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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벌새의 날갯짓 6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5.10 00:04:55
조회 521 추천 20 댓글 6

6번째 이야기


"2주 후에 봬요"

안나가 엘사의 방문 앞을 한번 흘겨보고는 그의 부모에게로 가 말했다. 이제 그녀는 더는 엘사의 방문 앞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그래 왔지만, 전혀 성과는 없었다. 그 방 안에서 언니가 왜 나오지 않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혹은 누군가는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왜 알려주지 않는 걸까. 그러나 안나는 그 누구도 엘사가 방에만 있는 이유를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이따금 엘사를 방이 아닌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언니는 황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안나는 자기가 언니를 좋아하고 있는지 증오하고 있는지 헷갈리곤 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아빠와 엄마도 전혀 모르는듯했다.


"꼭 가야 해요?"

엘사가 안나를 포함한 궁전의 모든 사람을 피해 몰래 방에서 나오고 곧장 그녀의 부모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괜찮을 거야, 엘사"

엘사의 아버지가 자상하게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엘사는 그 미소를 보니 왠지 안정되었다. 지난 10년간 방에서 몰래 밤마다 나와 엄마와 함께 밖을 걸어 다녔던 하루하루가 그녀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고, 그때마다 엄마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용기를 북돋워 주곤 했다.


새벽을 맞아 햇빛이 힘을 잃고 있었다. 그 햇빛 아래에서 아렌델의 왕비와 왕은 배를 탈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 정말 엘사가 괜찮을까요?"

왕비가 남편에게 물었다.

"엘사도 이제 18살이야. 안나는 15살이고. 안나가 설마 엘사의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지는 않겠지. 둘은 많이 컸어. 우리가 잠시 없어도 괜찮아."

왕비와 국왕이 배에 올라타고 곧바로 출항했다.


밤을 맞아 햇빛이 완전히 힘을 잃었다. 바람은 방향을 잃었고 그들이 탄 배 역시 길을 잃었다.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국왕과 왕비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깊은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국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들은 검은 천을 국왕 부부의 초상화 위에 둘렀다. 그리고 천을 내려 그들의 초상화를 가렸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나 역시 수많은 사람과 함께 아렌델 어딘가의 동산으로 향했다. 그녀는 곳곳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함께 애도했다. 그러나 안나는 그곳에서도 엘사를 보지 못했다. 안나의 마음속에서 커다란 증오가 올라왔다. 도대체 무엇이 언니를 이런 때에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걸까. 장례를 마친 후 안나는 곧장 엘사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람 한 명 없이 황량한 복도를 보는 순간 마음속의 무언가가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녀 마음속의 증오는 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녀는 복도를 가로질러 엘사의 방문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안나는 자신을 가로막는 커다란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안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엘사?"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안나는 등을 문에 기대고 주저앉았다. 눈물마저 말라 나오지 않았다. 이미 다 흘려버린 탓이었을까. 지난 10년간 이 방문 앞에서 흘린 눈물로 이미 충분했던 탓일까.

"거기 있는 거 알아. 사람들이 언니가 어디 갔느냐고 물어.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래. 나도 노력하고 있어. 나 언니를 위해 여기 앞에 있어. 들어가게 해줘."


안나는 순간 황당하게도 언니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말만큼 간절한 말도 없었다.

“같이 눈사람 만들래?”


엘사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10년간 그녀가 얻지 못한 것들, 할 수도 있었던 것들, 아무것도 못 했던 시간, 고통의 나날들이 전부 생각났다.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아주 조그만 힘에 의지하고 살아있었다. 상처 입은 마음은 무서운 얼음을 자기 멋대로 만들어 조그만 방을 얼리고, 그녀의 몸까지 얼려갔다. 문에 기댄 엘사의 등 부분만이 그녀의 체온을 유지해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또르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안나가 눈을 뜬 시간은 이미 아침이 지나갔을 때였다. 안나는 재빨리 일어나 맞은편의 국왕과 왕비의 방으로 달려갔다. 침대 위는 비어있었다.

