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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4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14 15:54:22
조회 946 추천 31 댓글 4
														

엘사는 순식간에 빠른 걸음으로 그 방을 빠져나갔다. 창문에서 시선을 거두고 작은 책상을 지나 걸어가는 드레스의 끝자락이 휘날렸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간 그곳에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있지 않았다. 온통 적막한 기운만이 감돌아 그녀가 조금 놀랄 정도였다.


“카이?”


그러나 카이는 엘사의 부드럽고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였는지 대답이 없었다. 엘사는 하는 수 없이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닥의 보라색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빨랐다. 그리고 엘사는 복도 끝 계단에 이르러서야 어째서 사람의 말소리가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밑층에서 몇 명의 신하와 시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엘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뛰어 내려갔다. 작은 엘사의 체구였지만 다급한 심정이 묻어나와 소리를 듣고 신하들과 시녀들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안나 공주님과 크리스토프가 없어졌다는 소식 아시나요?”


카이의 말은 이어진 엘사의 말 못지않게 적극적이었다. 엘사는 서둘러 대답했다.


“네, 그래서 지금 찾으러 나가려고요.”


묘하게 여왕이라기보다는 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엘사의 목소리는 그랬다. 익숙한 듯 카이는 서둘러 다른 신하와 시녀들에게 해야 할 바를 알려주었다.


“여왕님이 타고 갈 말 준비하고, 몇 명의 신하도 준비시키게.”


“아니에요.”


엘사는 그 말을 가로막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심한 말투였는지 갑작스러운 말을 다시 바꾸어 말해주었다.


“그게 아니라, 혼자 가려고 해요. 괜찮아요. 나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카이는 엘사의 능력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정정하여 지시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최대한 빨리 어떻게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카이는 몇 명의 신하와 시녀와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이 무척 빨랐다. 엘사는 멀어져가는 카이를 보며 말이 있는 장소로 안내하는 한 시녀와 거의 달리듯이 성 바깥으로 향했다.


“조심하셔야 해요.”


시녀는 말을 엘사에게 건네주며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그 둘이 서 있는 아렌델 광장 위에는 달이 떠 있었고 밤의 푸른 공기가 주위를 감싸며 아렌델 주변을 휘감았다. 엘사는 온화한 분위기로 약간은 차가워진 봄의 바람을 기분 좋게 맞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혹시 늦게 돌아오면 서둘러 더 신하들을 보내서 도와주러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엘사는 안나가 자신을 찾으러 떠났던 1년 지난 그때처럼, 비록 그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더라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출발했다. 말을 힘차게 달렸다. 묘하게 언젠가 이런 느낌을 느낀 적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워낙 마음이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본인도 잘 알지 못했지만 어느새 그녀가 달리는 말발굽에는 얼음의 조각들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마치 그녀와 안나를 살리기 위해 국왕이 말을 타고 달리던 때 그 밑에 선명하던 얼음과 같았다. 엘사는 국왕과 같은 길을 걸어갔다. 성 바깥으로 향하는 좁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 북쪽 산과 맞닿아 있는 길이었다.


이따금 밤의 추위를 가르고 달리는 엘사를 보는 시민도 있었다. 추위를 잘 느끼지 않는 그녀이기에 얼음 성에서 입었던 드레스와 같은 푸른,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매우 급하게 나섰기에 따로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지만 엘사는 개의치 않았다. 춥지 않았다.


“어디 가세요?”


한 시민은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엘사는 말이 빨리 달려 대답을 해 주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기며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뒤 돌아보는 그 눈빛이 아련하다는 생각을 하는 시민이었다.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 달려가는 그녀는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있었다.


엘사는 달리고 또 달려 산 중턱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안나가 엘사를 찾으러 간 길, 또 스벤이 조금 전 달려간 그 길, 그곳을 지나 어느새 내리는 눈 속에 없어진 발자국을 다시 찍어가는 엘사였다. 말은 그런 엘사의 마음을 아는지 서둘렀다. 엘사만큼이나 가쁘게 숨을 내쉬며.


그런 엘사와 말이 드디어 그 걸음을 멈춘 것은 어느 호수 앞에 이르러서였다.


“안나! 크리스토프! 스벤!”


서둘러 말에서 내려 그들을 부르는 엘사의 목소리가 조용한 호수 밑바닥부터 울려가며 주변을 감돌았다. 대답이 없자 어느새 엘사 자신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지 다시 주변이 얼어가기 시작했다. 호수 바닥은 점점 얼어 가 표면까지 굳어버렸고, 공기도 심하게 차가웠다.


엘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작년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은 더 쉬운 일이었다. 마음을 오히려 다 잡는 것보다 흐름에 맡기고 천천히 심호흡했다. 눈은 내리려다 공기 중에서 녹았다. 엘사는 발자국이 남겨진 채 굳어버린 얼음 표면을 발견했고, 커다란 발자국을 보며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스벤의 발자국이었다. 못 하나가 그곳에 빠져 있었다. 조용히 들어 그것을 살펴본 엘사는 왕실에서 쓰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건축 관련 일들도 설계자들과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던 그녀이기에, 아렌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무숲 사이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엘사는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늑대가 주위에 있는 것인지,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것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소리가 나는 쪽을 유심히 보니, 늑대 무리의 눈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늑대가 다가오는 시간은 굉장히 빨랐다. 그 멀리서 어렴풋이 보인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달려오니 눈앞에 보이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달리고 달리는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더 컸다. 최소한 수십 마리의 느낌이었다.


엘사는 달려 말로 돌아가는 길에 말을 타고 달려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늑대의 걸음이 너무 빨랐다. 하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지나치게 들뜨지 않았다.


그저 태연히 커다란 얼음 방어벽을 쳤을 뿐이다. 늑대는 더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이 미친 건 이 늑대들이 안나와 크리스토프와 스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늑대들은 거대하고 투명한 얼음 방어벽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엘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주변에 둥그렇게 얼음을 쳐서 그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늑대를 죽이지 않은 엘사는 서둘러 말을 타고 늑대가 달려온 그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은 얼음 성이 있는 방향이었다. 스벤은 분명히 늑대가 오는 반대쪽으로 갔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엘사와 말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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