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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리바미케 간부샌드 영업한다 22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9) 2019.06.14 12:17:41
조회 3911 추천 34 댓글 7


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giant&no=854942


같이 먹자 간부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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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가 귀환하고도 두 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겨우 부상 치료가 끝났어. 등에 입은 큼직한 열상이 가장 심했는데, 의식을 잃은 중에도 고통이 심한지 리바이의 입술 사이로 내내 신음이 새어 나왔어. 그럼에도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한지나 미케나 둘 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 리바이의 몸을 조금 세워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히던 미케는 문득 제 팔을 내려다봤어. 아까 안고 올 때 옮겨온 건지 팔뚝까지 핏자국이 남아 있었어. 참담한 기분이었지. 리바이가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걸 본 게 처음이기도 했고, 이런 사람을 벽 밖에 혼자 남겨두고 돌아왔었다고 생각하니 더 그랬어. 정황상 전사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런 몸으로 해가 질 때까지 버티다가 혼자 말을 찾아서 악착같이 고삐를 틀어쥐고 벽을 향해 달려왔을 그를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어. 한지가 식은땀이 흥건하게 배어난 리바이의 얼굴을 닦아주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케는 문득 조금 굳은 표정으로 방문을 열었어. 어두운 복도로 불빛이 쏟아지고, 그때까지도 복도에 못 박힌 듯 서 있던 엘빈이 비로소 고개를 들어 미케를 마주 봤어.

"...운이 좋았네, 엘빈."
"......"
"만약 네 녀석이 그냥 방으로 돌아갔다면 내가 쳐들어가서 한 대 갈기려고 했거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의도한 것보다 말투가 훨씬 거칠게 튀어나갔어. 조금 전의 기분대로 한다면 정말 주먹 한 대 정도 날릴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희뿌연 어둠 가운데 엘빈의 표정이 곧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여서 어쩐지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어.

"...리바이는?"

미케가 쏘아붙인 말에 고개를 숙였던 엘빈이 조용히 물었어.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마음에 걸려서 미케는 말투를 살짝 갈무리하며 대답했어.

"지켜봐야 돼, 출혈이 심했던데다 열도 높아. 벌써 한참 전에 탈진한 것 같고."

엘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만 쉬었어. 아까 리바이가 귀환했다는 보고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당장 달려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복도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씩 되짚으며 생각을 정리한 끝에는 도저히 리바이를 볼 자신이 없었어. 리바이에게 거인들을 유인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조금 굳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오던 얼굴이 떠올랐어. 그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명령이라면 언제나 순순히 이행해오던 리바이가 처음으로 조금 다른 종류의 표정을 짓는 걸 미처 살피지 못했어. 어쩌면 그때, 엘빈 스스로도 느꼈던 것 같아. 아무리 리바이라도 무리가 아닐까, 하는 정도의 막연한 불안감. 그걸 무시했던 것 같기도 했어. 만약 리바이에게 그런 역할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명령을 거부할 여지라도 줬다면 어땠을까. '그건 무리다, 엘빈' 하는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다면.

"엘빈."

제 이름을 부르는 미케의 목소리에 엘빈이 고개를 들었어. 흔들리는 파란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던 미케가 살짝 고갯짓을 하면서 물었어.

"들어오려고 기다리던 거 아냐?"
"...아냐, 오늘은... 지금은 못 보겠어."

입속으로만 맴돌던 말을 겨우 꺼낸 뒤에 엘빈은 미안해,라고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어. 그런 엘빈을 잠시 바라보던 미케는 별 말없이 천천히 문을 닫았어. 들릴 듯 말 듯 덧붙인 미안하다는 말이 귓가에 조금 오래 남아서 맴돌았어. 엘빈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걸 언제 들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 처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둠속에 잠시 서 있던 엘빈은 뻣뻣해진 다리를 조금 끌면서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벽에 걸린 파란 루프타이에 시선이 멎었어. 사람 하나쯤 가뿐히 빠뜨려 죽일 수도 있을 것처럼 깊은 물빛, 언뜻 보기엔 선명하고 밝은 파란색이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빨려들어갈 것 같은 시커먼 하늘빛.
엘빈은 손을 뻗어 루프타이를 집어들고 느릿느릿 목에 걸었어. 가슴께에서 푸른 빛을 내고 있는 타이 장식을 쥐고 천천히 위로 당겨올리자 셔츠 목깃 부분이 조금씩 조여오기 시작했어. 물빛이 너무 깊어서, 그걸 쥐고 있는 손까지도 빨려들어갈 것 같아. 엘빈은 파란 타이장식이 시야에서 벗어나 목깃을 잔뜩 구기고 목에 닿을 때까지 계속 끌어올렸어. 차가운 금속이 목에 닿는 느낌과 함께 숨 쉬는 게 점점 버거워졌어. 엘빈은 좁아진 숨구멍으로 연신 가쁘게 숨을 토하면서도 목을 잔뜩 조이는 타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어. 슬슬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머릿속에서 이명이 진동할 때쯤에야 엘빈이 타이를 끌어내렸어. 널을 뛰는 호흡 사이로 기침이 새어나왔어. 손바닥에 놓인 타이장식은 무서우리만치 푸르게 빛나고 있었어. 그 빛깔을 오랫동안 쳐다보던 엘빈은 마치 그 파란 그림자를 향해 말이라도 걸듯 조용히 입을 열었어.

"참 많이도 죽였어, 그렇지?"

가슴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에 말끝에 작게 물기가 묻어났어. 누가 들을세라 울음을 삼킨 엘빈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벽에 기대버렸어. 손에 든 타이장식은 아직도 시퍼런 눈으로 엘빈을 바라보고 있었어. 집어삼킬 것처럼.

"...제발 언젠가는, 내 목숨도 가져가버려라."





줄간격 이상한데가 있어서 조금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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