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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단편집] 한나의 일기 - 2화: 지키는 자, 지켜지는 자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1.24 00:00:23
조회 485 추천 16 댓글 5

한나의 일기 - 마스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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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링크: 악마의 집회 - 마스터링크

 

 

전작 링크: 정령살해자 - 마스터링크

 


이 픽은 패러렐 아렌델에서 이어지는 단편집입니다. 패러렐 아렌델을 읽지 않으셨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먼저 읽는 걸 권장합니다. 그 전편인 정령살해자 역시 읽어두면 좋습니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rhTk4






ㅇㅇㅇㅇ년 8 16멜리사 언니, 조회에서 자신의 호위대에 대해 논함.


 


***


 


귀찮아 하면서도 자신의 직무는 누구보다 성실히 임하는 멜리사가 유독 어려워하는 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조회다.


하는 수 없다; 사람 대하는 것에 아직 익숙치 못한 데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젊은 여왕으로선 노련한 대신들과 한 자리에서 나라의 큰 일을 결정하는 것만큼 부담되는 일이 없으리라. 그나마 엘사가 섭정으로서 곁에서 돕고 있는게 천만다행이랄까.


아무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대신들의 시선 역시 마냥 따뜻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누가 뭐래도 여러가지로 미숙한 군주이니, 자신들이 그녀를 잘 보좌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동시에 그녀의 견해를 낮게 보는 감정이 없을 리가 없는 것이다.


각설하고, 그 날…… 이런저런 안건을 다룬 이후, 의제는 여왕의 호위대 문제로 넘어갔다.


여왕님, 어제도 호위대의 반수에게 휴가를 내리셨다 들었습니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여는 근위대장. “부하에게 상을 내리는 여왕님의 마음 씀씀이는 황송하오나, 그럼으로 인해 여왕님의 호위에 구멍이 뚫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실상 선왕 폐하에 비해 평소 동행하는 호위대의 수가 적어도 지나치게 적습니다.”


내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다른 이라면 모를까 내게 그렇게나 많은 호위를 붙이는 건 인력낭비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받는 멜리사. “애초에 내게 굳이 호위대를 붙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 참에 아예 해산시켜서 다른 보다 이로운 일에 투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던 차였다만…….”


아아, 나와버렸다…… 가끔씩 나오는 언니의 가벼운 발언에 머리를 싸쥐는 엘사. 이거 또 크게 한바탕 하겠는데……


아니나다를까, 집합한 대신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안 될 말씀입니다!” 당장 회의장에 있는 거의 전원이 외치다시피 한다.


우왁, 소리까지 지를 건 없잖나, 소리 지를 것까진……” 움찔하면서도 물러날 기색은 일단은 없어 보이는 멜리사.


호위대를 없앤다니, 당찮은 말씀이십니다!” 그 중 한 신하가 조금 더 소리를 높여 간언한다. “여왕님께선 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분! 마땅히 아무에게도 해를 입어선 안되는 존재입니다. 조금 더 스스로의 안전을 귀하게 여겨 주십시오!”


옳습니다; 선왕분들의 전례를 들어도, 호위대의 존재 덕분에 암살의 위협에서 목숨을 건지신 게 수 차례 있었습니다!” 다른 이가 또 고한다.


선왕들과 나와는 사정이 다르다!” 딱 봐도 발끈하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대답하는 멜리사.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나는 지난 13년 동안 온갖 나라의 자객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왔다. 내 호위대 중 어느 누구도 그 정도 경력을 자랑할 만한 자가 있나?”


그렇다고는 해도, 여왕님께선 아직 스스로의 입장을 좀 더 자각하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다른 신하가 단호히 말한다. “다른 이의 지킴을 받는 걸 이 이상 거부하셔도 모두가 곤란해할 뿐이란 걸 모르시겠습니까?”


평소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중재역으로 엘사가 끼어들었겠지만, 이번엔 문제의 특성상 섣불리 의결을 제시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는, 언니 스스로가 대답을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고.


“…… 그대의 귀는 옹이구멍인가?”


?” 갑자기 튀어나온, 여왕으로선 어떨까 하는 발언에 발끈할 법도 하건만, 방금 입을 연 신하는 그 박력에 짓눌려 당황한 듯 입만 벌리고 있다.


그대도 분명 선왕…… 아버지께서 선위를 결정하셨을 때 그 자리에 있었을 터. 어째서 그 때의 말을 벌써 잊은 거지?” 마치 죄를 따지는 듯한 말투로 묻는 멜리사. “어째서 여왕이라는 지위가, 내게 보호받을 권리만 준다고 생각하는 거지?”


