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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무협> 11. 첨탑에 갇힌 공주, 이선정

다정독서가(59.27) 2008.01.02 19:01:59
조회 216 추천 0 댓글 3

 “세이라!. 세이라!”
 “아가씨, 찾으셨어요?”
 “응. 내가 보고 있던 책 어디다 가져다 뒀어? 파란색 표지에 금색 글씨로 된 거”
 “아, 주인어르신께서 치우셨어요. 아가씨가 안 말리면 계속 책만 읽는다고요.”
 “그래도, 보던 거는 다 봐야 하는데. 세이라 니가 좀 찾아다 주면 안 될까?”
 “안 돼요. 주인 어르신 알면 전 어쩌라고요. 경을 친다니까요.”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지... 세이라, 산 중은 춥겠지?”
 “또 그 생각이세요? 편지 모아둔 거라도 가져올까요?”
 “아니야. 오라버니 생각을 하면 또 울보가 되는 걸. 내가 우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 우리 바x 같은 오빠는 말이야.”
 “케이 도련님이야 괜찮으시겠죠. 정말로 대단한 검사시니까요. 우리 시이라인 최고의 검산데요. 뭐.”
 “그렇지. 오라버니야 그렇지. 좀 걷자. 햇볕을 좀 받고 싶어. 야소교회에도 가고 싶고.”


 케이의 동생인 이선정이 수도의 거리를 시비인 세이라와 함께 걷고 있었다. 경산시내는 온통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다. 우울한 거리엔 노점상 몇몇이서, 귤이나 볶은 땅콩을 팔고 있었고, 이따금씩 마차가 지나간다는 종이 울리고 있었다.
 야소교회는 이선정이 살고 있는 남궁검가주의 저택에서 걸어서 20분쯤 떨어진 위치에 있었는데, 걸음이 느리고 체력이 부족한 이선정이 하루에 한 번씩, 전장에 떨어진 케이의 발복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들르는 곳이어서, 지금에 와선 별다른 호위도 따르지 않는 형편이었다. 혹시나 탈출하거나 자살을 할까 따르는 일급 검사 둘이 다 였던 것이다.

 야소교회 예배는 불신자들도 참례할 수 있었다. 신흥종교기도 했고, 귀족가의 영애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호위들이 반드시 지근거리에 있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검사들은 전쟁의 신인 씨바를 믿고 있어서였다. 야소교회는 그 호위들을 교도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뚱뚱한 귀족 아줌마들이 속속 교에 입교 하고 있어서, 재정적 문제는 없었지만, 커지는 신흥종교에 대한 반발로 씨바교단이 점점 목을 조여 왔고, 거기에 대해서 교단이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비인 세이라는 이미 야소교에 푹 빠져 있었다. 현세에서 고될수록 내세엔 평안함이 가득한 야소의 품으로 갈 수 있다는 말과, 부자가 야소 곁으로 가는 것은 뿔소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에 홀딱 빠진 세이라는 어쩌다 이선정이 몸이 좋지 못해, 예배에 참례하지 못하면, 혼자서라도 교회에 다녀와서, 목사의 설교내용을 내내 조잘거리는 것이었다. 

 남궁검가의 일급검사 남궁혁은 그가 생각하기엔 정말로 터무니없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내세의 일을 보살핀다는 십자가에 찔려죽은 야소상을 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나 뛰어나게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면사로 얼굴을 가린 주인의 여자, 이선정이 꼿꼿한 자세로 서서, 목사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을 보면서, 심한 분노를 느낀 그는 기세를 억누르기 위해 대연심법을 운용했다. 한동안 심법에 빠져있던 그가 옆을 돌아봤더니, 같이 나온 남궁창기녀석도 눈을 감고 대연심법의 구결을 입으로 달싹거리고 있었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였구만. 

