 해준단말인가..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난곳을 올려다보았다.


...아까전에 그녀를 깨우고 함께 성밖까지 함께했던 그 경비병이었다. 안나의 눈가는 아직 젖어있는 채였다. 그 모습을 본 경비병은 너무나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저..그...그게"


 

안나는 이곳까지 자신을 찾아와준 경비병을 힘껏 껴안았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홀로 끝없는 외로움에 갇혀버릴것같았던 그녀였기에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 남자는 한줄기 빛이었다.


경비병은 깜짝놀랐지만 곧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것이 그가 할수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서로 껴안고있는동안 안나는 훌쩍거리며 몸을 떨었다.


잠시후, 안나는 경비병을 밀어내고 서로 마주보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의 맑은 눈가는 아까보다 더 젖어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배시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다시 나무상자에 앉았다. 그리고 젖은 눈을 양손으로 슥슥 닦아내며 정해져있지않은 먼곳을 응시했다. 경비병도 옆에앉아 말없이 안개속만 들여다보고있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고마워요"


확실히 아까보다는 밝은 목소리였다. 경비병은 머릿속에서 할말을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자신또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Elsa, where are you?"

 


경비병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자신이 쓴 문구를 그대로 읽은것이 아니라 경비병 역시 엘사를 그리워하고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나는 엘사가 왜 죽었는지 궁금했지만 두려운 마음이 더컸다. 자신때문에 희생했을지도 모르는일이고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가요.."


그녀는 짐짓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13년간 폐쇄된 공간속에서도 참고 또 참았는데 저때문에 그 13년이 무용지물이 되버렸잖아요"


잠시 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원래도 흐렸던 하늘이 화재의 여파때문인지 짙은 회색빛으로 어른거렸다. 곧 비가 내릴듯 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실수로 마법이 나갔고 그걸 본 사람들은 언니를 괴물 취급했잖아요.. 어쩌면 .. 영원히 씻을수없는 상처가 되진 않을까요?"


그동안 마음에만 담고있었던,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얘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또한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지금와서 자책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지않을까요?"


경비병의 입에서 나온것은 내용만 조금 다를뿐이지 분명 자신이 아까 했던말과 똑같았다.

 


"하아... 그러네요 정작 내가 말했으면서 나는 그러질 못하고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네요"

 

"제가 이런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과거에 얽매여 살지마시길... 그분도 다 이해해주실거예요"

 

"그..그럴까요? 앞으로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왕은 해본적도 없고 정치같은건 관심도 없는데.."

 

"무슨 말씀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것처럼 잘해내실겁니다, 저는 여왕님을 믿습니다"

 

경비병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훌훌털고 일어났다. 다시 성으로 가기전에 정중히 인사를 했다.

 

"저는 다시 성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생각이 정리되시면 다시 돌아와주세요,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안나는 또다시 혼자남게되었다. 그러나 처음 이곳에 와 혼자있을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앉고있었던 상자는 치워버리고 그대로 땅에 누워버렸다.

 


"될대로 되라지"

 

구름이 잔뜩 몰려온 하늘에서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를 피하지않고 오히려 즐겼다. 그리 많이오지도 않는 안개비였다.


비가 이마에 닿자 눈썹을타고 눈밑으로 흘러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이 흐르는것처럼 보였다. 그와 반대로 그녀는 입을 살짝 벌리고 싱긋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일어나보니 익숙한 방 안이었다. 눈부신 햇살은 창문을 무시하고 방 안까지 침투해 밝게 비추고 있었다. 분명 어제 밤에 비를 맞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자신의 방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씻지도 않았는데 몸은 깨끗했고 옷 역시 바뀌어있었다. 어제의 일은 존재하지않았듯이.


혹시라는 생각에 급히 일어나 서둘러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봤던 엄청난 불길은 사라지고 성채와 마을역시 무사했다.

 

 

"아..꿈이었나"

 

다행이라는듯 혼잣말을하고 창밖의 세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광장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아렌델의 국민들은 평소처럼 하루의 일과를 준비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갈매기는 창공을 훨훨 날아다녔고 구름 한점없는 여느 다를것없는 아렌델의 모습이었다. 평화롭고, 활기차고, 걱정할것이 없는 땅.


멀리 해안가에 보이는 선박 두척이 있었다. 배의 옆머리에는 아렌델 문양이 그려져있었고 그 규모도 다른배와 비교도 되지않을만큼 매우컸다.

 

 

 


"아! 맞다, 오늘은 엘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하러 가는 날이었지?"


신기하게도 꿈속에서는 기억이 하지 못했지만 현실로 돌아오자 속속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제 꿨던 불길한 꿈은 무슨 메시지일까 궁금했다. 아렌델에 하나밖에 없는 해몽가를 불러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혼자 쉬고 싶었다.


사실은 엘사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꿈으로 인해 그동안은 잘 몰랐었던 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있게 되었고 여왕이란 직책이 얼마나 큰 부담감을 주는지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기억을 잊기전에 마주앉아 진지하게 얘기해보고 싶었다. 엘사는 떠났지만 기억을 남기기위해 책상에 있는 펜을 잡고 종이를 펼쳤다.


그렇게 첫 문장을 쓰려는데 이렇게 적어서 어렴풋하게 기억나는것보다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그녀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은 편지였다.


편지를 써본적은 기억할수없을정도로 오래됬지만 누군가에게 글을 쓴다는 것에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자세를 바로잡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갑자기 내게서 편지가 왔다고 해서 놀랐지? 나도 내가 편지를 쓰게 될줄은 몰랐어, 정말로.


나... 언니에게 편지를 쓰는건 이번이 처음이라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네..


