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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거대한 포탈이 아렌델 상공에 나타났다.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15 02:48:15
조회 958 추천 28 댓글 6
														

우리는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파란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그 포탈. 크기는 아렌델 궁전만큼 크고 빛은 밤에도 아렌델을 비추었다. 처음에 우리는 그것을 썩 좋아했다. 밤에는 빛이 약해졌기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그저 좋았다. 다만 그 날, 그 포탈에서 '그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저게 도대체 뭐죠?"

나는 깜짝 놀라 옆의 신하에게 물었다. 그러나 신하 역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저 거대한 무리는 무엇일까요?"


지금에야 아주 익숙하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는 하얀색 갑옷으로 중무장한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들은 자기를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3달간은 좋았다. 자기들은 인간은 아니지만, 말을 할 줄 알며 이를테면 말하는 물건 같은 것이라고 했다.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그저 물건이 움직이고 말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아직도 그 날 밤이 기억난다. 로봇이 우리 세계에 온 지 300일째 되는 날 밤. 난데없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신하들이 들어와 소리쳤다.

"로봇이 아렌델 광산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피해가 어느 정도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여왕님, 그들은 방해하는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습니다."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안나, 너는 여기 있어. 당장 아렌델에서 가장 유능한 병사 50명과 함께 그곳으로 가죠. 그들 숫자가 50명이니까, 같이 가요."

"알겠습니다."

50명의 유능한 병사를 통솔하고 지휘하는 그가 내 말에 대답하고는 곧장 어딘가로 향했다. 조금 있으면 그 병사들을 데리고 내게 오겠지.

"안나야, 안가고 뭐해? 빨리 방으로 돌아가야 해. 넌 위험해서 안 돼."

"알았어, 몸 조심해야 해"

안나는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그보다 더 빨리 성 밖으로 빠져나와 병영으로 향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로봇 3개였다.


"말 도 안 돼!"

내 절규가 로봇들이 나를 공격하게 했다. 로봇 3개에 의해 50명의 아렌델의 가장 유능한 전사들이 모두 죽었다. 재빨리 몸 주위에 얼음 방어막을 쳤다. 동시에 거대한 얼음송곳으로 그들의 몸을 뚫었다. 로봇들이 몇 번 불을 뿜더니 얼음 방어막에 금이 갔다. 나는 그저 조금 더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모두 막았다. 그렇게 7시간이 지났다. 병영에서 밤새워 50개의 로봇을 상대한 나는, 마지막 로봇까지 파괴하고 나서야 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로봇들은 매우 재빨라 내 얼음을 자유자재로 피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었으므로 내게 상처는 전혀 주지 못했다.


죽은 병사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안나가 급하게 내게 달려왔다.

"언니 저거 보여?"

격앙된 말투에 놀라 안나의 방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로봇들의 양보다 4배는 많아 보이는 로봇들이 포탈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 일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홀로그램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옆의 여자에게 말했다.

"모르게 진행해. 아렌델의 광물 다 가져가면 30조야. 30조! 상상이나 돼?"

"우리는 역사를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 엘사 여왕과 아렌델이 죽으면 노르웨이의 역사는 바뀌겠지. 그게 문제야? 저 광물을 가지고 연구하면 30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어. 일부는 팔아서 연구자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로봇 공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노르웨이의 역사도 바뀌겠지만, 전 세계 로봇의 역사도 바꿔놓을 거야."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여자를 떠났다.

"암만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가 뭐죠?"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지"

여자가 대답했다.

"아니요! 이건 미친 짓이에요. 그런 식으로 가다간 분명히 선을 넘을 겁니다. 이미 넘었잖아요?"

여자의 표정이 남자의 분노를 듣고 일그러졌다. 그리고 홀로그램에 손을 가져다 대고 몇 번 누르더니, 남자가 나가려는 거대한 입구 옆을 지키는 두 로봇이 총을 남자에게 겨눴다. 남자가 뒤 돌아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디 가려고?"

총탄이 울리고, 남자가 쓰러졌다. 여자는 홀로그램에 마이크를 띄우고 말했다.

"계속 진행하세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한 대에 100억짜리 로봇들입니다. 어제 50대를 잃었어요. 로봇을 막 양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는 전투능력을 갖춘 로봇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자를 죽인 여자가 대답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는 거에요.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사람들의 삶도 나아질 거에요."

"정말로 그럴까요?"

"나를 믿어요, 괜찮을 거에요."

그때 건물 안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봇 연구를 위한 광물 채취 2번째 시도입니다. 2,000대의 로봇을 모두 투하합니다."

여자가 흡족한 표정으로 포탈을 바라보았다.

"저 광물만 있으면 과학적 의문이 모두 풀린다."


"제발! 도대체 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렌델의 모든 병사가 죽었다. 모든 병사가. 얼굴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다 소중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가슴이 찢어진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침공할 위험은 없다. 서던 제도는 한스 왕자의 왕위 위협 사건으로 우리에게 매우 미안해하며 그간 양국의 신뢰를 깨뜨리지 말자고 합의했고, 라푼젤과 유진의 코로나 왕국은 결코 우리를 침공하지 않을 테니, 주변국으로부터 위협은 전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오직 저 로봇이다.


"결국, 나밖에 없어"

"안 돼. 언니가 뭘 하려는지 너무도 잘 알아."

"방법이 없잖아!"

안나의 손을 뿌리쳤다. 소리치는 안나를 남겨두고 비틀거리는 몸을 가눈 채 성 밖으로 뛰어 내려갔다. 성 아래쪽에서 보니 무리가 더 거대해 보였다. 아렌델 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저 광산. 무지막지한 속도로 포탈로 옮기고 있었다. 그들을 막는 주민들 몇 명이 더러 죽기도 했다. 사정없이 내달렸다. 그들 앞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얼음 화살을 쏟아부었다. 한 번 날릴 때마다 낙엽처럼 쓰러져갔다. 너무 무리했는지 몸에선 피가 나고 정신이 흐려져 갔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후엔 눈까지 어둑어둑해졌다. 하지만 쓰러질 수 없었다. 마지막 한 마리의 로봇이 죽는 걸 보고서야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떴을 때 안나가 내 앞에서 울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안아주었다. 크리스토프가 차를 한 잔 가져다주었다.

"다행이에요. 포탈이 닫혔어요. 언제 다시 열릴지는 모르지만."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다음에 또 오면 어떡하죠?"

내가 물었다.

"지금은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세요. 모두가 여왕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네, 크리스토프도 좀 쉬어요. 피곤하잖아요."

"여왕님이 피곤하시죠. 차 더 가져다 드릴게요."

안나를 보니 말도 못하고 그저 내 손만 잡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힘내!"

그래, 괜찮겠지. 언젠가 다시 그들이 오더라도,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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