 남궁가의 검사들은 모두 이선정을 좋아했다. 그 아름다운 얼굴과 해박한 지식이나, 장래에 가모가 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 아니었다. 이선정은 늘 아팠고, 아픈 가운데서도 늘 밝았으며, 대할 때마다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고, 더구나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쌍하신 분. 결국 만나지는 못하겠지. 오빠인 케이는 지금 동생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야전군 생활을 하고 있다. 조건을 채우기만 하면 동생을 되찾아간다는 약속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는 남궁가는 만만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형극의 전장에서 살아돌아온다고 해도, 소검가주 남궁철이 이선정을 순순히 내 줄리는 없다. 아마도 군사작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저 가녀린 분은 또 쓰러지거나 울음으로 평생을 살아가겠지. 속이 답답해졌다. 다행이 예배가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언제나 날파리가 꼬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겠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일은 하나도 지겹지가 않다.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한 팔을 거드는 것은 보고 있지만, 볼 수 없는 내겐 너무나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세이라, 장옷을”
 오는 길에도 노출을 필하기 위해서 면사를 쓰지만, 돌아가는 길엔, 이미 예배당에서 그녀의 얼굴이 노출 된 후라, 하는 수 없이 장옷을 써서 필요없는 분쟁을 막는다.

 “저 때문에 늘 수고가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아가씨. 저희에겐 이 일이 고단한 하루의 유일한 기쁨입니다.”
 남궁창기녀석. 바x같이 저런 말을 하다니. 아가씨가 불편해 할 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아가씨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걸을 뿐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창기녀석의 말대로 하루의 유일한 기쁨인지도 모르겠다.


 “아가씨. 우리 들어가기 전에, 털보네에 가서 만두를 사가요? 예?”
 “후후. 왜 만두가 먹고 싶어서, 아니면 니 사랑 잭이 보고 싶어서?”
 “아니에요. 아가씨. 정말로 만두가 먹고 싶단 말이에요. 검사님들도 내내 서 있었으니까 배가 고플 거 아니에요.”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니. 난 여기 서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사 와. 포장해서, 검사님들은 일인분 가지곤 모자랄 테니 넉넉하게.”
 “아니에요. 어떻게, 아가씨를 길바닥에 서 있게 해요. 가세요. 이따가 배달을 시키죠. 검가로.”
 “그래. 잭을 보면, 내가 안부를 전하더라고 꼭 말해 줘. 알겠지?”


남궁검가는 멀리서도 보일만큼 거대했다.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첨탑, 그리고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육중한 문. 문을 보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제발 그 사람이 나와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대는 언제나 빗나가고, 우려는 현실이 된다는 점복술사 미트론의 말처럼, 문을 통과하자마자 소국꽃다발을 들고 있는 그가 보였다.
 
 “다녀오셨습니까?”
 “예.”
 “정원사 칼에게 배워 세 시간 동안 소저를 위해 만든 꽃다발이라오.”
 “예, 고맙습니다.”
 “실은 교회에 왔다갔다 하시는 동안, 날파리들이 꼬인다하여, 내일부턴, 마차를 타고가실 수 있게 조처했습니다. 산책이야 검가의 넓은 뜰이 있지 않습니까. 내일부턴 점심나절이 지나면 저랑 같이 산책을 하시지요.”
 “예. 세이라에게 채비를 부탁하겠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저런 눈으로 바라본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미안하고 불쌍했다. 내게 과연 저런 사랑을 바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냉정히 돌아서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내가 마음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텐데.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오라버니가 그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지 않아도 될 텐데. 너무 욕심이 아닐까. 야소신만이 알 수 있겠지.
 흔들림 없는 애정으로 6년 동안이나 나를 바라보는 남자. 취하려 들었으면 너무 쉽게 취할 수 있었을 텐데. 순애를 바치는 남자 남궁철,

 배다른 동생을 위해 6년동안이나 마수와 동료들의 피밖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남자, 케이.
 고집을 버리고, 남궁철을 택한다면 케이오빠는 처음엔 좀 힘들겠지만, 나를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속이 답답하다.

 “아가씨의 안색이 좋지 않구나, 세이라, 넌 얼른 들어가서, 자리를 펴라. 혁, 너는 소운영 의각주를 모시고 오너라.”
 “예.”
 “다녀오겠습니다.”

 첨탑의 공주는 외롭다. 오늘도.
 파리하게 질린 안색으로 남궁철의 억센 팔에 의지하여 첨탑의 계단을 오르는 세이라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바람에 떨어질 듯한 마지막 이파리처럼 흔들거렸다. 그 눈물 방울 속에서 자기만 보면 늘 씩 웃는 케이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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