“……” 잠자코 있는 엘사지만, 언니의 말에 놀라움과 묘한 뿌듯함이 동시에 가슴을 채운다. 언니,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군요……


내가 아직 여왕으로서 미숙하다지만, 즉위 전 아버지께 들은 그 말씀만은 기억하고 있다…… 지위는 권리가 아닌, 책임이라고,” 차분히, 하지만 서릿발이 담긴 위엄이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멜리사. “군주는...... 힘 있는 자는, 마땅히 그 힘을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데에 써야 할 것이다. 모두를 지켜야 할 내가, 오히려 지켜야 할 백성들에게 지켜지면 어쩌자는 말이냐!”


“……” 처음으로 모든 신하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모습을 목격하는 엘사.


그래, 무슨 말로 포장해도, 결국 위에 선 자는 밑에 있는 자들을 지키고 보살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설마 그 핵심 중의 핵심을, 정치경험이 전무한 젊은 여왕이 찌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 말이 길어졌군,” 스스로도 열 올랐다는 걸 확인했는지, 그 쯤에서 한 발 물러나는 멜리사. “아무튼…… 그런 얘기다. 내게 호위를 붙인다는 사실 자체가 앞뒤가 안 맞아. 그래서 아예 내 대에 한해서만 호위대를 해체할까 생각하는 중이다…… 이 말이다.”


으음 하고 술렁이는 좌중이지만, 예상 외로 조리 있는 멜리사의 논점에 딱히 반박하지를 못하고 있다.


…… 이쯤에서 엘사가 나서지 않으면.


“…… 언니,” 그녀의 한마디에 좌중의 눈빛이 다시 달라진다. 아직 젊다 못해 파릇파릇하다고는 하나, 여왕의 동생이자 섭정이란 지위, 적지 않은 정치경험과 특유의 총명함이 겹쳐 그녀의 말에 큰 무게를 부여하는 것이다. 과연 무슨 말을……?


언니의 말은 분명 옳지만, 당장 호위대를 해산하는 건 시기상조에요,” 차분히 언니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엘사. “우선 일자리를 잃은 호위대원들을 어디로 배치할지, 언니 후대의 호위대 문제는 어떻게 할지, 그렇게 하기 위해 법률을 손봐야 하는지 등,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그렇네요, 몇 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서 차차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자신들도 모르게 숨을 삼키는 신하들. 과연, 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반발을 최소화하고 무리없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조정하는 의견이다.


“…… 그 편이 좋겠네,” 멜리사 역시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 내가 조금 성급했는지도 모르겠군. 앞으로는 조금 자제하도록 하지.”


어딘가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하례하는 신하들. 그들이 언제나 두려워하는 것은 성미가 급한 여왕이 경솔한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동생이 곁에 있으니 그녀를 생각해서 그쪽에서 알아서 제어를 해주니, 이런 고마울 데가 또 있을까.


그럼 이 의제는 시간을 두고 자시 논의하도록 하지,” 마무리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멜리사. “오늘 아침도 다들 수고 많았다. 앞으로도 다들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여왕님!” 하나되어 대답하는 신하들을 마지막으로, 그 날의 아침 조회는 끝이 났다.


 


***


 


날로날로 기량이 성장하고 있네요, 언니?” 회의실을 나오면서 반쯤 농담조로 말을 던지는 엘사. “이 추세라면 몇 년 뒤면 성군 소리 들을 수 있겠죠?”


그 정도로 성군 소리 들을 것 같으면 폭군 되기가 더 힘들겠다,”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는 멜리사지만, 이내 고마움이 담긴 시선을 동생 쪽으로 보낸다. “아깐 덕분에 살았어.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섭정으로서…… 아니, 동생으로서, 도와줘야 돼?”


언제까지나요,” 대답하는 엘사의 목소리는, 즐거우면서도 한없이 진지했다.


 

****************************************************************************************************************************

아렌델 정치판의 일상. 어느 나라에서 보고 배우면 좋을지도.....? 애초에 공화국에서 이런 일상이 가능하겠냐마는


솔직히 멜리사나 엘사나 호위대가 필요하긴 한가...... 암살의 가능성을 고려해도 두 분 반응속도가 더 빠를 듯.


다음 화에선 엘사와 멜리사의 진심 토크. 그래서 안나랑 한나는 언제 또 나오는데


- 저기 댓글이 있군요. 좋은 창작욕 공급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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