엘사는 식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을 회상하며 생각이 잠긴 엘사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으려 눈을 감았다. 그러나 뜨거운 무언가가 눈가를 건드렸고 끝끝내 눈물이 눈꺼풀을 뚫었다. 엘사는 이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었다. 그때 외침 하나가 그녀를 깨웠다. 눈을 뜨고 바라본 그곳엔 안나가 서 있었다.


“이제야 나온 거야?”

전혀 반기는 말투는 아니었다.

“장례식장에도 안 나타나 놓고는 밥이 넘어가나 보지?”

엘사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안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서둘러 고개를 피하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디가?”

안나가 날카롭게 외쳤다. 엘사는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무어라 할 말도 없었다. 등 뒤로 퍼져오는 안나의 외침을 외면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벌써 장갑이 얼어있었다.


“들어가지 말란 말이야!”

방 바깥에서 안나가 외쳤다. 엘사는 그 말을 들었지만 얼어버린 장갑을 새 장갑으로 바꿔 끼는 것 말고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말로 나가버리면 그 뒤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안나의 마음뿐 아니라 육체까지 상처 낼 수 없었기에 엘사는 결코 나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사라져버린 첫째 공주.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 이상한 사람.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엘사는 차라리 그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마녀로 오해받아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한편 안나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내 말을 그렇게 듣고도 무시하고 저렇게 들어가 버릴 수가 있는지. 언니를 향한 이 마음이 풀릴 수는 있을지. 혹시 영원히 언니를 미워하게 되는 건 아닐지. 언니는 도대체 언제 그 모든 생활을 끝내고 나올 것인지. 갈수록 정상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언니가 그리워졌다. 언니는 어쩌다가 그렇게 돼버렸을까.


안나는 답답한 마음에 성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러나 곧장 제지당하고 말았다. 성의 문은 닫혀있었으므로 마음대로 나가거나 들어올 수가 없었다. 국왕의 명령대로 18살이 될 때까지는 결코 성 밖을 나갈 수 없었다.


평소의 안나라면 성안을 돌아다니며 온갖 일들을 했을 것이다. 혼자서 1인 10역의 연극을 한다든가, 요리한다든가, 그림을 수백 장을 그린다거나, 그런 일들을 언제나 혼잣말을 끊임없이 하며 했던 안나였다. 그 덕에 안나는 성안에서 혼자 지내다시피 했지만 활발한 성격이었다. 심심할 때면 노래를 부르고 옆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혼잣말하는 일들은 언제나 안나가 즐기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안나는 노래는커녕 말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10일 동안 안나는 마치 엘사처럼 방 안에서만 지냈다.


안나는 방 안에서만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분명히 이런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럴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그녀는 엘사가 방에만 있고 설사 나왔을 때도 나를 극도로 피하는 것은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알 길이 없었다.


10일이 지나자 안나도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되었다. 마음의 안정도 되찾았다. 마음속의 슬픔도 커다랗게 남아 있었지만, 희망도 제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차려준 식사를 혼자서 마치고 성 내부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소설들이 많았다. 안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로맨스 소설을 좋아했다. 요즘 안나의 낮 동안의 일과 대부분은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상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언젠가 그런 남자를 실제로 만날 날을 꿈꾸기도 했다. 다른 나라 왕자와의 결혼은 그녀가 매번 그리는 상상이었다.


그러나 책 읽는 것도 지루해질 때쯤이면 그녀는 온종일 그림을 그렸다. 하루에 수백 장씩 그리고 나니 그림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그러나 안나는 자신의 그림을 보여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잘 그리는 것에 대해 큰 성취감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너무 심심하여 할 것이 없었으므로 그리는 것뿐이었다.


프로즌:벌새의 날갯짓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273574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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