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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탈락작] 안나아님! 탐정 - 3

Ar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18 0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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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있어라! 스벤, 크리스토퍼어어어!”


수사 약 3시간여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단서를 건진 안나 일행은 1층 성 바깥에 붙어있는 헛간으로 전력질주 했다. 엘사는 굳이 이렇게까지 달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 사실에 태클을 거는 일이 더 힘을 뺄 것 같아 그냥 아무 말 없이 안나를 따라 달렸다.


“스벤! 크리스토퍼! 도움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크리스토퍼가 아니라 크리스토프.. 하아.. 몇 번을 말해야 하는 지..”


“우엉! 우엉!”


다행히도 안나의 바람대로 마침 둘 다 헛간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나는 숨을 헐떡이며 스벤에게 다가가 말했다.


“헉..헉.. 마침 있었구나 스벤. 크리스토퍼는 어디로 간 거야? 이 중요한 순간에!”


“그러니까 여기에 있다구요!”


안나는 정말 미처 몰랐다는 듯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아, 마침 잘 왔어요. 이틀 전에 일어난 사건이랑 관련된 일인데, 스벤의 증언이 필요해요. 협력해줄 거죠? 해줄 거죠? 빨리 협력해요!”


“워워. 진정해요, 진정. 이틀 전이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니까 무슨 일인지 천천히 설명부터 해봐요.”


상황을 지켜보던 엘사가 이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안나를 제지하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논리정연 하게 크리스토프에게 들려주었다. 크리스토프는 엘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흠.. 그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군요.. 카이가 그런 일을..”


“그러니까 카이는 범인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오!”


안나의 으르렁거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프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 아무튼 이틀 전에 스벤이 뭘 보고 짖었는 지를 말해달라는 건가요?”


“네. 그리고 그 후의 자세한 정황들도 모두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협력해야죠. 들었지, 스벤? 그때를 한 번 떠올려보자고.”


“어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벤과 크리스토프는 서로 어웅 거리며 순록어(추정)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병원에 가둬놓을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눈사람을 최고의 친구로 두고 있는 엘사와 안나에게는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을 뿐.


대화가 끝난 뒤 크리스토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 일행에게 다가왔다.


“음.. 스벤이 확실히 뭘 보긴 봤다나 봐요.”


“뭐죠? 뭐죠? 혹시 붉은 구름이 그려져 있는 검은 옷을 입고 사륜안을 가진 우치하 일족을 봤다던가!”


“아니요! 진정 좀 해요! 우선 그 날 있었던 일을 다 설명해드릴게요.”


크리스토프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라프는 이번에도 작은 나뭇가지 팔로 열심히 그의 말을 기록했다.


“이틀 전 밤.. 그러니까 새벽 1시 정도? 아무튼 그 쯤에 잠이 안 와서 스벤이랑 여기 헛간에 누워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벤이 바로 앞에 보이는 창문을 보면서 컹컹 짖기 시작 하더라구요.”


엘사는 속으로 어웅어웅 거리면서 말하는 것과 컹컹 하고 짖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냥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그 대신에 다른 질문을 크리스토프에게 던졌다.


“잠깐, 그 창문이라는 게 어떤 거죠?”


“아아. 저기 보이는 창문이요.”


크리스토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확실히 투명한 창문이 있었다. 엘사가 헛간에 들어가 맞은 편 위를 쳐다보니, 성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는 연결용 복도가 보였다. 시종들과 성 안 사람들의 생활하는 방이 있는 본관과 각종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성 안에 있는 특별한 일들을 처리하고 이제는 쓰지 않는 잡다한 것들을 모아놓는 별관의 연결통로.


“그래요,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벤이 저 곳을 보고는 컹컹 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뭘 봤다고 했나요, 스벤은! 스벤이 본 사람이야말로 이 사건의 진범일 거에요!”


“그게..”


크리스토프는 머리를 긁적이며 안나를 조심스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비가 와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비둘기인 것 같답니다.”


“비둘기?”


“비둘기?”


올라프와 엘사가 머리 속에 의문부호를 가지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엄청난 괴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카이는 범인이 아니야! 역시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비둘기였군. 흠흠 역시 그랬어.”


엘사는 어안이 벙벙해져 한 손으로 머리를 지탱하며 안나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안.. 아니, 셜록 안나. 아 어쨌든! 왜 범인이 비둘기라는 거야!”


