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함과 음울함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지 않냐

진격에서 이 얘기는 그동안 단골주제로 여러번 나왔지만 그중 제일 작가의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캐릭터가 리바이같음

웃긴 건 리바이가 저렇게 선택에 대해 회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본인이 엄청나게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거야..

애초에 그만한 힘이 없었더라면 소중한 동료들을 다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남을 일도 없었을테니 후회할 필요 역시 없었겠지 한마디로 인과관계를 도저히 알 수 없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린거ㅇㅇ

반면 엘빈은 남달랐음
비록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 또한 다음번 전진을 위한 발판으로 또 하나의 재료로 삼아 끝끝내 나아갔으니까..

리바이가 왜 엘빈을 그토록 신뢰하고 각인된 새끼오리 마냥 졸졸 쫓아다녔는지 정주행 다시 하다보니 더 이해감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의지?끈?같은 느낌



근데 그 실이 끊어졌으니
허공에 위태하게 매달려있는 모양새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님..

무튼 이러한 리바이의 선택철학에 영향을 받은 에렌도 좀 재미있다
아마 초기 여성형 전투 당시 리바이반 끔살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 일련의 사건들을 겪어나가며 본인 나름대로 가치관을 성립시킨듯? 리바이와는 또다른 별개의 방향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현재의 에렌은 뭔가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같아
그리고 하지메는 그게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여지만 남겨둔 채 찜찜하게 끝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게다가 그 선택이란 건 뭐가 되었든간에 결국 매우 큰 확률로 인해 비극으로 끝날 것 같음

애시당초 이거저거 다 제쳐두고서라도 소년만화 좆혐하는 하지메가
나쁜 악당들을 전부 물리친 주인공(혹은 그에 준하는 세력)은 영웅이 되었습니다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라던가

인류를 괴롭히는 악의 무리를 통쾌하게 물리친다는 류의 복수이야기는 안할거같고ㅋㅋㅋㅋ
그런 노선은 벌써 한참도 전에 넘어섰으니 그래서 진격거가 대단한듯해


현시점 에렌의 행보들에 대해서 왜 그렇게 말이 많고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잔뜩 욕을 얻어먹는지 이런 관점으로 풀어보면 상당히 이해가 간다


세기말 명작들이 인간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고뇌 자체를 다루고 있다면
진격은 조금 더 개개인의 상대적인 입장차이에 관하여 세밀하게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폭넓은 주제를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는것같음



완전한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포지션이 성립되지 않는거,
제아무리 능력을 갖추거나 개인이 노력해봐도 이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음
비극적인 역사와 운명은 반복됨

평범함과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
폭력과 대화의 연쇄적인 상관관계


등등 물론 결말 가봐야알겠지만 요근래 연재분까지 놓고 보자면 확실히 지금도 그렇고 이후에 훨씬 더 높게 평가될 작품임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