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eok
[3] 그리고 남은 것
페리가 눈을 떴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의 옆에 리안이 의자에서 졸고 있었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 모든 것들이 정말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기억에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궁금했다.
“깨어나셨군요.”
리안이 어느새 잠에서 깨 말을 걸었다.
“당황하셨겠죠. 기차 사고에서 우린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기차에 타고 있던 승객 대부분이 살아남았다고 하니까.”
“아렌델을 알고 계시나요?”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린 성의 이름이죠. 아, 안 그래도 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당신은 이상하게도 기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어요. 아렌델 입구 부근에서 발견되었다죠. 아렌델에 살고 있던 순혈들은 이미 오래 전 떠났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거기까지 가신 겁니까?”
페리는 그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에 허무함을 느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리안이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아, 그리고 이건 당신의 카메라입니다. 당신 근처에서 발견되었죠. 다행히 상태는 멀쩡한 것 같아요.”
페리가 소박하게 웃었다.
“카메라는 이제 괜찮습니다. 찍을 게 남아있지 않거든요.”
리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례식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 저희가 병원에 있는 동안 끝났다고 합니다. 묘지 위치는 알고 있으니, 우리 둘이서 가야할 것 같습니다.”
페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꿈에 대한 기억들을 한 가지도 놓치기 싫어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십니까?”
리안이 물었다. 페리는 막혔던 물길이 뚫린 듯 말을 쏟아냈다. 꿈에서 봤던 모든 것들과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리안은 흥미롭다는 태도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페리는 꿈에서 본 것을 단 한 가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두 말했다. 그 편이 더 기억하기 쉬울 테니까.
“저는 꿈에서 약속을 한 가지 했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친 페리가 말했다.
“무슨 약속입니까?”
“자매의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약속.”
페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리안은 꿈속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그를 비웃지 않았다. 페리는 조용히 펜을 들어 가져온 종이에 자매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모든 이야기는 작가적 상상력으로 모두 채워 넣으면 되는 문제였다. 그는 자신이 쓰고 싶어서 쓰는 소설이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은 무엇입니까?”
내용에 어울리는 제목을 짓기 좋아하는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 삶은 언제나 너를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퇴원할 때 즈음, 리안이 카메라를 들고 페리에게 갔다.
“카메라에서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리안이 얼굴에 호기심을 띤 채로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리안이 카메라를 페리에게 건넸다. 카메라를 건네받은 페리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발견했다. 페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꿈속에서 본 웅장한 산이 사진 속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위 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우뚝 솟아있는 산은 특별해 보였다. 끝이 없는 고독과 홀로 싸우는 투사 같은 이미지였다.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자유가 느껴졌다. 엘사는 이 산에서 자유와 고독을 동시에 느꼈다.
리안이 웃는 이유를 물었지만 페리는 웃음 때문에 답할 수 없었다. 페리는 아렌델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렌델의 고립된 거산만이 쓸쓸히 눈을 휘날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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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Bgm은 일부러 Let it go로 넣었다.
앞으로 더 오래 가슴으로 기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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