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끝자락에 하이킥을 봤을 때는 러브라인만 보였다.
20대 끝자락에 다시 보니.. 세경은 준혁, 지훈 그 누구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이며, 정음은 그 누구와도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신분이었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다.(물론 정음에게 준혁은 과외 학생일 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계층의 사다리를 한 칸 올라가거나, 주어진 계층 내에서 최대한 행복을 찾는 것. 그렇게 만족하며 사는 삶이 개인에게는 최선의 삶일 것이다. 세경은 가족과 행복를 위해 이민을 택했고, 정음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지훈 곁을 떠났다.

그래서 결말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왜 꼭 둘 다 죽였어야 했는지... 그 순간을 멈추고 싶어했던 세경이에게 선물이었을까? 세경이는 지훈이와 함께 숨쉬는 것을 바랬을 것이다. 그렇게 같이 죽는 것이 아니라.

세경이에게 지훈이는 큰 세상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알 것이다. 그런 감정 또한 지나갈 것이며, 20대 초에 만난 지훈이 덕에 더 단단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음을... 세경이는 가족과 자신의 방식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꼭 그렇게 죽였어야만 했는가.. 신애와 세경이 아빠는 어떻게 하라고.. 극 중 초반부의 세경이는 세성물정엔 어리숙했지만 밝고 당찼다. 다시 예전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빗속에서 생을 마감했어야 했는가

정음이는 취직에 성공했다. 백수 정음이는 지훈와 다른 세계 세상이지만, 직장인 정음이는 의사 지훈이와 다시 재회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대방이다. (물론 일반 직장인과 의사 사이에 계층이 존재하지만.. 지방대생 정음이도 환영한 지훈이었기에). 정음에게 프로포즈하려던 지훈.. 환경으로 인해 헤어진 두 연인, 문제의 환경이 정음의 노력과 지훈의 간절함으로 극복되려던 순간에 두 사랑을 꼭 그렇게 끝냈어야 했는가

준혁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비오는 날 하염없이 학교 창문만을 바라보면서 세경이를 생각했을 준혁이, 세경이가 떠나기 전 보낸 문자 한 통을 고이 간직할 준혁이에게 세경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준혁이 기억 속에 세경이를 아련했던 첫사랑 누나로 남겨둘 수도 있었다.

4인방 모두가 각자의 현실에서 더 행복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왜 꼭 그런 비극이었어야 했는지ㅠㅠㅠ
물론.. 새드엔딩이 오래 기억되는 법인지라, 더 아련한 것이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시 봐도 지훈이는 정음이를 사랑한 것 같다. 물론 가정부 세경이는 자신과 어울릴 수 없는 상대라는 한계를 지훈 스스로 지어버린 것도 있겠지만, 결국 지훈에게는 그 정도 마음이었던 것 뿐이다. 세경이 떠난다고 했을 때에도 끝내 붙잡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다. 대신 돈과 책을 선물했다. 지훈에게 세경은 연민의 대상.

하지만 여자친구 정음은 사랑의 대상이다. 진지하덩 지훈이 정음 앞에서 밝게 웃고, 장난치고, 정음네 집 부도 이후에도 정음을 책임지려고 한 것, 그만큼 정음을 옆에 두고 싶어서 정음에게 줄 반지를 샀다. 지훈에게 정음은 애정이 대상.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람을 곁이 두고 싶고, 행복하다면,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