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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ozen 단편집][마지막화] 냉동인간 하 +연재후기

인섹o장지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4.05 23:23:30
조회 242 추천 6 댓글 1

     올라프는 안나가 떠나가고 수개월을 더 작은 동물원에서 살았다. 

     어느 날 밤, 올라프는 태풍 한가운데 있는 꿈을 꾸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은 바람에 뜯겨 하늘에 퇴적되고 있었는데 자신만 외로이 평화로웠다. 올라프는 하늘로 뜯겨 올라가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으나 먼지 바람이 너무 두껍게 날리는 바람에 태풍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태풍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뿐이었다. 그는 한 바나나 나무 위로 올라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바나나를 먹었다.

     올라프가 여섯 번째로 깨어났을 때, 현실 세계에서는 십 년이 흘렀다. 금속질 직육면체 상자에서 기어 나오며 올라프는 실험동물인 자신이 누구의 도움으로 십 년이나 냉동되어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방은 비어있었다. 그가 방문을 따고 나가자 작은 동물원과 똑같이 생긴 공간이 있었다. 단지 유리창 대신에 벽이 있어서 인간들이 자신을 관찰할 수도, 자신이 인간들을 관찰할수도 없었다. 

     올라프는 작은 동물원과 안나를 보았다. 그는 너무나도 기뻤다. 가슴팍을 만져보니 딱딱한 흉부와 짧고 거친 털들이 느껴졌다. 

     “안녕, 안나.” 올라프가 인사했다.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응.” 

     “뭘 하였는지 참 궁금해.” 

     “나는 팔 년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나서 정상적인 인간이 되었어.” 

     “그렇구나. 네 소원을 이뤄서 기쁘니?” 

     “아니……내가 잠을 잔 이유는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욕망 때문이었는데, 그분들이 돌아가셔서 더는 내가 살 이유가 사라졌어.” 

     올라프는 안나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녀가 자신보다 이년 반 동안 더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안나는 자신이 아는 안나가 아니었다. 안나는 마치……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아니, 기계 같았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계산되어 있었다. 만 다섯 살에는 냉동인간이 되고, 만 여섯 살에는 이것을 하고, 만 일곱 살에는 저것을……. 자신이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 “욕망”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안나가 인간들이 하는 것을 하러 떠난 후, 올라프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자신은 조금 높은 건물에 있었는데,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는 안나 보다 두, 세 살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안나에 따르면 철이 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욕망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기뻐한다. 그렇다면 왜 어린아이들은 이렇게 신나게 놀 수 있을까? 

     올라프는 안나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물 이곳저곳을 누볐다. 자신이 사는 이 건물은 안나의 가족이 소유한 세계 최초의 냉동인간 전문 병원이었다. 올라프는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자신도 높은 나무를 오르는 걸 좋아하지만, 인간들의 꿈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세상 끝까지 치솟는 바나나 나무를 짓지 않으면 성에 안 차는 것 같았다. 

     올라프가 오르는 이 건물은 욕구의 산물이었다. 모든 층에서 썩은 음식 냄새가 났다. 

     건물의 최상층에서 올라프는 이 건물의 모든 냉동인간 시술을 책임지는 의사라는 인간을 발견했다. 그녀의 사무실 책상에는 이렇게 쓰인 유리 명패가 있었다: “전 문 의 엘사 아드가르”. 엘사는, 놀랍게도, 올라프와 대화하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언어는 예전 안나보다 지금 안나에 가까웠다. 그녀는 계산된 음정을 기계적으로 발송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는……과학자였다. 

     “왜 왔니, 실험체 005?” 엘사는 올라프를 아는 듯했다. 

     “안나가 왜 변했는지 알고 싶어요.” 올라프가 말했다. 

     “음? 내 쓸모없는 동생 말이니? 아…” 엘사는 그 후로도 말을 질질 끌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다가, 나중에는 또 올라프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올라프는 갑자기 눈이 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깜깜해지고, 이 층에 있는 안나와 자신의 앞에 있는 엘사만 밝게 빛났다. 그리고 종국에는 엘사의 얼굴과 형태마저 사라졌다. 그저 자신의 앞에는 “엘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서 있었고, 그것은 나쁜 녀석이었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그리고 올라프는 긴팔원숭이였다. 원숭이들은 힘이 세다. 

     올라프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다가 엘사에게 던졌다. 엘사의 몸뚱어리를 이리 저리 내던지고, 헤진 포댓자루처럼 터트릴 참이었다. 

