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델과 주변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왕의 대관식으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봄과 여름의 경계에 걸쳐있는 7월의 따사로운 아렌델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잔잔한 평화로움에 조용히 빠져들고 있는 두 사람.
대관식 이후로는 굉장히 바쁜 나날이 계속됐기에 자매가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련히 하늘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듯했다.
"언니. 날씨가 참 따뜻하네. 하늘도 맑고."
"그러네. 맑은 하늘, 따뜻한 공기, 그리고 선선한 바람... 참 평화롭구나."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정적은 수 마디의 말보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고요함.
단절되었던 자매의 13년을 이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마도 화기애애한 대화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일지도 모른다.
"언니.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어렸을 적 기억난다."
하늘을 바라보던 안나는 잠시 시선을 내려 엘사를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엘사 역시 안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이야. 내가 한 네 살쯤 되었을 때."
"후후. 도대체 어떤 기억이길래 그러니."
안나가 약간 멋쩍은 듯 뺨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우리 어렸을 때 아주 개구쟁이였잖아. 말썽도 많이 부렸고."
"그래, 그랬지. 힘도 넘치고 호기심도 왕성했었으니까."
"그때 우리가 말썽 부릴 때마다 엄마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
안나의 물음에 엘사는 어렸을 적 기억을 아련하게 떠올려 보았다.
"왜, 있잖아. '말썽 부리지 마라, 자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라고 하시면서 우리 머리카락을 묶어놨었지……."
"윽... 그랬지... 한대 쥐어 박히는 건 덤이었고."
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둘은 장난스래 머리를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문득 떠오른 옛 추억으로 잠시 따뜻해진 분위기 속에, 안나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 때는... 그런 나날들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는데."
"……."
"자매끼리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안나……."
그리고 안나는 잠시 동안 말을 멈췄다.
안나는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목이 매인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활기차 보였던 동생의, 참고 견뎌왔던 솔직한 내면의 모습.
엘사는 그런 동생을 조용히 자신의 곁으로 끌어안으며, 양 갈래로 땋은 갈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나. 그때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정말?"
엘사는 조용히 끄덕이며, 자신의 어깨에 기댄 안나의 한쪽 머리카락을 다시 땋아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는 사이좋은 자매지."
"……."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엘사의 손길을 느끼며 안나는 조용히 언니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안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이내 손을 멈추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야."
"응... 언니. 꼭이야. 꼭."
"그래. 꼭."
어느새 하나로 묶인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앞뒤로 마주 잡은 두 손은, 어렸을 적 행복했던 그 시절과 겹쳐 보였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자매의 모습은 어느덧 평화로운 아렌델의 풍경에 녹아들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그런 모습으로.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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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본편과 에필로그에서 보여주었던 자매관계의 회복.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13년동안의 단절이 메워졌을까.
아마도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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