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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ozen 단편집] 눈사람 소동

인섹o장지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12 22:22:13
조회 548 추천 16 댓글 4

엘사에게 추위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눈사람은 커다란 문제였다. 

“에취!” 엘사가 재채기를 하자 손바닥만 한 눈사람 너덧 마리가 튀어나왔다. Snowgies라 불리는 작고 활달한 꼬마 눈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의 이 등신 몸을 두 짧은 다리로 이끌고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꼬마 눈사람들은 검정 조약돌처럼 생긴 눈과 앙증맞은 입, 그리고 몸만큼 새하얀 앞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통통 뛰어다니며 귀여운 소리를 냈다. 

“어머, 언제 봐도 너무 귀엽다.” 안나가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꼬마 눈사람들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반면 엘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가리켰다. 엘사의 방이 위치한 아렌델 궁전 주위를 감싸는 왕궁 정원에 흰색 형체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허기진 생쥐 크기의 눈사람들이 이 나무, 저 나무 오가며 먹을 수 있는 것을 죄다 먹어치우고 있었다.

요리사들은 부엌 입구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난입하려 하는 꼬마 눈사람을 잡기 여념이 없었다. 정원에서는 일꾼들이 정원을 가꾸다 말고 커다란 가위를 사용해 눈사람들의 멱을 따기 바빴다. 눈사람이 죽을 때마다 새하얀 시체 위로 붉은 선혈이 흘렀다. 대로를 따라 걸어오는 한스와 위즐턴 공작 일행은 꼬마 눈사람들을 무시하려 애썼다. 아렌델 전역에서 궁 밖으로 탈출한 꼬마 눈사람 사냥이 한창이었다. 어딜 가도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왕궁이 난장판이 되었어. 이게 모두 나 때문이야…….” 엘사가 말했다.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지 눈이 부어있었다. 

“아니, 언니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잖아. 내게는 그게 최고의 선물이야.” 안나는 언니를 다독이려 애썼다. 안나는 이제껏 예쁘고 귀여운 것은 모두 좋은 것이라고 믿어 왔다. 눈사람 때문에 언니가 우울해 하는 것은 말도 안 됐다. 그녀는 어떻게 언니를 기쁘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언니, 잠깐만 기다려!” 엘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안나는 자전거를 집어 들고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왕궁 정문을 막 들어오는 안나의 약혼남 한스의 행로로 운 없는 꼬마 눈사람 한 마리가 지나가려 했다. 한스는 자신의 구둣꿈치에 걸려 자빠진 꼬마 눈사람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입에서 짤막한 욕이 나왔다. 한스는 발을 들어 올려 구두 굽을 꼬마 눈사람 위에 고정했다. 

한스가 꼬마 눈사람을 짓밟으려 한순간, 안나가 달려왔다. 

“한스, 멈춰요!” 안나가 소리 질렀다. 
“언니를 대변해서 하는 말이에요. 당장 아렌델의 눈사람 사냥을 멈추도록 해요.” 

한스와 위즐턴 공작, 모두 눈이 동그랗게 벌어졌다. 한스는 발을 천천히 제자리로 내려뒀고, 꼬마 눈사람은 통통 튀며 줄행랑을 쳤다.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덴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안나가 진지하다는 걸 깨달은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당하다는 투였다. 

한스가 말을 열었다. 
“안나, 저것, 아니, 저 흉물은 아렌델의 안위를 해하는 해충이에요. 그러니…” 
“당신은 올라프를 본 적 없나요? 꼬마 눈사람들은 아직 어려서 올라프만큼 말을 유창하게 하지 않을지 몰라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요!” 

안나는 울 것 같았다. 
“나는 애초에 이 친구들을 죽이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어떻게 사람으로서 이 귀여운 것들을 죽일 수 있지요?” 
한스가 설명하려 애썼다. 
“안나, 이성적으로 생각해야만 해요. 저들을 해하는 나도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당신은 항상 논리적이었지요. 당신은 당신 애완견을 죽일 건가요?” 
“돈이 된다면야.” 위즐턴이 다시 말했다.? 
“우리에겐 꼬마눈사람들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다고요…….” 안나의 주장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데도?” 위즐턴이 의견을 펼쳤다. 

몇 시간이고 한스와 위즐턴이 안나의 의지를 꺾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한스는 안나에게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안나를 데리고 아렌델 정원을 감싸는 높은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사방에선 눈사람들 멱 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죽을 때마다 끼익 거리는 소리를 냈다.

왕궁 정원을 둘러싼 성벽을 오르자 안나는 드디어 주변에 펼쳐진 농지를 볼 수 있었다. 
호밀밭에 호밀이, 옥수수밭에 옥수수가, 텃밭에 녹색 잎사귀가 보이지 않았다. 안나는 절망했다. 
“진정 저희는 꼬마 눈사람과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요?” 

한스는 곰곰히 생각한 후 대답했다. 
“우리는 저들이 지능적인지, 자라서 올라프 같은 훌륭한 시민이 될지 잘 모릅니다. 우리가 저들을 찢어발길 때마다 꼬마 눈사람들은 속으로 저희를 증오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과 엘사는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에요. 작은 확률에 국민의 밥줄을 걸 순 없어요.” 

안나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엘사는 분명 꼬마 눈사람들에 의한 피해가 크지 않다고 했었다. 대부분 아렌델 성벽 안에 갇혀있다고, 모든 피해는 궁전이 입었으며 또 자신의 감기가 나으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엘사의 표정이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지만, 안나는 병이 악화해서라고 지레짐작했다. 안나는 엘사를 간호하느라 궁전 밖으로 나올 겨를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감정적으로 생각할 때가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이 재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치할 수 있을까? 누가 희생해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야 할 상황이에요.”

안나의 숨이 막혔다. 그녀는 더듬더듬 말문을 열었다. 
“그럼…언니 엘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한스, 제발 그건 아니라고 말해줘요.” 

한스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추방해도 아렌델에 해충이 밀입국할 확률이 있지요. 유일한…” 

궁전 방향에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위즐턴 공작의 신하가 한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한스의 귀에 손을 댄 채 무언가를 속삭였다. 소식을 전해 듣는 한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신하가 옆에 서서 기다리고, 한스는 성벽에 몸을 기대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침울한 그의 표정 사이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역시 위즐턴은 돈만 준다면 뭐든 처리해주는 사람이었다. 

“엘사…엘사의 병은 저주였던 것 같아요. 그녀가 방금 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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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소동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 상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 하


*****


작가의 말
한창 하프물범 밀렵을 주제로 논쟁이 많던 것 기억나시나요? 귀여운 하프물범의 사냥을 막자는 동물보호단체들과 애완동물 애호가들에 반해 그린피스는 개체 수가 과다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냥꾼들을 고용했었지요. 
프로즌 피버를 보는데 꼬마눈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징그러운 겁니다. 처음에는 병원균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하프물범이랑 생김새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눈사람 소동”을 썼습니다.

*****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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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라프가 좋지만 이렇게나 많은 꼬마눈사람은 혐오감만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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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계단에서 자전거를 타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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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계단에서 자전거를 타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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