     “멈춰! 올라프, 멈춰봐.” 엘사의 몸이 마술처럼 작아져서, 올라프의 손안에 들어올 크기가 되었다. 난쟁이 엘사는 사무실 책상에 올라서서 있는 힘껏 소리쳤다. 

     “내가 모두 다 알려주면 가만히 둘 수 있지?” 

     올라프는 동의했다. 

     “사실…우리 회사의 냉동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자주 발생하곤 해. 신체는 완벽하게 해동되었는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고깃덩어리처럼 되는 거지. 그러면 우리는 가짜 의식을 만들어서 신체에 주입할 수밖에 없어. 내게는 무생물을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 안나는 네가 아는 안나가 아니야. 꼭두각시 인형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런 것이었다. 엘사가 올라프를 연거푸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자 그는 사람이 되어갔던 것이다. 

     올라프는 조금 허무했다. 지금의 안나는 꼭두각시고, 처음 만났을 때 본 철이 들지 않은 안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녀가 돌아올 리는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알아차린 올라프는 빌딩의 정중앙을 내려다보았다. 지상까지 도넛처럼 생긴 철제 나무 중앙에는 깊게 뚫린 구멍이 있었다. ‘강을 건널 수 없다고?’ 올라프는 생각했다. ‘얼어붙은 강은 건널 수 있는 걸.’ 그리고 올라프는 낙하했다. 안나가 있는 아래층까지 그는 공중에서 떨어졌다. 썩은내 나는 공기가 그의 온몸을 타격했다. “하지 말라고” 온 건물이 소리 질렀다. “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살어! 이기적이게 살어! 살고 싶으면 기술로 네 수명을 연장해! 자, 봐봐, 여기 맛있는 바나나가 있다고. 인간들은 평생 먹어도 모자라지 않는 바나나를 기른다니까!”

     “아니, 나는 동물과 사람을 가르는 욕망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어.” 올라프가 건물에 대답했다. “이게 뭐길래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미운 감정이 생기기도 했지. 욕망이 없는 어린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어. 그런데 지금은 아름다운 형태의 욕망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사랑…사랑이란 다른 사람의 필요를 내 것 앞에 두는 것이야.”라는 말과 함께 올라프는 바닥에 부딪혔다. 


* * *


     영혼들이 사는 세계는 춥고 어두웠다. 올라프는 안나의 얼어붙은 영혼을 찾아 영원히 얼어붙은 동토에서 헤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 작은 분지에서 올라프는 쓰러져있는 안나를 발견했다. 올라프는 안나를 흔들어 깨우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모든 게 얼어붙은 지대에서 얼어붙은 안나의 영혼을 녹여 현실세계로 다시 보내려면 대단히 따뜻한 것이 필요했다. 불. 커다랗고 따뜻해서 툰드라도 녹일 수 있는 불. 다만, 연료가 없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없는 이곳에는 그저 얼어붙은 땅과 안나와 올라프뿐이었다. 

     올라프는 안나를 녹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했다. 

     불타오르는 올라프를 뒤로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뗀 안나의 영혼은, 올라프가 자신이 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올라프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디오스.” 


*****


작가의 말


에피소드 후기

모든 에피소드가 쓰기 어렵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더욱 심각해서 삼부작으로 계획했던것을 상/하 구조로 끝냅니다. 본디 이번 에피소드는 스릴러로 쓰다 두번인가 갈아엎었습니다. 아무튼 동화+SF+마술적 리얼리즘은 쓰기 어렵습니다. 

“기계인간”으로 시작해서 “냉동인간”으로 끝낸 것은 의도적인 대칭구조입니다. 둘 다 사람이 되고 싶은 주인공과,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엘사의 능력을 다루고 있지요.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리프로즌” 연재후기

하……완벽하게 묶여진 매듭은 아니지만 드디어 끝냈습니다. 한 시리즈를 계획한대로 완결했다는것 만으로도 기쁘고, 이와 함께 제 한달간 다시 살아났던 프덕질도 끝납니다. 프로즌갤러리와 카페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프로즌2가 개봉한 후 다시 봅시다. 


마지막으로, 별로 크지 않은 프로즌 팬덤에서 심심한 성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차기작 관련

창작활동은 아주 조금씩 계속합니다. 일단 내일 모레 목요일에 공상과학 단편인 “어떤 시간여행자의 죽음”을 제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고 싶으시다면 “인섹의 생물노트”를 검색하거나 [여기]를 클릭하거나 링크인 jwinsectlove.blog.me를 복사&붙여넣기 하셔서 이웃추가 혹은 북마크에 추가하시면 됩니다. 


*****


다른화 보기


기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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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 하 (+연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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