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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검술 배울래."
석양의 보드라운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운 티타임을 가지던 도중 안나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꺼냈다.
결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앙 다문 안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엘사는 혓바닥 위에 놓여있던 초콜렛이 녹아내려 입가에 흐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손등으로 침과 초콜렛을 닦았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안나. 검술은 남자들이나 배우는거야. 취미를 찾는거라면 좀 더 다른, 그러니까 여성스러운 취미를 갖는게 좋지 않을까?
예를 들면 수놓기라든가, 그림이라든가."
"나한테 그런게 맞을리가 없잖아."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팔자 눈썹을 만들며 손사래치는 안나에게 엘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미끼를 던졌다.
"그럼 승마가 어때? 너는 활동적이니까 승마가 어울릴거 같아."
"언니는 잘 모르겠지만 궁 내에 나보다 말 잘 타는 사람 몇 없어. 어렸을 때부터 질리게 탓거든. 누구 때문에 놀 사람이 없다보니"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을 흘겨보는 안나의 눈빛에 당황한 엘사는 손등을 닦으려고 빼내 들었던 애꿎은 휴지를 구기며 할말을 찾았다.
검술이라니! 절대로 허락할 수 없었다. 안나의 고운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도 안돼.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좀 다치는게 뭐 대수인가?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법이야."
턱을 들어올리며 당당하게 말하던 안나는 엘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등에 흐르는 초콜렛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굳어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도 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도움?"
"저번 전쟁에서 내가 한 거라고는 라푼젤을 찾아 다닌거 밖에 없잖아. 언니는 죽을만큼 고생하면서 서던 아일랜드의 맞서 싸웠는데 난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내가 잘 하는 거라곤 몸 쓰는 일 밖에 없으니까 검술이라도 배워서 언니를 지켜주고 싶어. "
"누가 날 지켜줄 필요는 없는데.."
"물론 언니가 엄청나게 강하다는건 알아! 그치만.."
눈치를 보는 강아지처럼 자신을 올려다보는 안나에게서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엿본 엘사의 단호한 마음이 조금씩 녹아 내렸다.
자신을 위해서 검술을 배운다는데 어찌 막겠는가, 막는다고 안할 아이도 아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몰래 검술 훈련을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좋은 선생님 밑에서 배우게 하는게 나을지도.
눈썹을 찡그리며 한참을 고민하던 엘사는 이내 한숨을 쉬면서 양손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했다.
"알았어, 허락할게. 그럼 일단 근위대장한테 가보자. 널 가르칠만한 사람이 있을지 물어봐야 할테니"
"고마워, 언니!"
조마조마해 하던 표정을 치워버리고 활짝 웃는 얼굴이 된 안나는 엘사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꼭 껴안으며 볼에 키스를 했다.
자신을 안은 안나의 가느다란 팔을 쓰다듬으며 엘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가느다란 팔로 검이나 제대로 들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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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을 배우고 싶으시다구요?"
잘 다듬은 턱수염이 매력적인 근위대장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이 난 얼굴로 이리저리 훈련장을 둘러보는 안나의 손을 꼭 붙잡으며
엘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이 아이가 꼭 배우고 싶어하네요"
"네! 배우고 싶어요!"
"허, 이거 참.."
턱수염을 쓰다듬던 근위대장은 무기를 거치해 둔 거치대로 걸어가 스몰 소드를 꺼내들더니 스몰 소드를 거꾸로 쥐고 안나에게 건냈다.
안나는 크리스마스 산타를 직접 본 어린아이 같은 눈빛으로 검을 쥐어들었다.
"자 그럼 한번 들어보시지요"
"처음부터 진검은 너무 위험한거 아닌가요?"
엘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하자 근위대장은 괜찮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진검은 생각보다 무겁답니다. 여자는 스몰 소드도 제대로 들기 힘..들텐데?"
볼을 발갛게 상기시키며 검을 붕붕 휘두르는 안나의 모습을 본 근위대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하던 말을 멈추더니
거치대로 달려가 이번엔 브로드 소드를 꺼내 들었다.
"이걸 한번 쥐어보시겠습니까? 공주님."
"이건 좀 더 무거워 보이네요.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요? 얍! 얍!"
생글생글 웃으며 검을 받아든 안나는 기합을 지르며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휘둘렀다.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근위대장의 모습에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엘사가 근위대장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근위대장이 검을 휘두르는 안나를 제지하며 다가가 안나의 팔뚝을 잡고는 여기저기 주무르기 시작했다.
"꺅! 뭐하는거에요?"
질겁한 안나가 무심코 내뻗은 주먹에 코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근위대장은 코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손을 내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제가 너무 놀라서 그만 실례를 범했습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코는 괜찮으세요? 코피 나는데?"
"네?"
인중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뜻한 코피를 발견한 근위대장은 한손으로 코피를 훔치며 엘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공주님이 생각보다 근력이 좀 많이 매우 강하시네요. 승마에도 일가견이 있으신거 보면 운동신경은 뛰어날테니 잘 가르친다면 능히 훌륭한 검객이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제 한 몸 건사시킬 정도면.."
"저한테 자질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엘사의 말을 끊으며 안나가 검을 쥔 채 엘사와 근위대장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반짝이는 검날에 깜짝 놀란 근위대장이 검을 뺏어 들어 거치대에 꼽은 후 한손으로 코를 막으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충분한거 같군요. 그래도 남자들이 배우는 우리 아렌델의 검술은 아무래도 어울리진 않을거 같습니다. 코로나에서 유학중에 만났던 이베리아
출신의 여검사를 친구로 두고 있는데 그 친구한테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죠."
"정말 고마워요!"
근위대장을 손을 양손으로 잡고 악수하던 안나는 이제는 방방 뛰기까지하며 엘사를 잡아끌었다.
"언니! 정말 고마워! 나 정말 열심히 배울께"
"난 그저 네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나!"
"걱정하지마!"
안나는 따뜻한 언니의 눈빛에 배시시 웃으며 석양을 등진 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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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나이트라이즈는 너무 한스위주가 될 거 같아서 프리퀄로 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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