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초등학생이 된 갑천제. 이제 겨우 8살이건만 형형한 눈빛에서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근엄한 목소리로 모친에게 요청했다.

“어머니. 햄을 사주십시오.”
“시끄러! 니 아빠가 생활비를 안 가져오는데 어쩌란 말이야!”

악다구니를 쓰며 버럭 화를 내는 모친. 그러나 갑천제는 화를 내지 않았다. 부친이 생활비를 안 벌어다 주는 건 사실이었기에.
그리고 금새 반성하는 표정으로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친에게 어찌 화를 내랴.

“엄마가 미안해. 너무 힘들어서 그만.”

갑천제가 보기에 모친은 조울증이 의심되고 있었다. 남다른 오성을 지닌 갑천제는 잘 알고 있었다. 모친의 성격이 망가지고 있는 건 부친의 게으름 때문이었다.
불법토토로 월급을 올인하는 부친은 글러처먹은 놈팡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조만간 제가 UFC라도 나가 보겠습니다.”

모친을 위로하는 갑천제였다. 무공이 강한 갑천제이니 격투기 대회에 나가면 우승은 당연지사. 하지만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되려면 중학교는 나와야 할 거 같았다.
진지하게 미래의 청사진을 얘기하는 아들 앞에서 모친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소리니? UFO?”
“아닙니다 어머니.”

근엄하게 입을 다무는 갑천제. 그런 갑천제가 어머니와 함께 마트를 나가는데 주변 애들이 아는 척을 했다.

“어! 우리 반 애다.”

그때 그 애의 엄마가 혼을 내며 소근댔다.

“얘! 저런 못 사는 애랑 어울리지 마! 저런 애들이랑 어울리면 네 품격도 떨어지는 거야.”

내공으로 발달한 청력 때문에 그 말을 들은 갑천제는 빙그레 웃었다.

‘귀하의 집값을 떨어뜨려주어야겠군.’

갑천제는 처절한 응징으로 되갚아주기로 했다.
이제부터 저 아줌마가 사는 동네 집값은 수직낙하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