안나는 눈을 반쯤 뜨고 입 꼬리를 슥 올려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후후후.. 엘사 여왕님. 무척이나 간단한 사건이었습니다. 맨 처음 대머리를 단어를 듣자마자 떠올렸습니다. 범인인 대머리 독수리는 여차저차 해서 켈리와 클로이의 방 열쇠를 얻었고..”


“스벤은 비둘기라고 했어! 대머리 독수리가 아니라! 그리고 그 여차저차 라는 건..”


“범인인 대머리 비둘기는 어쩌고저쩌고 해서 켈리와 클로이의 방 열쇠를 얻었고..”


엘사는 이미 생각하는 걸 그만둔 지 오래였다. 이제는 진이 다 빠져서 그저 듣고만 있는 엘사.


“열쇠를 얻은 범인은 이제 차근차근 범행을 시작합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켈리와 클로이의 머리카락을 훔쳐냅니다. 그렇게 훔쳐낸 머리카락으로 범인은! 아니, 범조는!”


안나의 목소리가 점점 극에 달하고, 추리는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안나의 추리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올라프 밖에 없었다.


“훔쳐낸 머리카락으로 둥지를 짓고 있었던 겁니다아아아! 틀림없습니다. 조류의 습성과 당연히 범인이 사람일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선입견을 이용한 범행! 아아아, 끔찍하도다 끔찍해.”


안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가 침울한 표정으로 조용한 가운데 나뭇가지가 딱딱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정말 데단해요, 셜록 안나 탐정님! 이번에도 역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셨군요!”


“훗. 물론일세, 존 올라프. 이제 사건도 해결되었고 카이의 누명도 벗겨주었으니 이만 아디오스..”


“잠깐만요, 안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안나가 아니라 셜록 안나라고 외치는 안나를 보며 엘사는 차라리 방금 사건을 마무리한 걸로 치고 안나를 돌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이나마 들었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엘사는 성큼성큼 크리스토프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뭐죠,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격렬한 외침을 무시하고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 돌려서 엘사를 향해 말했다.


“스벤이 창문을 보면서 짖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이가 랜턴을 들고 저희를 향해 뛰어오더군요.”


“카이라구요?”


분명히 스벤이 본 인물이 카이라고만 생각했었던 엘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카이의 등장에 적잖이 놀랐다.


크리스토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네. 카이가 저희에게 달려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묻더군요. 하긴 뭐 그럴 법도 하죠. 스벤의 울음소리가 워낙 크니까요. 성 안에서 갑자기 스벤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면 당연히 도둑이라도 든 게 아닌가 걱정스럽지 않겠습니까.”


크리스토프의 그럴 듯한 설명에 엘사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그 시간이라면 다른 경비원들 보다도 1층 홀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 카이가 그나마 가장 이 헛간과 가깝다. 끽 해봐야 2분 정도.


“그 때는 저도 스벤이 왜 짖었는 지 이유를 몰랐고, 또 스벤도 그 때는 자신이 뭘 봤는 지 확신할 수 없었다는 군요. 아무튼 카이가 왔을 때 쯤엔 이미 창문에서 비둘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카이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그게 이틀 전 있던 일의 전부에요.”


분명히 새벽 1시쯤이면 메다리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스벤은 창문으로 지나가는 비둘기를 보고 짖었다. 그렇다면 카이가 달려온 이후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엘사는 나름대로 두 손을 맞잡고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그럴 듯한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제 포기할까 생각할 때쯤, 바로 옆에서 일순간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엘사가 크게 뜬 두 눈으로 옆을 돌아보니 안나가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는 입을 쩍 벌리고 아아.. 하는 쉰소리만 내고 있었다.


“안나? 괜찮니?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니..”


엘사는 말을 하다가 왜인지 모를 위화감에 그만 입을 닫았다.


크게 쩍 벌린 입과 강렬하게 뜨고 있는 두 눈. 그리고 전체적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 알아냈어.. 이 사건의 진상을.”


안나는 여전히 얼이 빠진 얼굴을 하고는 시선을 먼 곳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알아냈다고? 이 사건의 진상을?


쿵쾅쿵쾅하고 울려오는 심장의 고동소리. 어느샌가 엘사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흥분감이 가시질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셜록 안나 탐정이 비로소 ‘진짜 범인’을 찾아내었다고.


셜록 안나는 고개를 엘사를 향해 돌리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범인은 바로 카이야.”




안나아님! 탐정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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