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에 날아갔다 ㅅㅂ...
너무 리바이 입장에서만 쓰니까 어색함 엘빈 시점도 좀 쓰고


엘빈이 리바이를 좋아하게 된 건 동정심에서였어.
눈에 띄는 학생인 리바이를 가끔 지켜보다가 리바이가 좋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단 걸 깨달았을 때부터 리바이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평범한 삶을 살다 자신의 꿈이었던 선생님의 길까지 순탄하게 온 엘빈으로써는 부모님도, 친구도 없이 살아온 리바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측은하게 여겨졌던 거야. 약간 부성애처럼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을듯.
처음에는 이것저것 챙겨주고 말도 걸어주고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리바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예뻐보이는 거지. 리바이가 마음을 풀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백한 후 리바이가 받아줬을 때는 뛸 듯이 기뻤어.
특별한 데이트나 선물은 없었지만 간단한 스킨쉽이나 키스, 편한 대화만으로도 둘의 관계는 충분했어. 엘빈은 리바이와 헤어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런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리바이를 그리워했지.
하지만 엘빈은 리바이와의 관계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리바이는 자기 감정이 얼마나 엘빈에게 쉽게 들키는지 몰라. 헤어지자고 말했던 그 날도 리바이는 고개를 숙이고 꿋꿋하게 떠나가긴 했지만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어. 리바이가 무언가를 숨긴 것 같았어. 헤어지더라도 마지막은 숨기는 것 없이 확실하게 하자고 엘빈은 생각했지.

한편 리바이는 헤어진 엘빈을 그리워하면서도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가는 자존감 때문에 비뚤어진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어. 차라리 엘빈을 생각해서라면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 거야.
게이인 건 그렇다 치고 애초에 선생과 학생이 연인적인 감정을 갖는다는 것 자체부터가 말이 안 돼. 리바이는 부모님도 없는 데다 또래 아이들이랑 어울리기는 커녕 쓰레기 취급당하다 온 아이였으니까.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공부가 전부고, 외모나 몸매가 되는 것도 아니었어. 얼굴은 다크써클로 얼룩져 있고, 피부는 새하얗고 몸은 근육도 살도 없이 삐쩍 말라서 꼭 귀신 같았어.
그에 비하면 엘빈은 외모도 반반하고 촌구석이 직장이긴 해도 멀쩡한 회사원이니까, 자기는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 헤어진지 시간도 꽤 됐으니 이제 자기 감정만 정리하면 끝이라는 게 리바이 생각이겠지. 리바이는 순애보라서 어차피 안 되겠지만.


엘빈은 모든 교사가 자리를 뜬 교무실에서 서류를 뒤져 리바이의 전화번호를 알아냈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리바이의 핸드폰은 꺼져있었어. 엘빈은 망설이다 리바이의 집 주소를 메모했어.
늦은 밤중에 엘빈은 운전대를 잡았어.


"… 선생님."
두터운 이불을 목 끝까지 두른 리바이가 놀라 덜덜 떨었어. 밖은 폭설로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날씨였고, 엘빈의 옷은 눈으로 젖어 있었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춥진 않았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안으로 들어오세요."
리바이의 한 마디에 엘빈은 묵묵히 리바이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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