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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ozen 단편집] 안나와마술나라 下

인섹o장지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22 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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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멋졌지?” 안나가 물었다. 엄마는 부목을 댄 발목을 차갑게 바라봤다. “고작 그런 눈속임을 하려고 지난주에 공부를 내팽 개친거니?” 엄마가 쏘아붙였다. 
안나의 아빠가 들어섰다. 
“우리도 네 장래희망을 위해 많이 알아봤다. 네 마술은 멋지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중상위권 대학은 턱도 없더구나.”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그녀도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술로 먹고살려면 재능과 훌륭한 교수의 고액과외가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요즘은 실기평가를 할 때 학생들의 마술을 보기만 해도 어떤 교수가 가르쳤는지 다 알아보기 때문이었다. 

안나가 생각해낸 반박은 “그렇지만 나는 마술사인걸?”뿐이었다. 

아빠는 안나를 설득하려 애썼다. 그는 안나에게 마술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안나가 들을 리는 없었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자신에게 능력이 있음을, 재능이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설령 엘사의 명령을 거역하는 한이 있더라도! 

“엄마, 보라고!” 안나가 손짓으로 가위를 하나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녀가 손가락을 위로 향하자 가위는 공중 위로 날아올랐다. “나는 진짜 마술사야!”
“이제는 부모한테도 눈속임하려는 거니?” 엄마가 물었다. 
안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어떤 강력한 힘의 그녀의 염력을 상쇄시켰다. 그녀는 가위에 대고 손가락을 휘저었지만 조종할 수 없었다. 가위가 공중에서 반으로 분해됐다. 두 날은 제각기 엄마와 아빠를 가리켰다. 그녀의 부모가 공중에서 날아든 가위에 가슴을 찔려 쓰려졌다. 

방구석에서 엘사가 나타났다.
“잘 봐둬. 그게 나를 닮은 마술사가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꿈의 최후야.” 엘사가 말했다. “부모의 능력이 부족해 자식의 재능을 키워주지 못할 때 자라나는 마술사들은 꿈을 잃고, 부모는 미안해하고 말지. 내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네 부모는 곧 후회하며 죽었을 거야.” 그녀는 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남에게 네 능력에 대해서 말하라는 허락을 한 적 있니?”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엘사는 양손으로 염력을 사용해 가위를 안나 부모님의 가슴팍에서 빼내었다. 그녀는 검지손가락으로 안나의 심장을 조준한 후, 얼음과 냉기를 쏘아붙였다. 얼음조각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정통으로 맞자 안나의 가슴이 저려왔다. 통증도 잠시, 심장 주위의 감각이 무뎌지고 몸이 딱딱해져 갔다. 엘사는 무기력해진 안나에게 손을 얹고, 영롱하게 빛나는 에너지 덩어리를 그녀의 신체에서 꺼내 자신의 몸 안에 넣었다. 안나는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염력도 쓸 수 없었다.

“이건 내 명령을 거역한 처벌이다.” 엘사가 말했다. 

“나같은 마술사가 되겠다는 건 다른 주인공들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걸 의미해. 지식의 여신 벨, 동물의 신 밤비, 바다의 신 아리엘, 젊음의 여신 라푼젤, 심지어는 나까지 부모를 잃고 말았지. 웃기지 않니? 이 세상의 주인공들인데, 부모에겐 고통밖에 주지 못한 것이야.”
“…….”
“아무쪼록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엘사는 지난번처럼 족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안나의 아빠가 콜록거렸다. 그의 가슴팍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음에도 그는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고 침대에 누워있는 안나 곁으로 기어왔다. 

“안나야, 미안하다. 네게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네가 마술을 하지 않게 하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오른손을 안나의 심장에 가져다 대었다. 기적적이게도 안나의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안나의 옷에 낀 성에가 사르르 녹고, 발목 통증도 완화되었다. 

“아빠?”
“안나야, 아빠도 비현실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생을 포기한 진짜 마술사란다. 네 가엾은 엄마는 결코 모르겠지만…” 아빠는 숨이 멎은 아내를 바라봤다. 
“나는 어릴 적에 자원봉사가가 되고 싶었고, 엘사는 내게 치료 마술을 주었어. 나는 네가 나와 같은 길을 밟지 않았으면 했지만, 이젠 이미 늦은 것 같구나. 네게 과외 하나도 못 시켜줘서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 안나야, 꼭 커서 훌륭한 마술사가 되거라.” 
이 말과 함께 그의 팔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안나는 아빠의 얼굴을 흔들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아빠……” 안나의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되었다. “이게 뭐야…이런 소원까지 들어줄 필요는 없었잖아…”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에서 어떤 희미한 형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름다운 흰색 스커트를 입고 눈처럼 새하얀 구두를 신은 흑인 공주였다. 그녀를 따라서 한 남성도 날라와 방 안에 가볍게 착지했다. 흰색과 청색의 제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머리에 왁스를 윤이 나게 발라놓은 그는 고위직의 귀족인 듯했다. 그는 칼집을 메고 있었다. 

“아드가르 씨, 저는 죽음의 신 티아라입니다. 당신은 마술사가 된 대가로 천국에 가지 못하고 불구인 짐승으로 후생을 보내야 합니다. 한스, 빨리 처리해 주세요.” 

한스라고 불린 남성은 칼을 꺼내 크게 휘둘렀다. 아빠의 오른쪽 다리가 두 동강 났다. 그는 고통에 겨워 신음했지만, 그것도 잠시, 티아라가 손짓하자 그는 개구리로 변해있었다. 다리가 세 개 뿐인 개구리가. 

“안나, 우리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그저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이 되었을 뿐이니까. 한스는 못다한 복수를 하러, 엘사는 마술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밤비는 동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안나 당신은 이제 보잘것없는 사람일 뿐이고요. 아디오스.”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티아라를 따라서 개구리가 폴짝 뛰며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일주일간의 꿈이 끝났다. 안나는 염력을 잃었고, 행운의 여신에게 저주받으며 평생 살아갈 터였다. 그래도 그녀는 사후생활과 돈과 평생의 행운을 바쳐 가며, 또 죽어서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다짐했다. 부모님 몫까지 다 살겠다고. 자신은 결코 굴복하지 않겠노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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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안나와마술나라는 “마법 소녀 마도카 매지카 (마마마)”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마법 소녀들, 현실적이고 잔혹한 스토리, 탈구축 (deconstruction) 적인 플롯.
탈구축적인 플롯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예전에 장편으로 쓰던 안나와마술나라에서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신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도대체 왜 디즈니 캐릭터들은 죄다 고아일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삽입한 부분입니다. 엘사와 안나도 고아, 라푼젤도 고아, 밤비도 고아, 피노키오는 중간에 고아, 아리엘도 사실상 고아…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설명을 해보려고 시도한 결과가 “하” 편입니다. 

사실 다 때려치우고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저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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