사실은 어젯밤에 상당히 신기한 꿈을 꿨어. 정신이 없어서 잘 쓸수있을지는 모르지만 간단히?(길어질수도있어!) 적어볼게.

 

 

잠이 잘 오던 날 밤이었어. 어느 경비병하나가 곤히 자고있는 날 깨우더니 정말 황당한 말을 하는거 있지?


성내에 큰 불이 났다는데 글쎄 그보다 더 충격적인건 말이야.. 나보고 여왕님이라는거야!


직접 눈으로 화재가 난것을 확인하고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한 시녀가 여긴 위험하다며 다른 출구를 통해서 빠져나갔지.


그 시녀도 날보고 여왕님이라고 불렀어. 참 이상하지? 분명 여왕님은 우리 엘사언니인데 말이지.


아무튼 출구를 찾아서 분수대까지 나왔는데 글쎄 한 병사가 나한테 말을거는거야, 난 쉬고싶었는데 말이야.


병사가 하는말이 아직 자기네들도 현상황을 잘 모르고 방화범을 찾아내면 벌을 주겠다는거야. 난 참 어이가 없었어.


아렌델을 지키기 위해 있는 병사라는 사람이 국민들을 대피시키고 안심시켜주지는 못할망정 분수대에서 한없이 나를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었던거야.


물론 한 국가의 여왕을 지키는것도 중요하겠지만(꿈에서는 내가 여왕이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는게 화가났어.


충분히 몇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날 기다리는것보다 훨씬더 보람있는 일을 할 수있었을텐데....

 


음... 어쩌다보니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래서 내가 병사한테 한마디했어. 이미 지난일인데 그런게 다 무슨소용이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뿌듯해. 나도 누군가에게 혼을 낼 수있다니..(여왕이라는 지위때문에 그럴수있었던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가 그렇게 싸늘하게 바뀔줄은 몰랐어. 거기있던 모든 사람의 눈길이 나를 여왕이 아닌 이방인 취급을 하는것같았거든, 정말 힘들었어.

 

 

바로 이때부터일까? 언니를 조금씩 이해할수있을것같았어. 난 그자리에 있다가는 숨이막혀 죽을것같아 어쩔수없이(변명이겠지?) 그곳을 빠져나왔어.


그리고 언니가 그랬던것처럼 성밖을 나와 뛰기 시작했어.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우리는 역시 자매인것같아!


한없이 뛰다보니 얼마지나지않아 부둣가에 도착했어. 나무로된 상자에 앉아 끝없이 펼쳐져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는데, 근처에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내눈에 들어왔어.


나뭇가지를 갖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던 어릴때의 기억을 되살렸어. 그리고 마침내 한 문장을 적었지! 아, 참고로 이건 비밀이야ㅎㅎ 언니가 돌아오는날 밤에 구경시켜줄게!

 

 

이걸 말해야하나.. 여기서부터는 약간 위험?하지만 최대한 줄여서 써보도록 할게!


나뭇가지를 바다에 던지고서 그만 울어버렸어. 언니를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다시는 못 볼수도있다는 절망감에 휩싸여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거있지? 나 그때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않았어. 누군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언니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겠어?


알고보니 손의 주인은 아까 말했던 그 경비병이었지 뭐야. 나보고 많이 힘드냐는데 거기서 무슨말을 하겠어. 그저 누군가 내마음을 이해해준다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더라.


그래서 나도모르게 그를 껴안았어. 그가 내 등을 토닥여주는데 정말이지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어. 한번씩 두드릴때마다 눈물도 한방울씩 나오는듯했지. 조건반사인것처럼 말이야.


그런다음 그와 얘기를 좀했어.(대부분 내가 말했지만말이야)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하나둘씩 꺼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점점 편해지는거있지?


마치 언니와 마주보고 얘기할때와 비슷했어. 내가 한마디를하면 그쪽에서도 조언 한마디를 해주고. 우리가 얘기할때랑 정말 비슷하지않아!?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그가 떠나려는데,


많이 아쉬웠어.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언니의 모습을 본것같기도하고..(내 착각이었을지도 몰라!) 그가 떠나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마음이 후련해졌어.


등에 메고있던 짐들이 공기중으로 사라진 기분이랄까?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됬어. 하늘에서 옅은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좋았어. 나를 축복해주는듯한 기분도 들었어! 그리고 눈을 감았지.

 

 


여기까지가 꿈이야.

 

 

누가, 왜 이런꿈을 나에게 꾸게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꿈을 계기로 언니를 좀 더 확실히 이해할수있게됬어.


우리가 어렸을때 언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솔직히 상상은 잘안가. 그래도 언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알아.(나도 그렇고!)


여왕이라는 사회적지위가 얼마나 책임감이 막중하고 부담감을 가지는지 조금은 이해되더라.(나는 꿈에서 아무일도 안했지만..!)


평소에 언니가 업무에 파묻혀 가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 내가 맨날 좀만 쉬면서 하라고해도 일만 하니까 더더욱..


언니가 너무 기계적으로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같이 눈사람도 만들고~ 산책도 좀 하고~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너무 하고싶은 얘기만 멋대로해서 주제가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ㅋㅋ 역시 나는 언니보다 이런쪽에 대해서는 학습능력이 떨어지잖아!?


으.. 꿈이야기만해서 정작 언니에게 하고싶은 말들은 못했네! 몰라, 자세한건 언니가 돌아오면 부둣가에 같이 앉아서 얘기하고싶어!


헤헤, 우리 엘사 여왕님은 이글을 보면서 울고있을까? 웃고있을까?


나는 웃고있었으면 좋겠네 언니가,


사랑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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